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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알아보기] 6. 공황에서 공황장애로, 늪으로 빠져들다

기사승인 2019.04.23  0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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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공황>과 <공황장애>는 다르다

공황은 공황발작(panic attack)을 줄여 지칭하는 말이다. 공황은 강렬한 신체적 - 심리적 불안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불현듯 마치 100m 달리기라도 한 것인 양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하고, 호흡이 얕아지고 이내 급격하게 가빠진다. 온몸이 경직되면서, 한 편으로는 전신에 식은땀이 난다. 목이 졸리는 듯한 질식감과, 머리가 어질한 느낌이 느껴지기도 한다.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거나, 갑작스러운 아랫배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신체 모든 장기에 불이 붙은 듯, 동시다발적으로 활성화된다. 물론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불안에서 동반되는 신체 증상이라 할 수 있겠다.

공황은 여기에 강렬한 공포감이 더해진다. 앞서 이야기한 갑작스러운 신체 증상들이 위험한 병의 징후라거나, 그 순간에는 심장에 이상이 생겨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이성을 마비시킨다. 어떤 이들은 위 증상들이 마치 ‘내가 미쳐버릴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거나, 기절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실은, 공황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위의 생각들이 떠올랐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전에, 찰나의 순간 강렬한 신체 증상과 그로 인한 공포감이 느닷없이 나에게 찾아온다. 전신에 나타나는 불편감과 공포감. 이것이 바로 공황을 구성하는 두 가지 축이다.
 

사진_픽셀


우리는 흔히 공황과 공황장애라는 단어를 혼용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단어는 다르다. 공황은 강렬한 불안 반응(공황발작) 증상 그 자체를 의미한다. 공황은 세 명 중 한 명 정도가 살아가며 한 번은 겪는 증상이라 알려져 있다. 그 강렬함의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안한 몸과 마음이 쉬이 진정되지 않았던 경험은 드물지 않다. 반복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련의 반응들은 위험을 예견하고 이에 빠르게 대처하여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며, 정상적 생리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공황장애는 공황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공황이 아무리 정상적인 반응이라 해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며, 공포감을 자아내는 반응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스레 또다시 끔찍한 공포를 겪게 되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이 나타난다. 빈번한 공황과 예기불안은 삶 전체를 불안으로 가득 채운다. 이는 마음의 그릇에 불안이라는 감정이 가득 차 출렁거리고 있는 상태와 같다. 물리적 스트레스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같은 외부 자극이든, 짜증, 절망, 우울함 같은 마음의 변화 혹은 미묘한 신체 감각의 변화 같은 내부 자극이든, 작은 자극만으로도 표면 장력으로 겨우 버티던 불안이 넘쳐 흘려버린다. 공포는 일상에 되어 삶이 조심스러워지고, 위축되며, 결국 삶의 반경이 좁아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 진단할 수 있는 상태다.

 

공황은 늪과 같다?

공황이 공황장애로 발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황장애의 원인은 그 윤곽이 분명하다. 심리적 - 신체적 스트레스의 총체,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이의 취약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겪는 당사자에게는 정말 뜬금없는,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일 것이다. 공황을 겪는 이는 굉장히 당황한다. 공황은 인구의 1/3이 살아가며 한 번은 겪는 드물지 않은 현상이지만, 인생 전체를 볼 때 그렇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마치 격렬한 운동을 한 듯, 심장이 강렬하게 뛰고, 숨이 차오르며, 전신이 이유 없이(물론 이유는 있겠지만) 달아오르는 그 순간이 사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황이 견디기 더 힘든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신체증상보다, 강렬한 공포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섦을 불안하게 여긴다. 자신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면, 안개를 뚫고 걸어 나가기만 하면 출구가 있을 거라는 조언도 쉽사리 믿지 못한다. 불안한 감정은 안개 너머에 무언가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부추기고, 이성적 판단을 저하시킨다. 공황은 늪에 비유할 수도 있다. 원인을 찾을 수도, 그렇기에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발목 깊이만 담그고 있던 늪에 천천히 빠져들게 만든다. 공황의 늪에 전신이 잠겨 있는 상태. 삶 전체가 공황에 묶여버린 상태가 바로 공황장애라 할 수 있다.

