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안녕하세요. 20대 직장인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남자 친구의 성적인 면이나 예전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계속 의심되고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남자 친구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제가 예전 여자 친구들에 대해 물어봐도 거리낌 없이 얘기하면서 그래도 지금 네가 제일 좋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계속 전 여친이 나보다 예뻤을까, 나보다 더 재밌게 데이트했을까, 나보다 더 사랑했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돼요.

 

또 제가 얼마 전에 남자 친구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야한 사이트를 들어가는 것을 알았거든요.

거기다 자주 가는 게시판이 있던데 거기서도 야한 사진 같은 게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이걸로 뭐라 했더니 우연히 들어가 본 거다, 게시판은 정보를 얻으러 들어간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계속 남자 친구가 야한 걸 보는 게 아닌지,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늦으면 야한 사이트 보느라 그런 건지 의심이 되더라고요.

내가 알 던 사람이 아닌가, 혹시 성매매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어요.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남자 친구랑 계속 만나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됩니다.

조언을 말씀 좀 해주세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주로 남자 친구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 궁금하고 확인하고 싶다고 하셨네요.

구체적인 사례까지 자세히 적어주셨는데 각각의 문제가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사안일 수 있기 때문에 분리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남자 친구의 과거 연애사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가고 신경이 거슬린다는 점이 있네요.

이 경우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데서 오는 열등의식, 이로 인한 불안감이 핵심문제일 수 있습니다.

예전 여자 친구는 나보다 예쁘고 잘난 사람이지 않았을까, 나보다 더 사랑했을까 하는 생각에 끊임없이 비교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글 쓰신 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지나간 사람에게 불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습니다.

이미 글쓴이와  남자 친구의 삶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경쟁을 해서 이길 수도 없어 사귀는 내내 불안감,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연애경험이 신경 쓰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연애를 통해 상대방은 배우고 성숙한 것입니다.

과거의 연애와 이별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연인을 더 이해해고 배려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남자 친구가 있음을, 과거 역시 남자 친구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남자 친구가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있으시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인 사이트, 동영상을 통해 자위 등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남성, 3/4의 여성은 주기적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기혼 남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후 15~18개월 유소아들조차 생식기 부위에 손을 대면서 쾌락감을 느낍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있습니다.

남성이 일반적으로 여성에 비해 성 욕구가 높으며 여성들이 감정적,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성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비해 남성들은 시각적 자극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는 개개인 간의 차이일 뿐 도덕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다만 과도한 동영상 시청이나 자위로 인해 일상에 문제가 생기고 상대방에게 소홀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매매 업소에 관한 것은 위의 내용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입니다.

법을 어기는 것이니까요.

성매매에 대해 혐오하고 성매매 남성과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합니다.

다만 그 의심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글 쓰신 분은 상대방 남성이 과거에 도둑질을 했는지, 폭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똑같은 범죄인데 말이지요.

왜 유난히 성적인 문제를 다른 문제에 비해 엄격하게 여기고 완고한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 자문해보는 것도 도움일 될 것입니다.

 

현재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성적인 문제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관련된 인지왜곡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 남자 친구가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는 사소한 것도 없으며 본인도 부인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성매매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성인 동영상을 보는 것이 과하지 않다면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남자 친구가 성인 사이트에 수시로 들어가는지 가끔씩 보는 것인지 밝혀진 것도 없습니다.

카톡 답장이 늦을 때 커뮤니티를 보고 있는지 의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반적으로 특정 영역(성인 사이트, 성매매)을 과장하여 선택적으로 추출하고, 임의적 추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자 친구에 대한 다소 왜곡된 생각과 불필요한 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답장이 늦을 때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ex. 성인 동영상을 보는 것은 아닐까?)을 점검하고 이를 버리거나 다른 설명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복된다면(ex. 공부하느라 바쁨., 자고 있음)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자동적 사고를 유발하는 성적인 것과 관련된 핵심적인 생각, 가치관, 가정들을 한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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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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