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정신과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번 편에서는 언어적 ‘만능인'으로 태어난 유아가 한 살이 되기까지 일어나는 언어발달에 관해서 주로 다루었다. 이번에는 그 외의 시기에도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태담은 태아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

가장 먼저 하는 태교 중 하나인 태담은 태아와 산모의 정서적인 면뿐 아니라 언어발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생 전 태아들도 부모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언어의 운율(prosody)을 배운다. 청각은 태아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으로 임신 20~24주가 되면 뇌와 귀가 연결되는 청각 신경망 즉 달팽이관이 완성된다. 이때부터 태아는 뱃속에서도 들은 걸 기억하고 느끼게 된다.

부모의 말소리는 양수를 통해 전해지는데, 특히 강하고(80 dB 초과), 중저음의 낮은 주파수(300 Hz보다 아래)가 잘 전달된다. 이 과정을 통해 말소리 중 단어의 소리 패턴은 전달되기 힘들지만, 영어의 강세나 중국어의 성조, 억양 같은 운율 패턴은 태아에게 잘 전달된다. 부모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태어난 유아는 기억 속의 운율 정보를 통해 언어를 배우게 된다.

태아 때 들었던 소리를 기억하기 때문에 유아들은 임신 중에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다른 여성의 목소리보다 더 좋아한다. 예를 들어 뱃속에서 들었던 엄마 목소리로 읽어 주는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 따라서 태아의 언어 및 두뇌 발달을 위해서는 조용한 방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큰 소리는 태아의 청각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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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높은음에 느리고 과장된 화법이 언어를 더 쉽게 익히게 한다.

우리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는 평소와 달리 과장되게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대개 높은음에 과장된 억양으로 느리게 말하며, 다양한 얼굴 표정을 사용한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을 ‘모성어(motherese)' 혹은 ‘부모성어(parentese)’라고 한다.

보통 성인에게 하는 말과 달리, ‘모성어'는 음이 평균 한 옥타브 정도 높다. 이로 인해 음성 단위가 더 분명하게 표현되고 청각적으로 과장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명확하게 단어를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의 성조는 음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따라서 중국인 부모는 사성을 더욱 과장되게 표현한다.

그리고 유아들은 ‘모성어'를 더 좋아한다. 유아들에게 ‘모성어'와 성인의 말소리를 선택하게 하면, 대부분 ‘모성어'를 택한다. 따라서 높은음에 느리고 과장된 표현은 유아의 언어발달을 더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어른이 혀 짧은 소리 같이 유아의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은 언어발달을 저해할 수도 있기에 피해야 한다. 

 

3. 음악교육은 듣기 능력을 향상시킨다.

듣기 능력은 언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기 유아기의 듣기 능력은 초기 아동기의 언어능력을 예측하는 중요 지표이다. 그리고 청각적 언어 처리 능력에 문제가 있으면 향후 난독증, 언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음악교육이 청각 능력뿐 아니라 언어, 인지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악교육은 말을 듣고 처리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음악교육은 뇌를 변화시켜 아이들이 청각적 신호를 더 세밀하게 구별할 수 있게 하는데, 특히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의 듣기 능력이 음악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받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우수하였다. 이를 뇌의 전기신호로 분석해보니 뇌간(brainstem)에서 인식능력의 차이가 관찰되었다.

또 다른 예로 2018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피아노 레슨이 아이들의 언어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아이들의 지능, 주의력, 기억력의 차이는 없었지만,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들의 듣기 능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종합해보면, 음악교육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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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춘기 이전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자연스럽고 쉽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지적, 인지능력은 더 뛰어난데, 왜 쉽게 익히지 못하는 것일까?

평생 우리는 언어를 배우지만, 언어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Eric Lenneburg는 사춘기 시절부터 언어 학습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가소성(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능력)이 감소하여 성인이 되며 점차 언어를 배우기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한 예로, 미국으로 온 중국인, 한국인 이민자들에게 문법 오류를 찾는 문제를 내보았더니, 미국에 왔을 때 나이가 많을수록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식 수화를 배운 사람들에게 오류를 찾는 문제를 내봤더니, 태어났을 때부터 배운 사람이 가장 오류를 잘 찾았다. 5살에 수화를 배운 사람들은 그보다 조금 못하고, 12살 때부터 배운 사람들은 더욱 오류를 찾기 어려워했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모국어의 신경적 전념(neural commitment)이 있다. 우리의 뇌가 모국어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외국어를 배우는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이미 배운 모국어는 더욱 잘 인식하게 되고, 새로운 언어에는 잡음인 양 둔감하게 처리하게 된다. 어린 시절 외국어에 노출되면 그 언어를 민감하게 인식하도록 신경망이 쉽게 변하지만, 나이가 들면 신경망이 이미 성숙하여 새로운 언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중언어 사용자들의 뇌기능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한 나이에 따라 다르다. 한 연구에서 조기에 외국어를 배운 사람들과 어른이 되어서 외국어를 사람들의 뇌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기능자기공명장치(fMRI)로 검사해 보았다. 그 결과 조기에 외국어를 배운 사람들은 두 언어가 뇌의 같은 부위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배운 사람들은 모국어와 외국어를 각기 다른 위치의 좌전두엽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즉 조기에 배운 사람들은 외국어를 마치 모국어처럼 편하게 사용하나, 후기에 배운 사람들은 외국어로 말할 때 평소와 다른 부위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들이 사춘기가 지났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 학습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긴 시간 동안 노출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뇌가 외국어 음성단위와 운율을 인식할 수 있게 바뀌기 때문이다.

둘째, 청각과 시각적 정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청각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입모양과 표정, 그리고 처한 상황을 보면서 언어를 익힌다. 따라서 직접 사람과 만나 외국어를 하거나 시각적 자료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외국어를 더 잘 배우게 한다.

셋째, 단순화되고 과장된 ‘모성어'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성어'에 가까운 말들은 우리 뇌에서 더 인식하기 쉽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조금은 부끄럽더라도 외국어를 배울 땐 용감하게 아이가 될 필요가 있겠다.

 

* 참고문헌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Fifth ed., 2013, Eric R. Kandel, James H. Schwartz

Fundamental Neuroscience fourth ed., 2012,  Squire, Larry

Kuhl, P. K., Tsao, F. M., & Liu, H. M. (2003). Foreign-language experience in infancy: Effects of short-term exposure and social interaction on phonetic learn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00(15), 9096–9101.

Kuhl, P. K. (2004). Early language acquisition: Cracking the speech code. Nature Reviews Neuroscience, 5(11), 831–843.

T. Christina Zhao, Patricia K. Kuhl, Effects of enriched auditory experience on infants’ speech  perception during the first year of life, PROSPECTS, June 2016, Volume 46, Issue 2

Yun Nan, Li Liu, Eveline Geiser et al., Piano training enhances the neural processing of pitch and improves speech perception in Mandarin-speaking children, PNAS July 10, 2018 115 (28) E6630-E6639; published ahead of print June 25, 2018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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