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사연) 

저는 30대 직장인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을 입학하고, 군 복무 후 바로 복학하여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 이직까지 갭 없이 하여 6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식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 이유가 생기면 쉴 때가 됐다, 그만두고 쉬어야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문제는 본인은 술을 좋아합니다. 술을 마신 계기가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교우였으나 시간이 지난 후로 지금에 와서는 알코올 중독증 정도로 너무 의존적이라 고민에 빠졌습니다.

처음의 계기는 작년 회사에서의 일로, 회사에 대한 기대가 무너짐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지속적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이직에 대한 불안감, 실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랜 음주기간을 가졌으나 이번에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은 꽤 심각합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서도, 다음 날 집에서 친구들 몰래 술을 마시고, 여자 친구 몰래 술을 마시면서 여자 친구를 만나면 술을 안 마신 척 술자리를 요구합니다.

그렇게 거의 1년간 하루 이틀의 갭을 지나 꾸준히 2~3주간 술을 마시고 있으며 이제는 육체적으로 이상을 느끼고 불면증과 불안감, 떨림 등 이상증세가 보이고 있습니다.

본인은 모르지만 여자 친구는 언행이 과격해지고 평소 같지 않다며 이상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알코올 중독증이나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고 싶지만, 사람이 정신이 멀쩡한데 정신병원을 가자니 너무 참혹하고 걱정이 돼서 글을 먼저 남깁니다.

 

독립 중인 저는 본가에 가면 항상 술을 사들고 갑니다. 그럼 아버지는 오랜만에(일주일 정도 마다) 오니까 이해해 주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절제하려 하십니다.

하지만 나는 오랜만에 왔으니 마셔도 된다와 함께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으니 마셔도 된다, 혹은 월급을 받았으니 마셔도 되고 비가 오니 막걸리를 마셔도 된다, 친구가 생일이니 마셔야 되고 결혼하니 마셔야 되고 이유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너무 심각한 거 같아 글을 남기오니 제가 문제가 있다면 치료받을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역 푸른 정신과 원장 신재현입니다. 자신의 음주 행태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음주가 문제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CAGE scale이라는 검사 척도를 따라가 보는 겁니다. CAGE는 총 4개의 질문 항목이 있으며, 각 알파벳은 문항의 머릿글자를 뜻합니다.

C는 cut down, 즉 음주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A는 Annoyed, 즉 다른 이에게 음주 행동으로 인해 비난받은 적이 있는지, G는 Guilty feeling, 음주로 인한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E는 Eye-opener, 즉 눈을 뜨면 술을 찾는 '해장술'을 먹어본 적 있는지에 대한 항목입니다.

각 연구마다 'yes'라 답한 항목이 몇 개 이상이어야 문제 음주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위 4가지 항목 중 해당되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제 음주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질문자님의 경우 3가지 이상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네요. 음주의 양, 음주를 지속하는 기간도 문제지만, 질문자님처럼 음주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음주를 지속하려 한다면 우려가 되는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음주 행태에 대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지속적인 음주가 계속되는 상태라 치료를 위해 음주를 중단할 경우 심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일시적인 해독치료와 금단 증상의 조절을 위해서는 잠시 입원치료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을 어떻게 가냐’고 하셨지만, 지금처럼 음주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이라면 행동을 변화시킬만한 계기가 없다면 지금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힘든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정신과 전문의와의 첫 상담이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 음주 행동은 심한 내적 고통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음주 행동으로 회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도피처로 술을 찾다가, 결국 술 자체에 안주해버린 탓이지요.

내적인 고통(우울이나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정신과적 접근과 더불어, 음주의 촉발 자극을 찾아보고 이전과는 다른 대처 방법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한시바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현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 심층적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혹은 알코올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 문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