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홍진영, 홍선영 자매가 출연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홍선영 씨(홍진영 언니)는 시원한 입담, 먹음직스러운 먹방 등으로 동생인 홍진영 씨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홍선영 씨와 홍진영 씨가 홍선영 씨의 다이어트 문제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많이 방송으로 그려지고 있는 듯하더라고요.

 

다이어트 문제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볼 정도로 흔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많은 고민이라는 취지의 언급입니다.

게다가 홍선영 씨처럼 평균 체중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경우, 그 스트레스의 크기는 작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정신건강적 측면에서 꼭 다루어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더 쉽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세상에서 주어지는 압박감, 스트레스로부터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식욕에 대해서 먼저 살펴볼까요?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큰 적이 바로 이 ‘식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식욕이 높은 것에 대해 자책하고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려운 말 쓰지 않더라도, 식욕이 없다면 우리 인간은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필요한 욕구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이지요. 꼭 필요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섭취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시겠지만 당연히 아니지요.

그러면 이 여분의 식욕은 무엇일까요?

물론 저장하고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쓰기 위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생존을 위한 식욕에 포함시키겠습니다.

그래도 넘쳐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을 이해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더 쉽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 보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지요.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A)에게는 7자리 숫자를 외우게 하고, 다른 그룹(B)에게는 2자리 숫자를 외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 다른 방으로 와서 외운 숫자를 보고하게 과제를 주었습니다.

복도에는 초콜릿 케이크와 샐러드를 준비해두었고 둘 중 하나를 먹고 ‘과제 보고’ 방에 오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7자리 숫자를 외운 A 그룹은 초콜릿 케이크를 더 많이 선택했고, 2자리 숫자를 외운 B 그룹은 샐러드를 더 많이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이 실험의 해석은 다양하게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경우 칼로리가 높은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는 지점입니다.

이성친구와 싸운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을 때 단 것이 당기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감정적 허기’라고 합니다.

우리 뇌는 감정적으로 허함을 느끼는 것과 공복으로 인해 허함을 느끼는 것에 공통된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허함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 하는 것입니다.

 

사실 감정적인 허함을 채우는 것보다 공복감을 채우는 것이 비교적 더 손쉽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감정적인 허함을 느꼈을 때 생기는 식욕은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감정적 허기’를 ‘생존을 위한 식욕’과 구별하지 못하고 ‘먹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면 순간적으로 해결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짧게 봤을 때는 먹는 것으로 감정적 허기를 해결한 것 같아 보이지만, 길게 보면 어떨까요?

적어도 다이어트를 항상 염두에 두고 계시는 분이라면 죄책감이 뒤따라오리라 생각합니다.

이 죄책감은 또다시 감정적 허함을 가져옵니다.

그러면 또다시 먹는 것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지요.

내 바람과 달리 체중은 점점 늘어만 간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는 오히려 다이어트를 포기하는 게 다이어트에는 더 도움이 되는 모순을 일으킵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강박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셀


분명 죄책감과 스트레스는 다이어트의 적입니다.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오히려 증가하고, 식욕이 증가하면 다이어트를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고, 다이어트를 실패하면 또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순환 고리를 이루게 됩니다.

다이어트가 어려운 본질이 이 순환 고리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겠지만, 또 당사자 주변 가족들에게도 중요한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살 빼라.’라고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가까운 가족들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듯이 스트레스를 주면 다이어트는 더 어려워지는 순환 고리를 이루게 됩니다.

정말 나의 소중한 사람이 살을 빼기를 원한다면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공감을 해주면 어떨까요?

당사자들도 몰라서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오히려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에 주파수를 맞추고 공감을 해주다 보면 더 나은 결과를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었죠?

“I’m still hungry!”

이 말이 진짜 배가 고파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리라 생각합니다.

몸에서 보내는 ‘배고프다’는 신호도 모두 진짜 배가 고파서 보내는 신호는 아닙니다.

히딩크 감독의 말속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처럼 그 속에는 감정적 허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진짜 배고픔과 구별해줄 수 있다면 다이어트가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닌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정적 공허감은 ‘감정의 주인인 내’가 자세히 들여다봐 주고 보듬어줄 때 가장 잘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식욕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입니다.

다이어트를 잘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을 잘 챙기는 것도 동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다이어트 실패’와 ‘죄책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늘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홍선영 씨가 직접 언급했던 말로, 다이어트를 꿈꾸고 있는 이 땅의 홍선영들에게 제 마음을 전합니다.

 

“내가 건강하고, 내가 입고 싶은 것 입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면 그게 아름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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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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