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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일도 못하게 만드는 우울감 - 우울감과 효율의 저하

기사승인 2019.01.31  04: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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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자신감이 전혀 없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져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데 처음에는 시험에 탈락한 게 문제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공부를 해야 하는데 갈피가 잡히지를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 밤에 잠을 못 자 그런지 하루 종일 멍하고 집중이 안 돼서 효율이 떨어져요.

주변에서는 마음의 문제라고 독하게 마음먹고 이겨내라고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우울감은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과 같이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면 우울감, 자괴감, 무기력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마음의 정리도 되면 점차 회복이 되고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좋은 친구들과의 만남, 가족들의 지지, 도움이 되는 책이나 영화 등등의 긍정적인 경험은 이런 회복을 빠르게 합니다.

이런 일상적인 우울감은 꼭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정신은 스스로 회복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 resilience)

하지만 우울증(depression)에서의 우울감은 일상적인 우울감보다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됩니다. 우울하다고 느끼는 정도와 빈도가 심하여 이전 같은 기능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상황이 변하고 좋은 일이 있어도 부정적인 감정이 썩 나아지지 않고 지속됩니다.

무기력감, 의욕저하, 불면, 답답함, 불안감, 걱정 등의 증상도 같이 동반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일시적이 아니라 수주 이상 장기화되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일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초기에는 우울감 또는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반복되거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은 우울증을 강화시킵니다. 우울감 자체가 스트레스를 만들고 심한 우울증 단계로 진행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떨어지게 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좋지 못한 결과에 절망합니다. 잘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 우울하고, 생각이 많아져서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잠을 못 자니 다음 날 집중이 안 되고 효율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이 지나니 여전히 잘 못하고 독하게 마음을 먹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합니다. 빨리 힘을 내서 성과를 내야 하고 초조해집니다. 길을 못 찾고 막막하기만 한 자신이 밉게만 느껴지고 더욱 심한 우울감을 경험합니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일상적인 활동능력이 저하되어 효율이 떨어집니다. WHO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부담률이 2030년에는 암, 허혈성심질환, 교통사고 등을 넘어서는 가장 높은 1위로 예측합니다.

이는 우울증상으로 인한 개인이 충분한 능력이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충분히 능력을 가졌고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맞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질병에 따른 증상으로 인하여 능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효율성의 저하로 인하여 공무원 시험 탈락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계속해서 맞이하게 됩니다.

 

초기에 부정적인 상황이 있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점차적으로 우울감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악화된 상황이 더 큰 우울감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부정적인 상황 → 우울감 → 우울감으로 인한 일상 능력의 저하 → 부정적인 상황의 악화 → 더 심한 우울감 경험 → 일상 활동 능력의 저하의 심화 → 부정적인 상황의 악화 → 더욱 심한 우울증 → ....]

위의 도식처럼 좋지 못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반복되면서 더욱 심한 우울증의 단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런 상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편견과는 달리 부작용은 많이 없는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마음을 먹고 다잡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와의 심층 상담, 증상에 따른 적절한 약물치료는 증상 개선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물론 치료를 받는다고 우울증상이 하루아침에 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1개월 이상은 치료를 받아야 전반적인 항우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증상(불면, 불안감, 신체증상 등)은 초기부터 개선이 됩니다.

환자들은 초기에 수면의 호전만으로도 집중이 잘 되고, 효율이 나아졌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좀 더 치료를 통하여 점차적으로 의욕도 생기고 기분도 나아지고 집중이 잘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치료를 통하여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가로막는 여러 편견, 선입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잘못된 소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고 취업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이 독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것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우울감은 초기에는 부정적인 상황과 연관됩니다.

하지만 점차 만성화되고 일상적인 능력을 감소를 가져옵니다. 이런 능력의 감소는 더 큰 스트레스와 연관되고 더욱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됩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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