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곧 스물셋 되는 여대생입니다. 제목 그대로 자발적인 모쏠이에요.

살면서 짝사랑도 없었고 연애경험도 없고 심지어 남자 연예인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 영화를 볼 때도 키스 장면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져요.

오히려 길을 가다 보면 잘생긴 남자보다는 귀여운 여자에게 눈길이 가요. (그렇다고 여자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에요).

제일 그런 감정에 가까이 가본 경험은 아마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봤을 때인 듯해요.

 

선배한테 소개받아서 연락을 주고받던 남자도 결국 고백과 동시에 부담스러워져서 거절하고 연락 끊었어요. 연애야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이쯤 되면 저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걱정이 돼요.

나름 연애 에세이도 찾아 읽고 친구들에게 고민상담도 해 봤는데 변한 게 없어요. 아직도 연애라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요.

남녀 사이도 충분히 친구로 지내며 10년 20년 잘 살 수 있을 텐데 굳이 연애를 시작해서 수많은 감정의 널뛰기를 겪고 결국 이별로 끝을 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저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까요? 아니면 에이로맨틱을 의심해 봐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사람마다 시기에 따라서 연애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중간 학년쯤을 생각해 보면 되겠네요. 이때 여자 아이들은 이성에 대해 관심이 생기지만 남자아이들은 아직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는 시기죠.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당연히 연애에도 관심이 없고요.

중학교 시기가 되면, 동성 간의 관계 형성과, 롤 모델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성과 연애에 대해서는 역시 큰 관심은 없죠. 대신 우정과 유명인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시기입니다.

이런 발달적 측면 이외에도,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우선순위냐에 따라서, 성인의 특정 시기에도 연애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고백을 했는데 동시에 부담스러워졌다, 연애는 감정의 널뛰기를 하다가 이별로 끝이 난다.'는 부분은 함께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표현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설명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추측을 해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네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합니다.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꽤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까요.

만남이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니, 대화 없이도, 아무리 만남의 기간이 짧아도 만남이라고 할 수 있죠.

길을 가다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순간적인 상호작용이 있으니, 만남이라 할 수도 있어요. 다만, 아주 가벼운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고 관계일 뿐이죠. 그러니 스쳐 지나간 이후에도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않는 것이고요.

질문자 분은 이런 가벼운 관계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주변에 남자를 소개해 줄 정도의 관계는 있으니까요.

 

지금 고민 중인 깊은 관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생각해 보면, 표현하신 '깊은 관계에 대한 부담'의 근원이 떠오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요소 중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죠.

평소 남들에게 알릴 수 없었던 자신의 느낌, 생각, 경험 들을 공유하는 과정이 깊은 관계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 필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내 무언가를 상대방이 알았을 때, 나를 밀어내거나, 나를 해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믿음이 필요하죠. 이 믿음 없이는 그런 공유가 일어날 수 없기도 하고요.

그러니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쉽게 생기지 않는 분들은 깊은 관계가, 특히 로맨틱한 관계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다른 요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입니다.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죠. 내가 나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상대방과 공유하는 동시에, 나도 상대방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상대방의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가끔은 그것을 아는 것 때문에 생기는 책임감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깊은 관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또 어려운 이별을 여러 번 반복하신 분들은, 외롭지만 내가 이별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깊은 관계로 빠져드는 것을 외면하시죠.

 

개인의 연애사는 기본적으로 부모님의 연애사에 영향을 받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자녀는 부모의 곁에서, 사랑 안에서 일어나는 부부의 상호작용과, 그 상호작용에 대한 각각의 생각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20여 년 동안 사랑에 관해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이 나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한 입 먹어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처럼, 사랑도 한 번은 경험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 입 먹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옆에서 질문자 분을 지지해주고, 걱정거리를 함께 조절하는 전문가가 도움이 될 수 있죠.

 

10대의 연애, 20대의 연애, 30대의 연애는 모두 다릅니다. 때를 놓치면, 그때 할 수 있는 사랑을 하지 못해요.

그러니 빠른 시일 내에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대의 연애는 한 입도 안 먹어보기에는 아까우니까요.

 

 

♦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연구소 강남센터 개소 기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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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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