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 증상의 첫 시작을 돌아보자 - 공황장애 알아보기(1)

 

불안해요, 저 공황장애 아닌가요?

화려하고 밝아 보이는 연예인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은 그들에게도 그림자는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 배우, 방송인들이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고, 공황장애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프로그램에서는 유명 웹툰 작가가 운전 중 불안감을 호소하며 약봉지를 그대로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방송을 타기도 한다.

방송 매체에서의 모습은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의 몫이라지만, 병의 전후 사정과 전반에 대한 정보 없이, 초조해하는 모습 그 자체가 ‘공황장애’라는 질환의 이미지와 연결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초조함,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들 말이다.
 

불안과 공황은 동의어일까?

언제부턴가 자신이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이 ‘공황장애가 아닌지’를 묻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이니만큼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꽤 많은 정보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병의 범위를 특정하고 난 후 병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대중들에게는 ‘불안=공황’이라는 인식이 드물지 않다.

이 또한 매체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인 불안에 비해 공황은 그 증상의 결이 꽤 다르다.

공황을 뜻하는 ‘panic’이라는 단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장난꾸러기 신, 팬의 이름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팬은 동굴 안에 가만히 숨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어 그들의 경악하는 모습을 즐겼다.

이처럼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길, 적막을 뚫고 나오는 기괴한 소리를 마주한 행인의 당황과 공포가 바로 공황의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공포의 대상은 보이지 않지만, 급격한 공포감과 더불어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는 듯한 느낌,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듯한 질식감과 과호흡, 온몸이 경직되고 식은땀이 나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이러한 느닷없는 심리적, 그리고 신체적 불안 반응을 겪다 보면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러다 미쳐버리는 건 아닌지’와 같은 공포 반응 자체에 대한 공포가 엄습한다.

만성적이거나 막연한 불쾌감과는 다른,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하게 밀어닥치는 공포가 바로 공황(공황발작, panic attack)이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여태껏 한 설명을 듣다 보면, ‘내가 예전에 겪었던 거 같은데?’ 라며 놀라는 이들도 있을 테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 공황 자체는 꽤나 많은 사람이 겪는 불안 반응 중 하나다.

최근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거나, 어떤 이유로 수면이 과도하게 부족한 만성 피로 상태, 혹은 이전보다 과음을 하게 될 경우 위에서 기술한 급격한 불안 반응을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실제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황도 인구의 약 10%가 겪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열 명 중 하나는 이유모를 심한 불안 반응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럼 공황을 겪은 경험이 있는 나는 ‘공황장애’인 걸까?

인구의 10%가 공황을 겪는다면, 공황장애는 결국 열 명 중 하나는 만나게 되는 병일까?

여기서 공황장애의 좀 더 정확한 진단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공황은 공황장애라는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진단요소 중 하나다. 바꾸어 말하면 공황을 겪었다 해서 모두 공황장애라 진단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사실 공황의 발생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1) 공황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지속적인 염려와 두려움(예기불안)이며, 또 2) 예기불안으로 인한 대인 관계, 사회적 활동, 일상생활에의 제약이다.

즉, 공황 그 자체보다 공황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과 의미부여를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삶의 반경이 점차 좁아지게 되는 것이 공황장애가 가진 무서움이다.

공황 자체만 겪었다면 공황장애로 진단 내릴 수 없다.
 

사진_픽사베이


공황장애로의 갈림길? 공황에 대한 의미부여

그렇다면 공황에서 공황장애로 발전하는 이유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신이 공황을 겪었을 때, 그 현상 자체에 대해 갖는 인식과 의미부여이다.

공황이 그 순간 얼마나 강렬했는지보다 공황이 끝난 후의 대처와 그 경험에 관한 인식이 공황장애로의 진행 여부에 더 큰 관련이 있다는 말이 되겠다.

자신의 몸에 느닷없이 생긴(사실 이유는 있지만) 이해하지 못할 현상들로 인해 응급실을 수차례 방문하여 온갖 검사를 하거나, 각종 병원의 각 과를 돌아다니며 몸에서 일어난 반응들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행동이 공황장애의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공황장애는 신체에 대한 충분한 (혹은 넘치는) 검사 후에도 뾰족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황장애의 생리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는 CT, MRI나 혈액검사에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린다.

첫 번째는 ‘별문제 없다니 괜찮겠지’라 생각하는 유형이다.

분명 알 수 없는 몸의 반응이 나타났었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니 일단 안심하고 보는 거다.

검사 결과에 수긍하고 최근 좀 무리해서 그렇다거나, 업무가 늘어서 그렇다거나 하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두 번째는 ‘별 문제가 없다니, 그게 말이 돼?’하는 유형이다.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실제로 겪었는데도, 검사 결과에는 이상이 없다니!

그들은 검사에도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 다른 이유를 찾는다.

그 이유는 대개 아직 현대의학으로 밝혀낼 수 없는 심장 질환, 병원에서 채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뇌 질환 같은 극단적이고 파국적인 것들이다.

말할 것도 없이 공황장애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은 두 번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대개 증상의 원인을 끔찍한 신체 질환으로 돌리기 시작하며, 점차 약간의 신체 변화에도 과민 반응하기 시작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식이다.
 

두 유형의 반응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특히 주변의 사건들과 스트레스에 평소 어떻게 받아들여왔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성격 특성, 혹은 스키마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스키마는 의식의 수면 아래서 미묘하게 동작하기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두 번째 유형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다.
 

결국 공황을 경험한 후, 그 경험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공황장애라는 병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할 수 있겠다.

바꿔 말하면 반복적인 공황 반응에도 ‘이건 곧 지나갈 것이고, 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만 있다면, 공황장애가 만들어내는 삶의 여러 영역에서의 제약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황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알려져 있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 또한, 공황장애의 반응 자체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인식을 갖게끔 하는 정신교육(psychoeducation)이다.

공황은 인간에게 내재된 불안 체계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상적이고 안전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공황에 대한 공포를 줄일 수 있다.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치료 중인 이들도 정작 공황장애가 왜 생겨나는지에 대해, 또 공황 반응의 본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만약 공황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공황 반응에 대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대한 공포’는 반감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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