 

공황에서 공황장애로, 증상이 악화되어가는 과정 : A to Z

공황에서 공황장애로 변모하는 가장 흔한 과정을 살펴보자. 대개 강렬한 공황을 처음 겪는 이들은, 정신건강의학과보다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이 격렬하게 뛰고, 숨이 막히는 느낌을 ‘공황장애’나 정신과 질환의 범주로 처음부터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불편한 가슴을 부여잡고 필요한 검사들을 하지만, 대개 공황장애는 혈액 검사나 심전도, X-선 흉부 촬영 등에서 아무런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상 소견 없음’. 아마 공황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이들 대부분에게 내려지는 소견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본인이 가진 취약성의 정도에 따라 두 갈래 길이 펼쳐진다. 앞서 이야기했듯 공황은 과도한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건강한 길’을 선택하는 ‘건강한’ 사람은 자신을 진료했던 의사의 이야기에 일단 마음을 놓는다. 당시의 격렬한 신체 변화와 공포심은 그저 지나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정도로, 힘들어 생긴 우연한 사건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불편함의 여운 또한 오래가지 않는다. 강렬한 공포는 이내 잊히고, 일상으로 금세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취약함을 지닌 이들은, 이 시점부터 의구심이 생긴다. ‘나는 분명 얼마 전까지 죽을 것 같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나를 진료했던 의사가 오진했거나, 현대 의학으로는 발견하지 못하는 어떤 미지의 질환이 자신의 몸에 자라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경험한 공황은 ‘실제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원인 모를 불안 증상에 대한 공포심과 경계는 더욱 커진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또다시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원인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전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력감과 두려움의 합은 굉장히 강렬하기 마련이다. 취약성을 가진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공황장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빈번한 공황이 이러한 두려움을 더욱 부추긴다. 그리고 나름의 설득력 있는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난데없는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죽음, 미치는 것, 기절, 불치의 병 등과 연결 짓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취약성을 가진 이들에게는 원인 모를 신체의 변화가 공포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또, 같은 상황이 언젠가는 분명히 올 것이라는 예기불안이 나타난다. 그들은 자연스레 불안의 신체 반응을 과잉경계하기 시작한다. 점차 신체의 격렬한 변화뿐만 아니라 ‘미묘한’ 변화 또한 신경 쓰게 된다. 이전에는 즐겨하던 운동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자칫 격렬한 불안과 공포로 이어지게 될까 거의 하지 못한다. 거리낌 없이 탔던 출퇴근길의 대중교통도, 붐비는 상황에서 느끼는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이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의 순간을 상기하게 만들어 회피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의 몸 어딘가에 이상 감각이 느껴지진 않는지 전신의 감각을 훑어보는 데 공을 들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과, 그로 인한 신체의 정상적 생리 변화-즉, 자율신경계의 활성화-도 위험한 징후라 여기는 것이다. 결국 공황과 취약성, 두 요소의 끔찍한 콜라보는 특정한 상황, 특정한 장소를 넘어 생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결국 공황장애가 깊어지며 삶 전체에 할 수 없는 것, 갈 수 없는 장소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 불안 반응으로 시작했던 것이,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따라가며 점차 공황장애라는 깊은 늪에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글을 맺으며

단발성의 공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다. 빈번한 공황이 온다 할 지라도, 그 원인의 윤곽은 분명하다. 단지 자신이 일상적으로 해 오던 삶의 모습에 가리거나, 불안한 마음 탓에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다 여길뿐이다. 이는 늪으로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에 온 정신을 뺏겨,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는 나뭇가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공황이 악화되어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자신이 방심하고 있으면 이내 자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늪’에 발을 담그고 있으며,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발을 빼는 기회를 포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공황을 겪은 이들에게 공황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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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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