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제는 야식을 안 먹어야 했는데... 주말이고, 일이 힘들었고... 그래서 못 참았어요."

​"운전할 때 휴대폰 보면 위험한 것 알지요. 근데 그게 뭐 문제가 될까 싶어서 봤어요."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지나갔다 해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옳은 시대는 아니겠지요.

위의 두 가지 내용에서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충동을 참지 못하고, 연기(delay)하지 못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충동을 참지 못해 나타난 행동은 결국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다양한 영역에서 충동을 참지 못해 병원 방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디어의 영향이겠지만, 많은 경우에 성인 ADHD가 아닐까 해서 방문하기도 합니다. 충동조절을 하지 못해 불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화를 못 참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ADHD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실 충동성은 질병이 아니어도 언제든 생길 수 있고, 이를 참는 자제력이 무너지는 경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1. 각성과 불안

지나치게 흥분되어 있거나 불안해서 긴장도가 올라가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의 상황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미래에 큰 해를 끼치거나 이득이 적어져도 이를 참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2. 술 

술의 영향은 반드시 취해 있을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적인 음주를 하게 되면 충동을 제어하는 뇌신경회로의 기능 저하와 구조적 변화가 생겨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행동조절이 어렵습니다. 과도한 음주를 한 다음 생기는 일시적 금단의 상태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3. 주의력 저하

ADHD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부주의함으로 인해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가지 행동의 결과에 집중해야 하지만 다른 것에 주의가 분산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됩니다.
 

4. 환경

카지노나 백화점의 실내 구조를 보면 우리의 판단력과 자제력을 떨어뜨리는 환경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시끄러운 소리 자극,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시각 자극, 찾기 어려운 출구, 누군가 내가 하려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모습들.  

이런 물리 환경뿐 아니라 상업주의의 광고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문화에도 충동적 행동을 부추기거나 미화하는 것들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와 같은 지불의 편리성이나 현재의 삶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그래서 소비하도록 하는) 광고들은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지요.

 

자제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성격, 의지, 능력의 한계로 보고 자책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환경이나 문화의 탓을 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충동성이 끊임없이 문제가 된다면 이를 초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지 전문가와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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