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정신과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성들은 월경주기에 따라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는 우울감, 수면과 식욕의 변화,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심한 우울감을 유발하는 월경전 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흔히 알려진 사실 외에도 월경주기는 연애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사진_픽사베이


1999년 ‘네이처’에는 월경주기에 따른 이상형 변화를 관찰한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이 연구는 스코틀랜드와 일본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남성 얼굴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였다.

참가자들은 월경주기 중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난포기, 배란기에 좀 더 남성성이 강한 얼굴을 선택하였다. 그것은 일회성 만남을 가정할 때 두드러졌는데 여성들은 배란기에 남성성이 강한 얼굴을 더 선호하였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계를 가정하면, 남성의 외모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주기에 따른 선호도의 차이는 없었다.
 

주: 남성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남성화(좌)와 여성화(우)한 이미지. 남, 여 표준 얼굴을 바탕으로 얼굴을 변형함.


남성성이 강할수록 면역성이 우수하다는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의 여성은 유전자가 우수해 보이는 남성을 선택한다고 해석했다.

반면에 여성적인 남성일수록 사회적이고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아이 양육에 도움이 되는 여성스러운 남자를 택한다고 추측했다.

후속 연구들에서는 주기에 따라 얼굴 외에도 체형, 냄새, 목소리 등의 선호도가 달라지는 게 관찰되었다.

이로 인해, 근 20년간 진화심리학에서 월경주기에 따라 이상형이 변한다는 가설(dual mating strategy hypothesis)이 널리 알려져 왔다.

 

하지만 2019년 1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은 이러한 가설을 반박하였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전 연구들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첫째, 대부분의 연구에서 참가자 수는 수십 명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가설을 충분히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가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월경주기를 주로 참가자들의 보고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주기 측정에 있어서 자가 보고는 부정확하기 때문에 결론을 내기 미흡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기한 문제는 특정 시점을 평가하는 단면연구 설계 자체의 제한점이었다. 이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월경주기에 따른 선호도의 변화를 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한 후속 연구에서 월경주기에 따른 얼굴 선호도 변화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대안으로 월경주기 중 성적 욕구가 증가하는 시기가 있고, 그 시기에 활발한 관계를 맺는다는 가설(Estrous model)을 제안했다.

 

월경주기 중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에스트로겐이 활발히 분비되고, 프로게스테론이 적게 분비된다.

그리고 여성의 성적 욕구는 에스트로겐과 비례하고 프로게스테론과는 반비례하는 결과를 보이다.

즉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란기에는 성적 욕구가 증가하여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배란 이후에는 성욕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주: 월경주기에 따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농도의 변화. 배란일(0일)을 기준으로 기간을 나누었다.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고,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낮다.


이 가설에서는 주기에 따른 여성의 선택이 우수한 유전자를 얻거나 양육에 유리해진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임신 가능성이 낮은 시기의 여성은 생식보다는 다른 중요한 활동(음식 획득)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 가설이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왜냐하면 이전 연구 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을수록 바람을 피우고 싶은 욕구가 높다는 결과를 보인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즉, 평상시에는 새로운 남성(아마도 더 남성적인 대상)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가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시기)에 새로운 남성에 대한 성적 끌림이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비단 성욕의 증가뿐만 아니라 이상형의 변화도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생리주기에 따라 선호 남성형이 바뀌기보다는 전반적인 성욕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요약해 보면, 월경주기에 따라 여성의 이상형이 변한다는 기존 가설은 많은 제한점이 있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어떤 가설이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겠다.

 

* 참고문헌

Benedict C. Jones. et al. (2019) Ovulation, Sex Hormones, and Women’s Mating Psycholog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3, 1

Jones, B.C. et al. (2008) Effects of menstrual cycle phase on face preferences. Arch. Sex. Behav. 37, 78–84

Penton-Voak, I.S. et al. (1999) Menstrual cycle alters face preference. Nature 399, 741

Haselton, M.G. and Gangestad, S.W. (2006) Conditional expression of women’s desires and men’s mate guarding across the ovulatory cycle. Horm. Behav. 49, 50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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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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