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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더 나아지지 않는 우울증, 치료를 중단해야 할까요?

기사승인 2019.03.18  0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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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꽤 오랜 시간 동안 받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전 몇 년간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 현재 주치의 선생님이 가장 오래된 선생님입니다. 1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 전엔 2~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선생님을 찾았어요.

일단 전 우울증이 아닌 것 같은데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저보고 우울증이라고 하시면서 이야기를 하시네요.

신기한 건 절 만난 모든 선생님께서 저렇게 말씀을 하셨다는 거예요. 우울증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전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지만, 우울한 시간보다는 즐거운 시간(?)들이 더 많은데 왜 우울증이라고 말씀해주시는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정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 우울증이라는데?"라고 이야기하면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도 또한 그렇게 느껴지고요.

 

사실 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건 다름 아닌 감정 기복입니다.

제가 생각해봐도 정말 충동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요. 낮에는 신나게 잘 지내다가도 밤이 되면 엄청 우울해져서 자해를 하거나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고요, 반대로 낮에 무진장 우울해서 폭식이나 자해 등을 하다가 또 밤에는 즐거워서 잠을 못 자는 경우도 꽤 있어요. 뭐, 사실 잠은 평균적으로 다 못 자는 편이기도 하긴 합니다.

 

제 감정 기복을 제가 감당하지 못해서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는 편이고, 대인관계도 솔직히 말하면 엉망진창입니다.

그렇다고 그 직장에서 일을 잘 못하냐? 또 그건 아닙니다.

완벽주의 기질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이슈가 절 따라다니고 있어서 (제 입으로 말하기엔 그렇지만) 업무 능력에 있어서는 인정을 받으며 일을 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성과가 좋은 편에 속하고 1년 만에 수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래 일하지 못해서 금방 그만두고 포기하는 편입니다. 제일 오래 근무한 게 2년이 조금 안 되네요... 보통은 1년 내외입니다.

 

대인관계 영역에서는 가족과의 관계부터 친구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까지 원만하게 지내지 못해 완전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어요.

항상 잘 지내다가도 딱 하나의 이상한 단서만 보이면 관계를 끊어버리느라 정신이 없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사람을 믿지 못하겠더라고요. 가족도 그 누구도 제 편은 없어요.

글을 쓰며 대인관계 패턴을 살펴보니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떤 부정적인 단서가 딱 하나만 보이기 시작하면 제가 버림 당할까 봐 먼저 관계를 끊는 편인 것 같네요.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솔직히 주치의 선생님도 못 믿겠습니다. 계속 저보고 날 인정하고 약을 열심히 먹어야 변하는 거 아니겠냐고 하시는데, 제가 크게 변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요. 실제로 좀 환경이 못 받쳐주는 편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관계에 지쳐 일도 그만두고, 스트레스 요인을 최대한 줄인 다음 렉사프로와 쎄로켈을 꾸준히 먹으니 그나마 예전보다는 감정 컨트롤이 가능해져서 그런지 최근엔 자살시도를 안 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인관계 영역에 있어서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이건 약으로도 안 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해서 뭔가 지치기도 하고요. 

약도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요즘, 약 먹는 것 자체에도 회의감이 느껴져요. 평생 약이나 먹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드니 삶에 대한 긍정이 사라져 별로 살고 싶지도 않고요. 자살시도만 멈췄다는 것뿐이지, 자해 및 폭식은 그대로 진행 중이거든요. 

 

게다가 다시 또 언젠가는 일을 해야 할 텐데, 일을 다시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일 테고, 또 파국적인 대인관계+극단적인 감정 기복+반복적인 자해 혹은 자살시도를 하게 될까 봐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일을 다시 시작하기 무섭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전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우울증인지도 모르겠고, 더 나아지는 거 같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입니다.

글에서 질문자님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마치 안개에 둘러싸인 듯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시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힘내시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질문자님을 직접 대면한 것이 아니라, 글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현재 겪고 계시는 문제의 윤곽을 가늠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우울증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우울감, 무기력감, 흥미 저하만이 아닌 하루 중에 나타나는 감정 기복, 충동성 등은 일반적인 우울증의 양상과는 달라 보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우울증(우울감, 식욕 저하, 불면증, 만사 흥미 저하가 특징인) 외에도 과도한 식욕 항진과 수면 증가가 나타나는 비정형성 우울증이나,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또,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우울증도 있지요. 특히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우울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기존에 다른 의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던 건 현재 드러나는 양상 중 가장 뚜렷한 증상들이 우울증 진단 기준을 만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주치의 선생님께서 쓰는 약을 보면, 일반적 우울증으로만 진단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진단을 떠나서, 현재 사용하는 약이 증상을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분명 감정 기복이나 충동성, 우울감, 수면 문제 등은 약의 조절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리고 약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자해, 폭식이 일어나고 있다면 약물의 중단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중단 후 겪게 될 수 있는 재발, 증상의 악화 등의 가능성을 잘 고려하시는 게, 질문자님이 덜 힘든 방법이기도 하고요.

또, 약으로는 변하지 않는 대인관계 영역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더욱 대처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감정 상태에서는 중립적인 상대의 말도, 공격이나 비난으로 들리게 되니까요. 

 

약물 치료를 통해 자신이 가진 모든 부분이 변화할 것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기분 상태가 약물로 어느 정도 증상이 조절되고 나면 자신의 내부에 있는 역기능적 - 자기 파괴적인 측면을 줄이고, 건강한 측면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상담 치료(정신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에서 추측건대, 대인 관계에서 버림받는 일에 과도하게 민감하고, 사람에 대해 불신하는 등 불안정한 관계를 지속하는 건 우울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관계에 대한 시각과 태도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 뿌리는 상당히 깊을 것이고, 아마 어린 시절 중요한 인물(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과 같은)과의 관계에서 주고받은 의식/무의식적 피드백으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부정적인 시각이, 현재 눈앞의 작은 ‘신호’에 습관적인 생각, 감정,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과거의 ‘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시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이런 역기능적인 패턴을 반복하는지 이해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 생각, 신체 감각 등 내면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면, 이전처럼 스트레스 요인들에 대해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패턴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 수 있습니다.

10번 중 1-2번 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점차 그 빈도가 증가하게 되면서 자신을 괴롭혔던 패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어떤 형태의 치료든 궁극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꾸준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주치의 선생님과 향후 어떤 방향으로 치료를 할 것인지에 대해 상의를 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짧은 치료기간 후 치료자를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 치료에 대한 좌절감만 키우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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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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