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 Drug Atlas. Depicted is a cloud containing the structure of the drug balovaptan, which targets a receptor for the neuropeptide vasopressin.

 

많은 자폐증 환자들은 '눈 맞추기', '타인의 얼굴에서 감정 읽기', '애정 공유하기' 등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기능장애(social deficit)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도록 승인된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이제 소규모 학술적 임상시험에서, "바소프레신(vasopressin: 많은 동물실험에서, 유대관계를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어린이 자폐증 환자의 사회적 기능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제약사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대규모 반전시험(twist trial)에서, 저자들은 "바소프레신의 효과를 억제한 결과, 성인 자폐증 환자의 사회적 기능장애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반된 결과는 금시초문이다"라고 샬러츠빌 소재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자폐증을 연구하는 케빈 펠프리(신경과학)는 논평했다. 그와 다른 연구자들에 따르면, 바소프레신을 차단하는 접근방법(vasopressin-blocking approach)은 선행 동물연구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바소프레신 차단으로 약간의 긍정적 효과를 얻었지만, 연구자들이 설정한 주요 종말점(main endpoint)을 충족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건의 상반된 연구는 '바소프레신이 뇌 안에서 전달하는 신호가 자폐증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시사함으로써, 자폐증 치료에 대한 새 희망을 품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바소프레신은 동물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바소프레신이 뇌 안에서 수행하는 활동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으며, 그 효과는 종(種)과 맥락(context)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일부 설치류의 경우, 뇌 안에서 바소프레신의 활성을 차단하면 배우자에 대한 이끌림(attraction)을 억제한다. 그러나 비사회적인(asocial) 햄스터의 한 종에서는, 수컷의 뇌에 바소프레신을 주입하면 공격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소프레신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유한, 뇌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분자인 옥시토신(oxytocin)의 경우, 자폐증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해, 바소프레신은 관심을 덜 받아 왔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교의 카렌 파커(신경과학)와 동료들은 "사회성이 부족한 원숭이들은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속의 바소프레신 농도가 낮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또한 그들은 "사회적 기능장애가 매우 심각한 자폐아들은 바소프레신 농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1) 이번 연구에서, 스탠퍼드의 연구진은 6~12세의 자폐아 17명에게 바소프레신 비강분무제(nasal spray)를 투여하고, 13명의 자폐아(대조군)에게는 위약 비강분무제를 투여했다. 그리고 치료 전후 4주에 자폐아들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반응성 척도(SRS-2: Responsiveness Scale)라는 설문지를 이용하여 자폐아들의 사회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치료군은 대조군보다 SRS-2 점수가 유의하게(7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5월 1일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참고 1).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연구진은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자폐증 치료를 위한 신경호르몬을 연구하는 안젤라 시리구(신경과학)는 논평했다.

"치료 전에 바소프레신의 혈중농도가 높았던 어린이들의 사회성 향상이 높았다는 점은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부족한 어린이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라고 시리구는 말했다. "그런 어린이(호르몬이 가장 많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큰 효과를 보려면, 고용량이나 장기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바소프레신의 혈중농도는 (치료의 효과를 예고하는) 다른 미지(未知)의 특징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 '옥에 티'가 있다면, 샘플의 크기다. 만약 샘플 사이즈가 두 배였다면, 나는 기쁨을 이기지 못해 덩실덩실 춤을 췄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다"라고 펠프리는 말했다.

 

(2) 한편 5월 1일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참고 2), 연구진은 바소프레신에 대한 '전혀 상이한 가설'을 검증했다. "많은 자폐증 환자들은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고 화답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때로 지나친 정서반응(emotional response)을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바소프레신이 그런 반응을 추동할 수도 있다. 한 자폐증 설치류 모델에서,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차단하면 비정상적으로 고조된 뇌반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라고 스위스 로슈 파마슈컬스의 파울로 폰토우라(신경과학)는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로슈의 연구진은 (뇌의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차단하는) 발로밥탄(Balovaptan)이라는 화합물의 효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223명의 남성 자폐증 환자들을 모집했다. 1차 임상시험결과, 발로밥탄을 투여받은 148명의 남성들은 SRS-2 점수가 향상되었지만, 위약을 투여받은 남성들도 SRS-2 점수가 그에 못지않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폰토우라는 SRS-2가 사회성 향상을 측정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른 자폐증 테스트(Vineland-II)를 이용하여, 발로밥탄 투여군의 사회성이 유의하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3) 두 연구의 저자들은 '임상시험 참가자들 중에 중요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즉, 어떤 자폐증 환자들은 '바소프레신 투여'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어떤 자폐증 환자들은 '바소프레신 차단'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의 연구진은 100명의 어린이들을 모집하여 제2의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로슈는 두 건의 발로밥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이며, 다른 하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으로서 FDA에 제출할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두 가지 접근방법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어느 쪽이 옳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좀 더 많은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폰토우라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tm.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translmed.aau7356
2. http://stm.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translmed.aat7838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5/can-manipulating-social-hormone-s-activity-treat-autism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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