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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약으로 마음이 변화될 수 있나요?

기사승인 2019.03.18  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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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의사로서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정말 약으로 마음이 변화될 수 있나요? 자기 의지가 중요하지, 약으로 마음이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닙니다. 의지에 의해 마음을 스스로 잘 조절할 수 있을 정도라면 병원에 찾아올 일 자체가 없겠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마음의 병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일 것입니다. 경험해 본 사람은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거든요.

아니면 혹 병을 경험하는 분 중에서도 병원에는 어렵사리 찾아왔지만 약을 복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웬만하면 약에 의지하고 싶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든 약물치료 외에 다른 방법을 찾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죠. 특히, 알코올 중독 환자분들은 자신은 약을 먹어서 고칠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끊을 것이라고 주장하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 중 실제 술을 끊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중독이 왜 중독인지, 자신의 중독 증상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주로 그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환자 스스로가 증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그런 경우는 또 그렇다 하더라도, 보호자가 환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 환자를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 비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치료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과연 약이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마음의 변화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병적 증상에 대한 효과만큼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항정신병 약물은 뇌의 도파민 농도를 감소시켜 조현병의 환각이나 망상 증상을 감소시킵니다. 정신병적 증상 외에도 우울증 약물은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며, 항불안제는 GABA 수용체에 작용하여 불안을 감소시킵니다.

이렇듯 약물은 뚜렷한 효과가 있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약물이 정신질환의 심리적 원인까지 직접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따라서 심리상담을 통해 병에 대한 근원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렇듯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함께 병행했을 때 가장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간혹 약물치료 없이 심리상담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지 물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만, 병원에 찾아오신 분들의 경우 그렇게만 접근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담은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분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분에게는 상담만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에 압도되거나 휩싸이는 경우, 예를 들어 우울감이 심해 무기력과 의욕 저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드는 상황이거나, 심한 불안으로 초조함이 스스로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상담치료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상담은 대개 과거의 부정적 경험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어 그것을 직접 다루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신과 치료에서는 일단 증상을 약물로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 뒤에야 상담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흔히 공포영화를 보면서 무서움을 느끼는 이유가 영화의 스토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같은 내용을 만화나 소설로 읽었다고 해도 그 정도의 긴장감과 불안을 경험하게 될까요?

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을 압도하는 대형 스크린,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음향 등으로 우리의 감각을 더 불안하게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 몸의 불안을 관장하는 교감신경이 생리적으로 자극되면 더 강한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교감신경이 크게 자극되지 않으면 불안이 확연히 덜 느껴지게 됩니다. 그러면 같은 상황에서도 훨씬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여지가 생기게 되죠. 감정에 휩싸이면 이성도 함께 마비되어 합리적 사고를 할 여력이 줄어드니까요.

공포영화의 경우, 영화에 몰입되어 있을 때는 이성이 마비되어 그 장면을 순간적으로나마 실제처럼 느끼므로 공포감이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감정이 진정되면 그제야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이 아니므로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합리적 사고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약물치료도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3D IMAX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포영화를 볼 때의 압도적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같은 내용이지만 마치 소설을 볼 때처럼 감정을 진정시켜주는 것입니다.

불안,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 즉, 두근거림, 근육 긴장, 답답함, 떨림 등을 약물을 통해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면 그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사고를 이성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약물이 직접적으로 생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자기 생각에 달렸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을 바로 먹기 위해서라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증상뿐 아니라 생각과 의지를 바로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약물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증상에 대한 약물의 효용과 부작용 등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의논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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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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