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서한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남성입니다. 평소에 부모님과 특히 어머니랑 갈등이 굉장히 많아요.

어머니는 객관적으로 봐도 잔소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성격이신데 소위 말하는 뒷바라지는 누구보다도 잘해주는 어머니예요. 그래서 제가 그냥 학교를 다닐 때나 공부를 할 때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휴식기나 특별히 하는 게 없을 경우 보통 갈등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선 짜증 섞인 투로 잔소리를 하시는데 거기에 대고 저도 억울하고 생각이 다르니 버럭 하며 화를 냅니다. 그럼 부모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며 오히려 더 화를 내죠.

저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일수록 서로 존중하는 태도와 말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작부터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는 어머니에게 무작정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예. 예.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는 게 올바른 부모 자식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부드럽게 네가 이렇게 하는 거보단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식의 말을 하면 저도 버럭 하진 않을 텐데 제 생각이 잘못된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와주세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서한입니다. 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고민이시군요.

모든 관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상대방보다 내가 더 바뀌기 쉽다'는 겁니다. 잦은 마찰이 있어도, 어머니의 태도가 바뀌지가 쉽지 않을 겁니다.

설득도, 회유도, 화를 내어 보아도 상대의 마음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지만, 결국 해답은 관계를 받아들이는 '나의 관점'을 바꾸는 일이 가장 쉽고, 효율적입니다. 평행선을 달리면서 마찰만 생기는 일을 질문자님께서도 바라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번스는 건강란 관계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1) 공감하기(empathy), 2) 자기감정 표현하기(assertiveness), 3) 존중하기(repect)가 바로 그것이지요.

우선 충분한 공감이 필요합니다. 모두 동의하고 맞장구 치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100마디 중 1-2마디라도 맞는 부분이 있다면, 공감을 표하고 동의를 하는 것이지요. 그 한두 번의 공감으로도 상대는 충분히 무장해제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하는 말이 그리 편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어머니의 살아오신 배경, 어머니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신다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날이 선 말이 충분히 잦아들고 나면, 그제야 질문자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틈이 생깁니다. 어머니의 말에 대한 생각이나 주장보다, 감정을 먼저 표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신은 OO하다'가 아닌, '나는 OO라 느낀다'를 먼저 이야기한다면, 공감은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어머니에 대한 존중, 사랑이 놓여 있어야 하겠지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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