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저는 주변에서 무엇이든 잘한다, 책임감 있다는 이야기를 항상 들을 정도로 성실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였습니다.

본래 갑상선저하증이 20대 초반까지 있었어서 더욱더 정신력으로 버티며 열심히 살려고 했던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아무것도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냥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저는 정말 심각한데, 남들에게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제 삶에 우울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30대 중반이 되도록 자리도 제대로 못 잡고 또다시 이직 걱정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직하겠다는 마음도 무기력의 연장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좋은 가족들, 착한 남편, 멀쩡한 신체, 그 어느 것도 핑계 댈 것이 없다는 것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그냥 더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오히려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취미생활이 없는 것도 아니고 종교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종교적으로도 삶을 끝내는 것에 대해 점점 더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스스로 삶을 끝낼 용기는 없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면 정말 너무 괴로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왜 열심히 삶을 살아갈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질문자님은 지금까지 참으로 성실하고 모범이 될 만한 삶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연이 안타깝고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먼저 우울하다는 것에는 어떤 객관적인 이유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좋은 남편이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든 질문자님이 우울하게 느끼신다면 그게 맞는 것입니다.

질문자님에게는 진짜 내면의 고통과 아픔일 것이고 그것이 실재하는 심리적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더 힘들어'라고 하면서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자책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질문자님처럼 착실하게 살아오신 분들일수록 어느 순간 의욕이 떨어지고, 지치고,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마음의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를 소진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어진 일을 완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지나치게 혹사시키고 적절한 충전이 되지 않는다면 뇌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소진증후군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어느 정도 삶에 성취를 이룬 이후에 이러한 우울감, 무기력감이 찾아온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는 고생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 달라고 자기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하시는 일과 주변의 걱정거리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여유를 가지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에도 충전이 필요하듯 지금 질문자님에게도 충전이 필요한 것이지요. 

 

질문자님이 말씀하신 증상들이 지속된다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글만 봐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우울증이 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반드시 정신과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갑상선 저하증이 재발한 경우에도 무기력감, 우울감이 올 수 있으니 이와 관련된 진료도 함께 받아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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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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