[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원한 환자가 자신의 우울증상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고 호전이 됐었다 합니다. 최근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겪으며 증상의 재발을 이야기합니다. 환자에게는 항우울제 처방이 필요합니다. 어떤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좋을까요?

 

간혹 항우울제의 처방에 대하여 문의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항우울제라고 불리는 약은 단일 약제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가 있고 약물 별로 다른 효과와 부작용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의 종류와 사용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항우울제의 종류

항우울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SSRI 약물군(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 약물)입니다. SSRI 약물만 하여도 성분별로 10여 종입니다. 대개 한 가지 성분이 시장에서는 회사 별로 여러 가지 이름으로 판매가 됩니다. 즉 SSRI 약물만 수십 여 가지 제품명으로 판매가 됩니다.
 


항우울제는 SSRI, SNRI, NASSA, DNRI, TCA, MAOI 등등 여러 군의 약물이 있습니다. 이 약물 군별로 여러 성분의 약물(성분명)이 있고, 실제로 판매되는 약물(제품명)은 수십여 가지에 이릅니다. 이처럼 항우울제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고 판매가 됩니다.

 

2) 항우울제 사용의 기본 원칙

1. 이전에 사용해서 효과적이었던 약물을 사용합니다.

과거 효과가 있었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약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계열이 좀 더 효과가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에게 효과가 있었던 약이 다른 가족에게도 효과가 좋을 수 있습니다.
 

2. 충분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사용해야 합니다.

약물치료를 하면서 가장 흔한 실패의 요인입니다. 소량의 항우울제를 며칠 동안 사용한다고 기분이 호전되지는 않습니다. 항우울제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약물이 아닙니다. 적어도 3-4 주 가량 복용 후에 효과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고 초기 용량보다 증량하여 충분한 용량을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저용량에서 충분한 효과가 있다면 고용량으로 증량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좋습니다.
 

3. 항우울제별로 특징이 다릅니다. 효과/부작용에 대한 고려를 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항우울제는 같은 효과를 내지 않고 조금씩 다른 효과를 보입니다. 예를 들면, 도파민과 관련된 부프로피온(bupropion)은 활동적으로 만드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환자가 무기력, 무의욕을 호소한다면 이 약물의 사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약물은 우울증상 개선에 더불어 불면에 효과가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좋은 약물일 수 있지만 우울감으로 무기력하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환자에게는 맞지 않는 약물입니다. 약물 별로 다른 특징을 고려해야 합니다.

약물별로 부작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심하지 않지만 약물 별로 소화기계 불편감, 두통, 과다졸림, 불면, 불안 증가 등의 부작용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부작용의 빈도와 심한 정도는 약물의 성분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환자의 나이, 성별, 호소하는 증상을 고려하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해야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3) 항우울제 처방 시 환자가 알아야 될 사항

항우울제의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2주, 대개는 3-4주가량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항불안제, 수면제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약물을 복용한다고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모든 증상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일부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고, 환경적인 요인에서의 변화도 같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힘든 상황에 있으면 힘들 수밖에 없고, 약물 사용은 그 상황을 힘들지 않게 잘 견뎌내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약물의 효과가 부족하면 다른 약을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습니다.

항우울제 단독 사용은 중독이나 남용의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또한 심한 부작용은 없고 소화기계 부작용이 나타나는 데 대개는 1주 내에 나아지고 필요시 다른 약물로 교체가 가능합니다. 항우울제는 단순히 현재 증상의 조절뿐 아니라,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재발을 막는데도 효과가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은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부작용 없이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약물과 개인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약물을 적절한 용량으로 적절한 기간 동안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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