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주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안녕하세요. 전 두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저는 한국인이지만 와이프는 중국 한족이며 한국말을 능숙하게 잘합니다. 회사 사정으로 인하여 곧 중국으로 이사를 하게 될 상황인데, 두 아이의 언어 발달이 마음에 걸립니다.

첫째 아이는 5살이며 이제 한국말을 큰 어려움 없이 듣고 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아직 글은 모릅니다) 둘째 아이는 4살이며 아주 기본적인 대화(아파 싫어 내꺼야 때렸어 등)를 가능한 수준입니다.

첫째 아이의 경우 와이프가 육아를 할 때 거의 한국말로만 해서 한국말은 잘 하지만 중국어는 아주 기본적인 대화만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한 돌 무렵까지 중국인 장모님이 함께 돌봐주었습니다.

 

제가 걱정이 되는 것은 첫째 아이의 경우 이제 막 한글도 배우고 할 때이고, 둘째 아이의 경우 한국말을 급속도로 배워가는 단계로 보이는데, 과연 중국에 가서 두 언어 모두 도태되고 낙오되지 않을지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갈 곳에는 한국유치원 및 한국 초중고가 모두 있는 곳이긴 합니다. 그곳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어로 커리큘럼을 짜 놓고 중국어 등을 외국어로 가르치고는 있습니다. 우선은 한국유치원에서 교육을 시킬 예정인데, 좀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 언어 발달에 큰 무리가 있진 않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이주영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가정과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많은데, 자녀의 언어발달도 많은 걱정이 되시겠습니다.

대체적으로, 언어 발달이 느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모국어 습득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도운 후에 다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댁의 자녀분들의 경우에는 아마도, 언어발달이 느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따라가고 있으며 다른 발달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서, 그리고 환경의 변화 적응 정도에 따라서 초반에 약간의 혼란을 경험하겠지만(물리적 환경의 적응, 단어에 있어서 약간의 지연과 혼란 등),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으로 두 언어를 습득하게 됩니다.

자녀분들께서 어떠한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느냐에 따라서 더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정해질 수는 있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들의 유아 교육을 한국 유치원에서 시작하신다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우선적으로 아이들이 놓이게 되므로, 언어적 환경에 있어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부모님께서도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므로 그 사회의 문화, 법, 교통, 주변의 생활 기반 시설(관공서, 슈퍼마켓, 옷가게 등)에 익숙해지시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쉬우신데, 아이들은 이러한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하신다면, 아이들도 그 영향을 받아서 부적응 기간이 길어진다면, 유치원에서의 적응, 새로운 집에서의 적응, 동네 환경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것이 언어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께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시고, 안정되실 수 있도록(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실 수 있으므로) 준비를 잘하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다행히도 부인께서 한족이시고, 중국어에 능통하시며 중국 문화에도 익숙하실 것이니 적응에 매우 큰 도움이 되실 것 같고, 이와 함께 아버지께서 자녀분들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주신다면,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은 발달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삶을 앞두고 계시는 댁의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저의 답변이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안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