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전에 KBS ⌜대화의 희열 – 아이유 편⌟에서 다니엘 린데만이 패널로 나와 자신의 인생곡으로 마이클 잭슨의 ⌜맨 인 더 미러⌟를 뽑았었습니다. 다니엘 린데만은 ⌜맨 인 더 미러⌟라는 곡 가사에 인생의 모든 진리가 다 담겨 있다며 추천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짧게 흘러간 그 가사에서 저도 다니엘 린데만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가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예술이라는 것이 각자에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제 나름대로 느껴진 부분에 대해 이번 연재에서 공유를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그 짧은 가사 안에 제가 36연재 동안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가사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거울 속에 있는 남자로부터 시작하려 하네.)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그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지.)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이보다 더 명백한 메시지는 없다네.)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먼저 너 자신을 바라봐. 그러고 나서 변화를 모색하는 거야.)

 

사진_픽셀

 

제 연재를 읽으셨던 분들은 조금 다가와지시려나요?

제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연재에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애초에 할 수 없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은 원하지 마라.

② 자신이 주체라는 착각 때문에, 가짜 이유를 진짜 이유로 믿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자신을 어찌하려 하지 말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이유(①)에서 강조했던 것 중에 하나가 ‘주어를 나로 바꾸는 습관이 중요하다.’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바람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 친구가 나만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세상이 좀 더 공정했으면 좋겠어.’라고요. 그런데 주어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시작하는 이상, 이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바라기만 할 뿐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어를 나로 바꾸는 연습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게 하는 데’에 아주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마이클 잭슨 ⌜맨 인 더 미러⌟ 가사에도 나오지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너 자신을 바라봐. 그러고 나서 변화를 모색하는 거야.’ 그리고 마이클 잭슨은 덧붙입니다. ‘이보다 더 명백한 메시지는 없다네.’라고요. 저도 200% 동의합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는 것.’ 이보다 더 명백한 진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마이클 잭슨은 그냥 ‘나로부터 시작하면 된다.’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거울 속의 남자로부터 시작하려 한다.’라고 했을까요?

저는 이 부분이 이 노래 가사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제 연재의 두 번째 메시지(②)와 맞닿아 있는 부분인데요. 제가 이어져 온 연재에서 주체성에 대한 고집이 나 자신을 스스로 함정에 빠뜨리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했지요. ⌜굿 윌 헌팅⌟ 영화 주인공인 윌도 이 주체성에 대한 고집 때문에 MIT에 가고 싶은 진짜 내 마음을 속이고, MIT에서 청소부 일을 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했던 것을 봤었습니다. (10번째 연재 참조) 제가 상담했던 수많은 사례에서도 동일했었고요.

우리는 here & now에서 여러 가지 이유들을 찾으면서 살지만, 그것은 모두 가짜 이유입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there & then에서 형성된 심리 기제들이 ‘나도 모르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there & then’에서 형성된 ‘진짜 이유’들을 알아주어야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기 시작한다고 말씀을 계속 드려왔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내 마음’을 관찰하는 힘이라고 했었습니다. 주체에 대한 고집에서 벗어나서 ‘나’를 객체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힘. 이 힘은 내 인생을 내 뜻대로 해나가게 해주는데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 ‘나로부터 시작하려 한다.’가 아닌 ‘거울 속의 남자로부터 시작하려 한다.’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제 나름대로 추측해봅니다.

 

사진_픽셀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 차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합니다. 제 스스로가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오랜 기간 동안 피부 껍데기에 둘러 쌓여 있는 저라는 존재 안에 갇혀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버둥 치면서 살았었습니다. 정말 부단히 열심히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발버둥 치면 칠수록 이상하게 인생이 꼬여져 가더라고요.

그러다가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을 접하면서 그러한 관점이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뇌과학이 제 인생에 영향을 준 지점에 대해서는 16번째 연재에서 조금 공유를 했었던 거 같습니다. 저라는 존재는 피부 껍데기에 둘러 쌓인 그 존재가 아니더라고요. 피부 껍데기에 둘러 쌓인 그 존재는 나도 모르는 과거의 역사에 의해 이미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존재(自然)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것들(自然)을 보고 관찰하고 알아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더라고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리의 삶에 안겨주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오랜 기간 상담하셨던 내담자 분들도 그러시더라고요. 이건 그 어떤 돈의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인생에 소중한 보물이라고요. 제가 오랜 기간 연재를 통해 공유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객체화해서 바라봐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세상이 조금씩 달라져 보이는 부분들이 생기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이클 잭슨 ⌜맨 인 더 미러⌟ 가사로 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독자 분들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시기를 항상 마음속 깊이 바라겠습니다. 저의 진심을 담아 마음속 깊이.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거울 속에 있는 남자로부터 시작하려 하네.)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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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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