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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봉사활동 - 고유정 下 편

기사승인 2019.06.21  04: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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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인자의 봉사활동 - 고유정 上 편

 

누구에게나 자녀는 소중하며 특히 자신의 피가 섞인 자녀는 특별히 소중하다. 그 자녀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고, 자녀에게 위협이 되는 것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싶다. 왜냐하면 자녀가 건강히 잘 커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유정에게 자녀란,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보다는 고유정 자신의 정서적 만족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있음으로써 자신은 어머니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사회가 어머니에게 보이는 존중과 배려를 받을 수 있다. 보통은 가정에서도 존중을 받게 되지만, 경제적 문제로 이미 전 남편과 갈등 상황 속에서는 존중받기 힘들었을 것이며, 이 차이는 고유정을 분노하게 만들어 전 남편을 가혹하게 대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 남편은 고유정보다 더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녀를 위해서 견디기 힘든 수준의 고통을 감당해야만 했을 것이다. 결국 결혼 전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고유정에 의한 폭력이 심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자녀는 고유정에게는 자신의 분노와 욕구를 굳이 숨기지 않게 만들어 주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이 현재 주장하는 당시 전 남편이 스트레스를 많이 주고 무시했다는 얘기는 본인이 느낀 그대로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 그렇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합의 이혼이 된 이후에도, 자녀를 통해 전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었다.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겉보기에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게 만든 아이를 돌보며 정서적 만족을 얻는다는 점에서 대학 시절 봉사활동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부자를 갈라놓고, 아이에게 절망을 줬다는 점에서 고유정이 자녀의 행복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자신을 버린 전 남편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고유정이 만족할만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사실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 아이의 양육권을 남편에게 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 아이가 없는 편이 재혼하기 더 쉬우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서, 고유정에게 친자는 정서적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해하기 수월한 친자가 아닌 전 남편 살해를 결심한 듯하며, 법정에서 면접교섭일이 확정된 시점부터 살인은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친자와 전 남편의 만남을 조절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지금 얻는 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서 자신이 버림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남편의 자녀를 살해할 동기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고유정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은 자녀를 통해서는 자신이 정서적 만족을 얻기 어렵다. 먼저 의붓자녀가 자신에게 의지할 가능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그 아이를 통해 현 남편에게 자신이 원하는 영향을 주기 힘들다. 또 의붓자녀와 갈등이 생기면, 전 남편보다 더 쉽게 현 남편이 도망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 남편의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자녀를 낳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의붓자녀가 없는 경우에도 새 자녀를 낳았다가 현 남편과 헤어지면 양육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유정 자신의 삶을 위해서, 친자를 확실히 소유하기 위해 전 남편은 사라져야 했으며, 현 남편이 쉽게 도망칠 수 없게 현 남편의 자녀는 사라져야 했다.

결국 고유정은 자신의 친자녀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움직이며, 자신을 제외한 모두는 그저 수단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사실 이런 행동 패턴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우리는 모두 이렇게 행동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 보통은 어머니를 독점하려 했다. 어머니가 주의를 돌리면 엉엉 울거나, 기저귀에 대소변을 지리거나, 다른 문제를 일으켜 어머니를 얻어냈다. 또 어머니를 뺏은 동생을 몰래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하면서 선물을 주거나, 연락을 자주 하는 것 같은 성숙하고 효과적인 행동을 배운다. 이런 행동들은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고유정에게 이런 정신적 성장이 왜 일어나지 않았던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치밀한 살인 계획과 준비를 할 정도의 지적인 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충분히 증명된 듯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현 남편의 자녀 즉 의붓아들을 고유정이 살해했는지는 증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의붓아들이 죽던 날 고유정이 작성한 ‘아이들을 위한 행사 제안’은 그녀만의 또 다른 봉사활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혹을 거둘 수가 없다.

수사가 진행되어 고유정의 죄가 명확히 드러나기를 바라며, 또 고유정의 자녀가 다른 좋은 양육자를 만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를 기원한다.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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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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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네요 2019-07-11 02:34:42

    탁월한 분석이네요
    궁금증 하나,
    경계선 인격장애도 유전이 있을까요?
    고유정 부가 조폭이었고
    결혼을 여러번 한 건 환경적 요인이었겠고...신고 | 삭제

    • 피해자가 안되려면 2019-06-24 01:56:49

      근 한달간 이 사건의 살인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뉴스기사와 인터넷 댓글을 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는데요. 이 글을 몇번 읽고 생각해보니 조금 알듯하네요. 잘 읽었습니다신고 | 삭제

      • 플라워 2019-06-24 01:27:14

        김성수도 그렇고 언젠가 부터 살인사건 하나 생기면 그걸로 몇달간 모든 이슈를 덮네신고 | 삭제

        • 새롭게 2019-06-23 11:15:26

          고유정은 악마 그자체 입니다..사형이 답입니다...하도 끔직하고 이번사건으로 제3자이지만 너무나 놀라고 ,,,기가막히고...소름끼치네요....의붓아들도 죽인게 명확한데 고유정을 봐주는 것 같은 언론매체도 똑 같은 악마라고 봅니다..게다가 고유정을 변호한다는 변호단도 같은 악마지요....악마가 악마를 변호하지요신고 | 삭제

          • 오오 2019-06-22 00:09:15

            인간관계 오로지 수단인 사람신고 | 삭제

            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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