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서한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제 고민은, 혼자 있는 외로움이 너무 싫다는 거예요. 20살에 독립해서 너무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 혼자 밥 먹는 게 그렇게 외롭고 서럽더라고요. 이제는 혼밥이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매년 한두 번씩 나의 안식처가 없다는 느낌, 그리고 완전히 타인에게서 고립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은 이런 느낌은 오래됐어요. 더 어릴 때부터, 세상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늘 바쁜 부모님, 나를 따돌리는 친구들, 관심을 주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저는 늘 위축되어 있는 아이였지요. 

 

나이가 들면서는 혼자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친구와 같이 살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런 외로움이 가시질 않더라고요. 남자 친구와의 문제도 많았어요. 

남자 친구를 사귀고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동안 하루 종일 붙어서 생활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남자 친구가 시험공부를 그만두게 되어서 지금은 온전히 저 혼자 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하는 말이라곤 남자 친구랑 짧은 통화 몇 번이에요. 집에 오면 그렇게 공허하고 외롭습니다.

남자 친구가 가끔 만나도 ‘얘가 가면 나는 또다시 혼자네’, ‘곧 다시 혼자가 되겠네’라는 생각에 함께 있는 시간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남자 친구가 조금만 소원해져도 집착이 심해지기도 해요. 무슨 사랑에 목마른 사람 같아요. 겉으론 그리 기대하지 않는 척하지만, 그러면서 남자 친구가 없으면 너무 허전하거든요.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정신분석과 심리학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거기에는 상처 극복 위주의 이야기라 외로움이 생기는 이유나 극복 방법은 안 나와있더라고요.

인터넷 글 같은 데 보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건강한 취미생활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활동을 만들라 이런 건데.. 현재 수험생 신분이라 그런 활동은 힘든 것 같아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키워볼까 고민이 되었는데 제 외로움 달래려고 잘 케어할 자신도 없는 생명 데려오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자꾸, 매 상황마다 이런 외로움이 반복되다 보니 외로움이 어떤 외부적인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저의 심리 상태 때문인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답을 못 찾겠어요.

아, 제가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싸우면서 몇 달 정도 반따 같은 걸 당한 적이 있는데 혹시 그런 경험 때문에도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 걸까요? 현재 상황은 아무도 저를 외면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특징과 극복 방법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더 이상 울면서 또는 억지로 참아내면서 하루하루 우울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요즘은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너무 심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에서 울고만 지냅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서한입니다. 현재 외로움과 싸우고 계시는군요. 물론 지금 현재 혼자 공부하는 것 자체가 외로움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상황이 바뀌면 외로움을 느끼는 강도나 빈도가 훨씬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질문자님의 글을 읽다 보니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면적 원인이 더욱 큰 것이 아닌가 하네요.

세상에 나를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세상에서 나 홀로 고립되어 있는 고립감과 외로움이 최근에 생긴 시각은 아닐 것 같아요. 또 내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쌓여온 감정이라면, 한두 가지의 극복 방법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세상을 보는 시각, 타인과 주변 환경,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성장 과정에서의 많은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고, 굳어집니다.

질문자님께서 따돌림당했던 기억이나, 글에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지만 부모님과 질문자님 사이의 정서적 교류의 여부, 질문자님이 가진 정서적 욕구의 충족 여부 같은 것들이 현재의 '시각'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각을 ‘스키마(schema)’라 합니다. 

 

자신이 늘 외롭고 고독하다는 느낌, 나는 언제나 혼자일 거라는 시각은 감정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왜곡된 생각이나 행동도 나타납니다. 지금처럼 혼자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 등의 사건이 그러한 시각을 더욱 자극하게 되고, 더욱 강렬한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죠.

‘나를 이해해주고, 내 감정을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타인에 대한 기대를 거두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피상적인 관계를 맺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게 되기도 하죠.

또, 우울하고 쓸쓸한, 슬픈 감정과 함께, 타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 관계에 대한 균형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관계를 회피하거나, 반대로 정서적인 무의식적 갈망으로 관계에 집착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생겨나기도 하죠.

어느 쪽이든 이런 패턴이 굳어지면서 역설적이지만 '외롭다'고 느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더 외로운 상황을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관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고요. 

 

단기적인 극복 방법보다, 방향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위와 같은 ‘외로움’에 대한 스키마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오랜 예전의 감정과 경험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현재 자신도 모르게 이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식이 깊고 넓어지며, 현재 자신의 행동과 감정, 생각의 문제 되는 패턴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온 패턴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혼자서 파악하고 바꾸어 나가기는 힘듭니다.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 생각이 드네요.

 

또 하나, 올려주신 글에서 많은 걸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외로움과 쓸쓸함, 우울함의 감정이 우울증의 수준은 아닌가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감과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지만, 삶을 집어삼킬 정도로 강렬하다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일 수도 있어요.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게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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