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양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픽셀


지난번 글에서는 다리의 비유를 통해 '건강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의 정신건강은 스트레스 같은 외적인 요인에 전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건강능력 - 타고난 체질과 관리상태 - 에 따라, 동일한 스트레스에 의해 피해를 입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건강에 대한 이러한 생각을 '생물심리사회 모델'이라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개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생명체에 어떤 정보가 들어왔을 때 그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한 행동이 나오는 과정을 '회로'라고 생각해봅시다.

강아지 앞에서 간식 봉지를 들고 있으면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며 우리로 하여금 봉지를 열도록 하지 않습니까?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 간식과 관련된 시각, 청각, 후각적 자극 → '간식 획득 회로' 작동 → 눈을 촉촉하게 한다. 꼬리를 흔든다. 두 발을 들고 헥헥거린다. 


이를 생명체에 일반화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보 → 생명체의 회로 → 행동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건 진화가 되었건 간에 우리는 스트레스(정보, 자극)에 대처하기 위한 내적 처리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처리방법(회로)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측면(유전자)과 후천적으로 습득된(환경)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의 스트레스는 잘 대응하고 넘어갑니다.

(잘 지어진 다리는 승용차의 무게를 잘 견딥니다.)

 


조금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경우에도 보통의 스트레스는 증상 없이 넘어갑니다.

(조금 부실하게 지어졌지만 승용차의 무게 정도는 견딜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보다는 피곤함을 겪게 됩니다만...)

 


많이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경우에 스트레스가 과도하다면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많이 부실하게 지어진 다리이기 때문에 승용차는 간신히 통과시키지만, 트럭의 무게는 감당 못 합니다. 이 경우는 피곤함이 아니고 고통이지요.)

 

위와 같은 상황에 우울해지셨나요?

선척적 요인이 내 삶에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 100%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그렇습니다. 우울할 만합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봅시다.

 

이제 '관리'에 대해 살펴봅시다. 질환 유전자의 유무, 환경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지요.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지만 어쩌겠어요.

그런데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위 그림에서 오른쪽 부분을 먼저 보십시오.

타고난 것(유전자 + 환경)이 안 좋은데 큰 스트레스가 닥쳐오면 증상이 나타납니다. (1~2편을 통해 주로 말씀드린 부분입니다.) 이건 97%의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간혹, '그래도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 라며 자기 탓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우리는 그냥 보통 사람입니다. 내가 꼭 위인전의 주인공일 수는 없잖아요. 통뼈 아닌 이상 그런 거지요.

말하자면,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타고난 통뼈가 될 수는 없지만 노력을 통해서 ​'잔뼈 굵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노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더 생각해보기.
 


통뼈가 정상인 것이 아닙니다. 97%(정확히는 94%)가 보통 사람인 겁니다.

정상/비정상의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닙니다.

​오른쪽 3%는 운이 좋았던 것일 뿐. 왼쪽 3%는 운이 안 좋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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