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신과, 열여섯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일상화된 교대 근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작업장에서 많은 제한들이 사라졌습니다. 특히 전기의 발견은 인간의 생활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는 낮뿐만 아니라 저녁 혹은 새벽에도 친구, 가족, 연인들과 함께 쇼핑을 하고 식사를 하며 영화 관람을 합니다. 이런 즐거움과 함께 일을 하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어느 순간, 교대 혹은 야간 근무는 일상화가 되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는 직종으로는 경찰관, 소방관, 대학 병원 의료 인력, 24시간 운영 식당, 편의점 등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약 20퍼센트의 근로자가 교대, 야간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어느새 교대 근무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 수면의 기능

수면은 인생의 약 1/3을 차지하는 중요한 인간 행동 중에 하나입니다. 수면은 생존을 위해 여러 기능을 합니다. 수면은 에너지를 보존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등 항상성 유지 기능을 합니다. 이와 함께 낮시간, 활동 중 발생한 피로와 손상을 회복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수면 중에는 우리가 학습한 다양한 기억과 정보를 강화시키고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합니다. 자연 상태의 동물의 경우는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도 합니다.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7~8 시간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성인 평균 수면 시간은 6.5 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 교대 근무와 신체 건강

우리 몸은 24시간 리듬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교대 근무자는 각성-수면의 생체 리듬이 계속 바뀌는 경험을 합니다. 24시간 생체 리듬의 불규칙적인 변화는 신체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신체에 전반적인 변화를 초래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혈압, 심장박동수를 상승시켜 심장 질환의 유병률이 상승합니다. 소화 불량, 위 계양, 변비와 설사 등의 위장관 질환도 높아집니다. 야간 시간에는 낮 시간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니 작업 도중 효율성도 저하됩니다. 이와 함께 정상 각성-수면 주기의 사람들과 생활 리듬이 다르니 만남이 쉽지 않아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직업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니 이직이 잦습니다.

교대 근무자는 규칙적인 식사를 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근무 시간 중 식사를 거르고 일이 끝난 후에 혼자 식사를 하며 폭식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독에도 취약하여 흡연, 알코올 중독 비율이 주간 근무자에 비해 높습니다.

 

# 교대 근무와 정신 건강

교대 근무가 정신 건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분야는 수면입니다. 우리의 몸은 저녁에 쉬고 잠을 자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대 근무자들이 야간 근무를 할 경우는 반대 생활을 합니다. 뇌는 외부에서 빛이 들어오면 낮이라고 인식합니다. 따라서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로 이어집니다.

야간 근무는 주간 근무에 비해 높은 주의 집중력과 노동 강도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쉽게 고갈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력이 없고 쉽게 피곤하며 사소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통, 허리 통증과 같은 신체적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교대 근무자들은 번아웃 증후군에 취약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약 70퍼센트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다고 합니다.

 

# 교대 근무의 건강, 어떻게 해야 할까?

교대 근무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교대 근무 혹은 야간 근무를 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면 조금 더 신체적인 충격이 덜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근무 시간을 이른 시간으로 당기는 것보다는 뒤로 늦추는 것이 적응하는데 수월합니다. 따라서 이를 고려래서 근무 스케줄을 작성해야 합니다. 근무를 하기 전에 짧은 낮잠을 잔다면 야간 근무 중에 졸음과 집중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을 하는 중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근무 중 실수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근무 중 졸음이 지나쳐 일에 지장이 있고 수면 리듬의 교란으로 수면 장애가 있다면 모다피닐, 서카딘 등의 약물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시나요? 당신은 누군가의 즐거움과 건강, 안전을 위해서 본인을 희생하시는군요. 그렇다면 본인의 건강과 즐거움도 한 번 돌이켜 보세요.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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