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춘도 지났는데, 이제 곧 봄이 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를 하던 1년차 봄이 생각이 나는데요. 당직을 설 때마다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상하게도 계절을 타는지 조증 환자분들은 봄부터 많아지더라고요. 

오늘은 조증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조증은 우리에게 '조울증'이라는 단어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정확하게는 '양극성장애', 영어로는 bipolar disorder라고 합니다. 기분의 남극, 북극과 같이 '극성'이 있다는 뜻으로 극과 극을 오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양극성장애는 그 하위에 여러 가지 종류의 양극성 장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1형 양극성 장애
2. 2형 양극성 장애
3. 급속 순환형 양극성장애
4. 순환성 기분장애 

일부 교과서에 따라서 3형 양극성, 4형 양극성 장애 등을 제시하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종류의 양극성 장애를 다 언급하기는 매우 방대하여 오늘은 조증에 대해서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양극성장애의 여러 아형


조증이라고 하면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상승하며, 모든 것이 잘될 것 같은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고, 우울증이라고 한다면 기분이 슬프고, 에너지가 하락하며, 어떠한 희망도 없을 것 같은 염세적 상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도 자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기분이 나쁠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을 병적으로 양극성장애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조증 삽화(Manic episode)의 학문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by DSM-5)

A. 비정상적으로 의기양양하거나,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과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인 목표 지향적 활동이나 에너지의 증가가 적어도 1주간 (만약 입원이 필요하다면 기간과 상관없이) 지속되는 분명한 기간이 있다.

​B. 기분 장애의 기간 도중 다음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이 지속되며 (기분이 과민한 상태라면 4가지),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예, 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 경험
5. 주의 산만 (예,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6.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또는 성적인 활동) 또는 정신 운동성 초조
7.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함 (예, 흥청망청 물건을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 투자) 

​C. 기분장애로 인한 직업적 기능, 일상적 사회 활동, 대인관계의 뚜렷한 손상을 막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원이 필요한  정도이거나,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된다.

D. 이러한 증상이 물질(마약, 술 등)이나 다른 신체적 질병(갑상선 장애 등)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사진_픽사베이


조증이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증가하기 때문에 좋은 상태일 것 같지만, 조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임상에서 경험하기로는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오히려 기분이 과민한 상태, 공격적인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상의 예입니다)
 

A 씨는 30대 남성으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지난 가을부터 사업 부진과 경기 침체로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아왔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3월이 되면서 A 씨는 점점 몸에 활력이 돌고 기운이 넘친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잠을 몇 시간 자지도 않았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사업체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시작하여 새로운 사업에 더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자신이 대출받은 돈으로 북한 지방에 금광에 투자를 하여 큰돈을 벌겠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A 씨가 실제로 꽤 많은 돈을 대출받고 통일부 관계자를 만나겠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겠다고 하면서 매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러 다니고 돈을 쓰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A 씨에게 정신 차리라며 말려보려고 하지만, A 씨는 오히려 가족들에게 심하게 화를 내고, 욕설을 하며, 물건을 던지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모든 조증 삽화가 저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상당이 과민하고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많아지고, 본인에게 경제적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다음과 같이 증상이 심각하다면,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정신병적 증상 - 과대망상, 환청, 환각이 동반되는 경우.
자해/타해의 위험성 - 자신을 몸을 해칠 정도 혹은 타인을 위협하거나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
치료 거부 - 자신의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지 못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물질적 손해가 심각하고, 성적인 활동으로 인해 본인의 몸이 상하는 경우.
 

2. 약물치료 

기분 조절제(리튬, 카바마제핀, 발프로익산), 항정신병약물,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을 통해 뇌의 과흥분성을 줄이고, 상승된 기분을 조절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3. 정신치료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재발하게 하는 심리적, 사회적 스트레스 인자를 알아내고, 병에 걸렸다는 사실로 인해 받게 되는 정신적 부담, 대인관계, 사회적 결과를 다룹니다.
 

4. 유지치료

양극성 장애는 조증 삽화 혹은 우울증 삽화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유지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이는 새로운 조증 삽화/우울증 삽화 발생을 줄여주거나, 발생하더라도 그 기간을 짧게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뇌의 과흥분성을 방지하여 뇌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양극성 장애는 만성적이고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이를 환자 및 가족이 알아야 합니다. 유지치료, 정신치료, 가족치료를 병행하여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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