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 남자입니다. 성격은 털털한 편이고 ADHD 진단을 받았는데 현재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렉사프로 아빌리파이 메틸페니데이트 이런식으로 약을 먹고 있어요. 뭐 그것도 이거와 관련 있는지는 잘은 모르겠고요.

다른 건 아니고 제가 운동을 매우 좋아해요. 오늘도 운동을 엄청하다가 왔습니다.

 

20대 초반에 금지약물인 근육 강화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구매하고 경구로 투여하는 약을 먹었죠. 그때 당시에 굉장히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강해지고 싶었고 세지고 싶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육상선수 벤 존슨이 약물을 투여하듯이.. 야구선수 베리 본즈가 투여하듯이 그런 생각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그런 약물까지 썼던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근데 문제는 그때의 잘못된 행동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털어내지 못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 스테로이드 관련한 생각을 하면 생각하면 답이 잘 안 나와요. 제가 성격이 집요한 건지 생각해도 생각해도 답은 안 나와요.

아 나는 정당하다..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해요. 뭐 이렇다 할 답은 안 나오고. 그냥 뇌를 방치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런 생각하는 회로를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각하다 보면 괴로워요. 그래서 그런지 몇 년이 지난 지금의 느낌은 건망증도 심해지고 일을 예전보다 잘 처리를 하지 못해요.

 

저의 소개를 하자면 mmpi 상 반사회적 성격 그리고 강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기적으로 반사회적행동을 저질렀다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아주 주기적으로 그런 기간들이 있었고 그런 괴로움이 반복되는 걸 막고자 그런 반사회적 마음이 들 때 그런 마음을 눌러버리고 적응적인 그런 생각을 심으려고 많이 노력하는데요. 효과를 볼 때도 있는대 효과를 못 볼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어요.

 

저는 최고가 되고 싶거든요? 그런데 스테로이드를 쓴 이력 때문에 뭔가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행복감을 계속 느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무 잘못도 안 했을 때의 그 행복감을 되찾고 싶거든요. 한동안은 행복에 관한 생각에 대해서 많이 빠져있었는데 그런 것 같아요.

잘못을 많이 하면 할수록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나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거든요.

저는 미소를 잃었어요, 그 스테로이드란 놈 때문에. 밝게 웃을 수가 없어요. 제 안의 잘못된 것들 때문에... 예전엔 참 천진난만하게 밝게 잘 아주 잘 웃었었는데 말이죠...

현재 모 대학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는데..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제가 어떤 점이 좀 이상해 보이시나요. 뭔가 원포인트로 정신레슨을 받아야 될 것 같아요.

약 이야기, 감성적인 이야기, 위로를 하는 이야기보다 제가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 필요한 뭔가를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쉽지 않겠죠?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입니다. 

현재 성인 ADHD로 약을 처방받고 있군요. 최근에 많은 분들이 성인 ADHD를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많은 증상의 호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죠.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시는군요?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하고 멋진 몸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뇌신경세포의 재생 및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약물 및 상담 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권하죠. 

운동을 좋아하시다 보니 조금 더 멋진 몸매를 만들고 싶고 조금 더 향상된 운동 실력을 가지고 싶었겠군요. 그래서 한동안 스테로이드 약물을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복용하였네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운동 능력의 향상과 근육 등의 육체적 외모 때문입니다. 약물을 사용하면 운동 중 피곤을 덜 느끼고 더 오래 할 수 있으며 회복시간도 짧아지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야구, 격투기, 육상 등 힘을 많이 쓰는 운동선수들은 약물 사용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스테로이드(Anabolic androgenic steroid) 약물 사용을 금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시적은 근육 강화는 있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은 심장, 간에 부담을 주고 고환의 위축, 여성형 유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분 변화, 공격성, 분노, 짜증 등의 성격 변화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는 분들은 신체적인 외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존감이 외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함께 주변의 인정과 명성 등 사회적으로 높다고 생각되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착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현재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 않으시네요. 그런데 과거의 실수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떠오르고 없어지지 않아 괴롭고 죄책감을 느끼시는군요. 이런 강박 사고는 없애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생각이 나고 생각이 더 깊어지고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억지로 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내가 ~~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것들 때문에 힘들구나.” 등 있는 그대로 본인의 생각을 인정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러면 강박 사고에서 조금 편할 수도 있습니다.

강박 생각으로 괴롭고 힘들 때는 호흡 훈련을 하며 긴장을 이완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코로 숨을 마신 후에 5초간 정지하고 천천히 내뱉어 보세요. 이런 복식 호흡을 3~5분 정도 한다면 강박 사고가 조금 줄어들을 수 있습니다. 찬바람을 쏘이면서 평온한 이미지를 생각하며 찬물을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에 서술한 외모에 대한 집착과 강박 성향이 MMPI 등의 심리검사에 나타날 수도 있겠네요.

성인 ADHD 환자분들은 ADHD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도 공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높은 공존 질환은 불안 장애와 기분 장애죠. 그래서 아마도 현재 ADHD 약물과 함께 Lexapro, Aripiprzole 등을 복용 중이신 것 같습니다. 

현재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 진료 중이시니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같이 치료를 이어나가 보세요. 대학 병원은 상대적으로 진료 시간이 짧으니 상담 치료를 길게 하는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저의 상담이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드림.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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