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면검사를 받으러 간 45세 직장인 K씨는 불면증과 무기력증으로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수년 전부터 잠들기 힘들어서 인근에 있는 의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였는데, 먹으면 잠은 오지만 자다가 깨는 일이 자주 있었고 다음날 아침 머리가 맑지 않고 두통이 심하기도 했다.

가끔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잠들려고 해 보았지만 잠들기는 더 힘들어져서 수면제를 중단하기도 힘들었다.

낮 동안 무기력과 졸음으로 시달렸고, 운전 중 졸다가 앞 차와 접촉사고를 낸 후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면클리닉을 방문한 K씨는 전문의 진찰에 앞서, 간호사로부터 몇 장의 질문지를 받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의 전반적인 수면양상을 적는 수면일기, 낮 동안 졸음 정도를 기록하는 엡워스 졸림증 척도, 아침형-저녁형 여부를 묻는 아침형-저녁형 척도 등에 대해 기입하였다.
 

전문의는 질문지 내용을 참고해 가며 K씨의 증상에 대해 꼼꼼하게 물어보았다. 전문의는 잠들려고 자리에 누웠을 때, 종아리가 불편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물었다.

K씨도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그것이 병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전문의는 몇 가지 사항을 추가로 확인 후 ‘하지불안증후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문의는 K씨가 자는 중 자주 깨고 아침에 입이 마른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듣고, 코골이에 대해서 물어보고 혹시 잠을 자는 도중 숨을 쉬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K씨가 최근 2년 사이에 체중이 5킬로그램 정도 늘면서 코골이가 심해졌다.

아내는 K씨가 코를 골다가 숨을 멈추고 30초 이상 있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걱정을 한다고 했다.

전문의는 혹시 술을 마신 후 코골이가 더 심해지고 옆으로 자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고, K씨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전문의는 K씨의 코와 구강을 검진해 보고는 단순 코골이가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K씨가 앓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도 수면무호흡증과 관련이 높으며, 이 질환을 치료하면 고혈압과 당뇨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K씨가 낮 동안 기력이 없고 심하게 졸리는 것도 불면증에 의한 수면 부족에 수면무호흡증으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겹쳐 생긴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전문의는 K씨에게 몇 가지 혈액검사와 함께 야간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하였다.
 

K씨는 예약한 날 저녁 7시에 수면검사실을 방문하였다. 수면기사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은 후 몸에 여러 가지 센서를 부착하였다.

전극과 전선을 몸에 부착해서 활동하기 다소 불편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고 센서를 부착한 상태에서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었다.

준비를 마친 후 침대에 앉아서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한 검사를 1시간 정도 한 후,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낯선 곳에서 잠을 못 들어 검사를 망치면 어떡하나 하는 처음 걱정과는 달리 쉽게 잠들었다.

약 8시간 동안 검사를 한 다음날 아침 6시에 기사는 K씨를 깨웠다. K씨는 샤워를 한 후 바로 회사로 출근하였다.
 

검사 후 다시 수면클리닉을 방문한 K씨는 전문의로부터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룻밤 동안 자신의 수면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요약되어 있는 그림 한 장을 보니 쉽게 이해가 되었다.

K씨는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해 잠들기 전에 다리가 불편해서 쉽게 잠들지 못했고, 그 심한 정도 역시 검사 결과에 나와 있었다.

또 수면 중에도 주기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어 깊은 잠을 취하지 못했다.

코골이도 심한 편이었고,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무호흡도 시간당 60회 정도 나타나 있었다.
 

전문의는 컴퓨터에 저장된 검사 기록 중 무호흡, 주기적 다리 움직임 및 수면 자세 등을 보여 주었고, K씨는 자신의 수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의는 K씨의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서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수면무호흡에 대해서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함께 구강과 인후의 구조 등에 대해 추가로 정밀한 진찰을 받았다.

수면무호흡이 심하고 K씨의 구강 및 인후 구조상 수술이 적합하지 않다고 하며, 수면전문의는 상기도양압술 치료를 권하였다.

상기도양압술은 코를 통하여 일정한 압력을 불어넣어 기도가 막히는 것을 뚫어주는 치료 방법으로 심한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마치 안경을 쓰기 전에 안경 도수를 정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듯, 상기도양압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적정 압력을 정해야 했다.
 

K씨는 수면검사실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압력처방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면전문의는 적정압력과 램프타임, 적합한 상기도양압술치료기 등을 추천해 주었다.

또 체중을 줄일 것과 술, 담배를 끊을 것, 생활 습관을 바꿀 것 등을 권하였다.
 

K씨는 약물 복용 후 하지불편감이 사라지면서 쉽게 잠들게 되었다.

상기도양압술 치료를 시작하면서 코골이와 무호흡이 완전히 없어졌으며 낮 동안 무기력증도 사라졌다. 낮 동안 졸리지 않아 운동을 하게 되면서 체중이 줄었다.

당뇨와 혈압 조절도 훨씬 잘 되어 약을 끊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종합보고서 중에서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