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림 1_픽사베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만큼 더 많은 기억 - 그리고 기억에 상응하는 엔그램(engram, 기억흔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기억 - 엔그램

우리의 기억 - 엔그램(그림 2)은 그저 마음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뇌신경세포간의 연결에 의하여 존재합니다. (Donald Hebb – Cell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당시에 일어난 사건(time-place-occasion, TPO)은 그냥 흘러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겪은 나 자신이 그 당시의 감정을 담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용하여 나는 가까운 미래에 이와 같은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하게 됩니다. 그것이 기억의 역할이고 뇌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신경세포를 건강히 유지하고, 뇌건강을 지키는 것이 나의 경험과 기억을 건강히 보존하고, 인지기능과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유지하는 길입니다.
 

그림 2. 엔그램 (engram). 대조군 (control)에 비하여 강한 통증 자극 등으로 공포가 학습된 (fear-conditioned memory) 경우에는 Engram을 의미하는 신경세포간 연결 (파란색 원)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나타낸 그림.

(https://www.brainpost.co/weekly-brainpost/2018/5/1/memory-is-dependent-on-synapses-between-engram-cells)

 

신경세포는 새로 생겨나는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인간 성인의 신경세포, 특히 뇌의 신경세포는 발생 및 성장 단계에서 한 번 세포가 생겨난 이후에는 새로 세포가 대체되지 않고, 세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신경세포는 그대로이고 새로 생기거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 큰 노력 없이 없어지지 않게 유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신경세포가 없어져서 문제가 되는 뇌질환도 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에 비해 신경세포가 더 빨리 더 많이 기능을 잃고 죽으면서 여러 가지 뇌기능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등 뇌신경퇴행성질환(neurodegenerative disorder)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의문점과는 다르게, 신경과학자들은 쥐, 원숭이 및 영장류 등의 실험동물의 뇌, 특히 기억 저장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나 후각을 담당하는 후각 망울(olfactory bulb)에서는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였고, 수십 년 이상 연구결과가 쌓여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수술한 사람의 뇌나 사후의 뇌를 이용하여 사람에서도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나는 것을 관찰한 연구도 있으나, 실험동물에 비하여 연구방법에 제한이 있어 사람에서 뇌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난다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림 3. 성체신경줄기세포 (adult neural stem cell), 인간의 뇌와 실험동물은 래트쥐 모두 주로 가측 뇌실 (lateral ventricle, 뇌척수액이 만들어지고 담겨있는 공간) - 후각 망울 (olfactory bulb) / 해마 (hippocampus)에서 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하고 분화하여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듭니다.

 (https://pubs.niaaa.nih.gov/publications/arh27-2/197-204.htm)

 

신경 줄기 세포

새로 생겨나는 신경세포는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에서 발생하며, 이 신경줄기세포는 성체에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체신경줄기세포(adult neural stem cell, 그림 3)라고 합니다.

배아신경줄기세포(embryonic neural stem cell, 그림 4)는 배아-태아의 발생과정에서 역할을 하며 신경세포 및 신경세포를 도와주는 별모양아교세포(astrocyte), 희귀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를 함께 만들어서 뇌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발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합니다.

성체신경줄기세포는 배아신경줄기세포보다는 한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주로 해마와 후각 망울에서만 신경세포를 새로 만들어내고, 뇌졸중(stroke)이나 외상(trauma)에 의하여 뇌에 큰 이상이 생긴 부분에 성체신경줄기세포가 다시 활성화되어서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4. 배아신경줄기세포 (embryonic neural stem cell), 신경줄기세포 (neural stem cell)은 신경세포 (neurons)과 신경세포의 기능을 돕는 별모양아교세포 (astrocytes)와 희소돌기아교세포 (oligodendrocytes)로 분화됩니다. 신경줄기세포는 스스로 자신 세포를 만들어냅니다 (Self-renewing).

(https://kids.frontiersin.org/article/10.3389/frym.2016.00020)

 

신경줄기세포 건강을 위해서는?

성체신경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이미 쥐 등 실험동물에서 신경줄기세포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였습니다. 이미 이 방법들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1. 운동

운동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건강 유지법입니다.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 그리고 균형 운동 등이 모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운동이므로 골고루 충분한 시간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질병관리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더욱 잘 나와있고요. (http://health.cdc.go.kr/health/mobileweb/content/group_view.jsp?CID=YFBJYZ0RW8) 지속 가능한 운동을 위해서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또한 중요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2. 다양한 환경에 노출

한 연구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홀로 있는 실험동물에 비하여 당연히 풍부한 환경과 여럿이 함께 있는 실험동물이 더욱 인지기능이 좋았고 신경줄기세포도 더 많았습니다. (enriched environment) 그리고 무미건조하고 심심한 환경 - 방에서 혼자 티브이만 보는 것 등 - 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주민센터 등 지역 사회에서 마련하는 여러 가지 교육 및 경험을 하는 것이 당연히 신경줄기세포 유지 및 뇌기능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3. 조금 적게 먹기

적게 먹는다고 해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에 비해서 적게 먹는 절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체내 대사 과정 중 새로 만들고 저장하는 동화 과정(anabolism)에 관여하는 mTOR(mechnistic target of rapamycin) 등의 대사 과정이 억제될 때 신경줄기세포가 더욱 많은 것으로 보고 되었으며, mTOR는 칼로리 제한을 할 때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우울증 및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내과 질환 적극 치료

우울증은 신경줄기세포를 자극하는 BDNF(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성장인자) 분비를 줄이고, 결국 신경줄기세포를 줄이고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 치료는 BDNF를 늘리고 신경줄기세포를 더욱 건강하게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지기능을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뇌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내과질환들 또한 신경줄기세포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가 먹음에 따라서 신경줄기세포 재생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악영향을 주는 것은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내과 질환입니다.

적극적으로 우울증 및 내과 질환들을 치료하는 것이 또한 신경줄기 세포 및 뇌건강을 위한 일입니다.

 

결론

한마디로 말하면, 몸을 귀찮게 할수록 뇌는 더욱 건강해집니다. 당장은 귀찮지만 조금 더 움직이고, 더 많이 먹고 싶지만 약간 덜 먹고, 혼자가 편하지만 사람들과 조금 더 어울리고 여러 행사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병원에서 몸상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되는 질환을 교정하는 것이 결국 오랫동안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과 뇌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문헌

1.  Sorrells, Shawn F., et al. "Human hippocampal neurogenesis drops sharply in children to undetectable levels in adults." Nature 555.7696 (2018): 377.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975%C2%A0)

2. Bond, Allison M., Guo-li Ming, and Hongjun Song. "Adult mammalian neural stem cells and neurogenesis: five decades later." Cell stem cell 17.4 (2015): 385-395. (https://www.cell.com/cell-stem-cell/fulltext/S1934-5909(15)00410-5?code=cell-site

3. Spalding, Kirsty L., et al. "Dynamics of hippocampal neurogenesis in adult humans." Cell 153.6 (2013): 1219-1227.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3)00533-3)

4. Gonçalves, J. Tiago, Simon T. Schafer, and Fred H. Gage. "Adult neurogenesis in the hippocampus: from stem cells to behavior." Cell 167.4 (2016): 897-914.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6)31404-0)

 

 

♦ 정신건강연구소 용산센터에서 진행하는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