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TV 토크쇼에서 듣다 보면 연예인들이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단적인 저칼로리 식단부터, 먹고 토하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전에도 종종 여자 연예인, 모델 등에서 이런 유사한 증상들을 이야기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미를 위한 대단한 절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보기에는 이런 행동들은 '식이장애'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사진_픽셀


식이장애(섭식장애)는 무엇인지요?

식이장애(섭식장애)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없지만, 체중과 체형에 대한 과도한 관심 혹은 집착으로 인해 음식물을 지나치게 적게 먹거나, 음식을 먹은 후 토하기와 같은 병적인 행동과 이로 인한 신체, 사회적 문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들은 식이장애를 의심하게 하는 증상들입니다. ​

- 항상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요.
- 다이어트와 폭식을 습관적으로 반복해요.
- 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것보다 혼자 먹는 것이 좋아요.
-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게 돼요.
- 음식을 먹고 나면 불쾌하거나 자책감이 들어요.
- 먹고 토하기를 반복해요.

이외에도 구토로 인한 치아 부식과 변색, 구취(입 냄새), 산성의 냄새, 손가락 마디의 굳은살 등으로 폭식 및 구토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장애의 원인은 뭔가요?

식이장애의 원인은 하나 이상의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생물학적 원인

-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 orexin/leptin 불균형
- 유전적 원인 : 정신과적 가족력, 비만의 가족력

사회적 원인

-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경향,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압력이 심한 집단 

심리적 원인

- 스트레스 해소, 분노 해소, 외로움 및 정서적 결핍, 심리적 허기짐
- 체중 및 체형에 대한 강박적인 태도
- 우울, 불안, 자존감, 죄책감, 완벽주의 등

​특히 식이장애 문제는 단순히 식습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정서적 문제와 강하게 결부되어 있습니다. 우울감, 불안, 자존감 저하, 죄책감, 분노, 완벽주의 등의 정서적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또한 충동조절의 어려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좀 더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식이장애는 단순히 식습관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정서적 접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식이장애의 경과는요?

식이장애는 주로 10대~20대에 시작되는데, 날씬한 체형을 갖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가 시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처음에는 날씬함을 위해 음식을 지나치게 먹지 않는 시기가 있다가, 어느 순간에는 폭식을 하는 증상이 나타나며, 폭식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구토를 유발하든지, 변비약을 먹는다든지, 이뇨제를 구입해서 먹는다든지, 심하게 운동을 한다든지 이런 다른 증상들이 생겨납니다.

이런 증상들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자신이 체중, 체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 음식을 즐길 수 없다는 생각, 음식에 대한 통제권을 놓쳐버렸다는 생각들이 심해져서 죄책감, 자존감 저하, 우울감, 불안감 등이 심해집니다. 특히 음식을 먹으면 토할까 봐 밖에서는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편안한 곳에서만 음식을 폭식하고 토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40대, 50대 이상까지도 지속되어 만성적 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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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중에 가장 위험한 상황은?

식이장애(섭식장애)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은 바로 심한 체중 감소입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경우 아주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감량하게 되는데, 이때 체질량지수(BMI)가 17.5 이하로 내려가면 아주 심각한 저체중으로 봅니다. 이 경우 생체리듬에 심각한 저하가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여전히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여 다이어트를 지속하여 결국 죽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식증이 극단적으로 심해지는 경우, 외래 치료는 어려우며,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해야 합니다. 강제적으로도 식사 및 영양공급을 해야 합니다. 

참고로 BMI(Bodt Mass Index)는 체질량지수이며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합니다. 

# BMI = 몸무게(kg) / 키(m)^2 (제곱)

BMI 18.5~22.9까지 정상체중, BMI 18.5 미만부터는 저체중으로 봅니다. BMI 17.5 미만부터는 심각한 저체중으로 봅니다. 

 

이런 신경성 식욕부진, 신경성 대식증, 폭식장애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문제는 '인지왜곡'입니다. 식이장애가 있는 경우, 체중과 체형을 통제하기 위한 과도한 행위가 집착적으로 나타나는데, 인생의 모든 것이 체중과 체형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인지의 문제에서 2차적으로 우울, 불안, 죄책감, 자존감 저하 등 다른 정신과적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식이장애는 이런 인지왜곡을 교정해주는 것이 핵심 치료입니다. 이를 위해 식사 일지를 통해 자신의 식습관과 이와 연관된 감정 패턴을 알아봅니다. 또한 부차적으로 생겨나는 우울, 불안, 죄책감, 자존감 저하에 대해 치료합니다. 필요하다면 폭식이나 구토를 억제하는 약물로도 치료를 합니다. 위에 말한 대인관계 문제, 의사소통의 문제, 충동조절의 문제, 갈등해결의 어려움 등도 상담치료를 통해서 호전되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복합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은 정신건강의학과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식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쓰는 것이 아닌 근본적 치료를 할 수 있는 곳, 약물치료 및 상담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곳은 정신건강의학과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여러 다이어트 클리닉을 다니시지 말고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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