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건대하늘 정신과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대화 속에 공감이 없다면 진정한 소통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감이 없는 대화는 단절감을 느끼게 하며, 점차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서로에게 관심을 거두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대화 속에 공감이 없다면 부모의 충고는 자녀들에게는 잔소리가 됩니다. 그리고 부모들은 충고에도 변함없는 자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부모와 자녀 사이가 단절되고, 소통되지 않는 관계의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관계에 소통과 공감이 없는 심리적 장벽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정신치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을 창시한 정신과 의사 하인즈 코헛((Heinz Kohut, 1923-1981)은 환자의 정신분석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치료에 있어 공감은 진실 여부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공감의 과정에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와 치료자의 상호작용도 포함되었습니다. 환자와 치료자는 공감적 과정을 통해서 치료해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공감하는 법을 알고 있어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우리는 공감을 자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러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 연구가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렸습니다.

 

공감

정신건강의학과의사 협동조합에서 느껴보세요 ►

 

사진_픽셀

 

이 연구의 저자인 Daryl Cameron은 사람들이 공감에는 많은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과정을 살펴보면,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의 공감을 평가하기 위해 난민 아이들의 참담한 사진이 포함된 2개의 카드패를 준비하였습니다. 첫 번째 카드패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사진에 있는 사람의 신체적 특징에 관해서 묘사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카드패에서는 사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표현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난 뒤 참가자들에게 좋아하는 카드패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공감을 하도록 한 카드패를 선택한 사람은 35%에 불과하였습니다. 참가자들에게 기부나 봉사를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에는 현저한 차이가 났습니다. 카드패를 행복한 사람들의 사진으로 바꿔 보아도 선호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선택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수가 감정을 공감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신체적인 특징을 묘사하는 것보다 불쾌했다고 했기 때문에 공감 카드패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선호도가 칭찬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공감적 표현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난 뒤에는 더 많이 공감 카드패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실험과정이 덜 힘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저자는 공감하려는 태도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며 칭찬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타인을 공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매일 발생하는 암담한 뉴스 보도에 모두 공감한다면 정신적으로 지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공감이라는 창을 닫고 지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 공감과 이해는 회복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만약 주변에 마음이 지친 사람이 있다면 따뜻한 말로 대화해 보시길 바랍니다. 작은 관심이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신적인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지만 마침 주변에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정신과를 방문하여 상담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문헌

CAMERON, C. Daryl, et al. Empathy is hard work: People choose to avoid empathy because of its cognitive cost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2019.

유재학; 하지현. 정신분석에 있어서의 공감.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2009, 48: 5-11.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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