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50세 여성 A 씨는 잠결에 문 밖에 있는 사람 형체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너무나 선명한 형태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아 이러다 정신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납니다.
- 35세 남성 B 씨는 항상 타고 다니는 버스 113번을 최근 여러 차례 다른 번호로 착각하여 잘못 탑니다. 일이 많고 피곤하여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이 같은 일이 지속되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합니다.
착각(Illusion)은 지각(perception, 느끼고, 무엇인지 아는 것)의 한 변형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실재하는 감각 대상을 없다고(부분 또는 전체) 지각하거나 실제와 다른 형태로 지각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감각 대상이 없는 것에 대한 지각을 일컫는 환각(hallucination)과 일정 부분 공통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착각은 흔히 경험하는 현상으로 병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시각 착각 - visual illusion, 즉 착시에 대한 것을 다루기 때문에 착각과 착시를 혼용해서 사용하더라도 착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병인가 아닌가를 현상만 가지고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각한 것을 어느 정도 세기로 믿고 있는지,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기능 수행에 무슨 문제를 일으키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착시에 대한 것은 시각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밝기나 빛의 대비와 같은 주변 환경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도 합니다.
착각(착시)은 매우 일반적인 것으로 그 자체는 크게 문제라 볼 것은 아닙니다.
뇌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것을 넘어 많은 부분을 보상하여 지각합니다. 기능 차원에서 보면 착시는 여러 시각 요소를 짝짓고, 그룹화해서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패턴으로 만들기 위한 정상 기능입니다.
이것은 주어진 정보를 감각 시스템에서 최적화하여 전달하는 과정(gain control)과 신경계의 다양하고 복잡한 인지기능과 합쳐지는 과정(integration)을 거쳐야 가능한 작업입니다. 즉, 착시는 눈의 움직임과 시야에 더한 신경계의 협동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는 사람의 얼굴을 찾는데 특화되어 있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우연히 본 사물이나 애매한 시각 정보에서도 얼굴을 찾도록 설계되어있는데,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것이라는 가설이 있기도 합니다.
이 기능에는 실제 얼굴을 찾는 것뿐 아니라 얼굴이라고 믿는 착각도 포함합니다. 자동차 앞모습이나 건물, 사물에서 사람 얼굴을 찾는 것이 비슷한 현상이지요.
뇌의 방추이랑(fusiform gyrus)이 이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데, 물리현실과 주관적 인지 사이의 차이를 착시를 통해 뇌가 메꾼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듯 정상적이고 일상적 기능인 착시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각 정보를 판단하는데 착시는 휴리스틱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확실하게 그 요소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또 정상적 기억에 대한 오류(착오)나 생각의 오류를 시각화하여 경험하기도 합니다. 주의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피암시성이 큰 경우 등 다양하고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히 평소와 다른 지각을 하였다 하여 착시를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착각은 지각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의 지각에 대한 접근에도 쓰이고, 예술가는 작품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광고에도 시각을 끄는 효과로 널리 쓰이기도 하지요.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생기는 착시(Filling in process)를 사용하기도 하고, 애매한 정보는 같은 대상을 서로 다른 지각으로 받아들이기에(Ambigous Illusion) 이를 그림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 참고
Marvels of illusion: illusion and perception in the art of Salvador Dali.
Notredame et al. August 2014. What visualillusionsteachusaboutschizophren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