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유년시절 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에 대한 기억은 청소년기를 훨씬 지난 중년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년시절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건강하며, 덜 우울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는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과거의 많은 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연구들은 젊은 성인들에게서만 나타난 효과를 살펴보았을 뿐이다.
 

사진_픽사베이


미시간 주립대(Michigan State University) 윌리엄 초픽 교수(William Chopik)와 그의 연구팀은 과거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기억이 아이가 자라 중년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22,000명이 넘는 미국의 중년들을 대상으로 적게는 6년간 길게는 18년간 추적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설문지에서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기억을 회상했을 때 그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응답자들의 현재 건강상태에 대한 자기보고(self-reported), 그리고 기타 여러 건강 지표들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 부모에게 애정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중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덜 우울하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건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부모에게서 받은 애정에 대한 기억의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어머니에게서 받은 애정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애정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과거 세대는 아이의 주 양육자가 여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요즘 세대에는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만큼 미래에는 이들 효과의 차이는 좁아질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만약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선택적으로 재구성해 마치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았더라고 믿는 경우는 어떨까?

실제로 초픽 교수가 2015년에 쓴 또 다른 논문에 따르면 낙관주의(Optimism) 성향은 중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점차 증가하다가 50대 이후에서 최고점을 찍고 이후 70대가 넘어가면 다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이번 연구에서 조사대상의 평균 연령이 5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어린 시절 양육자들에게서 애정을 받은 여부와 상관없이 낙관주의 성향 덕에 마치 과거의 기억이 좋았던 것처럼 포장된 것일 수도 있다.

낙관주의 또한 자기보고식(self-reported) 건강 상태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기억은 애써 잊어버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을 긍정적인 쪽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정신적 및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결론에 이르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한 만큼 이와 관련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참고

Changes in Optimism Are Associated with Changes in Health Over Time Among Older Adults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841504/

Happy Childhood Memories Linked to Better Health Later in Life
https://www.apa.org/news/press/releases/2018/11/happy-childhood-memories.aspx

Is Sugar-Coating Bad Childhood Memories a Winning Strategy?
https://www.psychologytoday.com/intl/blog/the-athletes-way/201811/is-sugar-coating-bad-childhood-memories-winning-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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