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면증은 성인의 12%가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며 간헐적인 불면증상까지 범위를 넓히면 35%까지 늘어날 만큼 우리의 일상과 친숙합니다. 아니 전 국민 모두가 한 번씩은 불면증을 경험해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우리는 흔히 수면제와 수면 유도제, 이런 말들을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그 차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수면유도제는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것, 그리고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을 말합니다.

 

수면 유도제는 약국에서 언제든지 구매가 가능한 약들로 대표적인 것이 디펜히드라민염산염과 독시라민 종류로 나뉘게 됩니다. 이 약들은 '항히스타민' 성분으로 우리 뇌를 졸리게 하여 잠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항히스타민은 종합감기약, 콧물, 비염약에도 들어 있는데,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주는 약을 먹으면 조금 졸린 이유가 이 때문이지요.

수면 유도제들은 작용시간이 무척 빠르고 효과도 빨리 나타나게 되지만 약자체의 효과는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심한 불면증 환자의 경우엔 잘 듣지 않는다는 게 단점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기가 힘들거나 곤란한 상황이라거나 수면제를 먹는 게 부담이 되시는 경우엔 간단한 수면 유도제를 통해 잠을 청해보실 수 있겠습니다.

항히스타민계가 아닌 수면 유도제로는 레돌민이라고 하는 약이 있는데 이는 생약성분의 복합제재입니다. 이 약은 수면유도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조절하여 수면 사이클과 구조를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불면증을 개선합니다.

비슷한 약으로는 멜라토닌제재가 있는데 미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이것이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자유롭게 구입할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cvs 같은 편의점에서도 팝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추신경계통약 분류되며 최면진정제로 구분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가 있지요. 이밖에 감태추출물이라던지, 기타 생약성분, 수면 보조제 등등이 넓은 의미에서 '수면 유도제'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러면 의사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수면제는 어떤 것들일까요. 이들은 크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냐 그렇지 않느냐로도 구분되게 됩니다. 이들 중 가장 대중적인 많이 처방되는 몇 가지에 대해서만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향정신성 수면제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졸피뎀입니다. 졸피뎀은 속효성이며 반감기도 2시간 정도로 짧습니다. 졸피뎀은 non-benzodiazepine계 수면제인데 따라서 진정효과나 근이완효과가 적습니다.

먹은 뒤에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반감기가 짧다는 것은 약 성분이 몸안에서 오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초기 불면증, 수면개시나 입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좋은 약입니다. sleep induction 즉, 잠을 얼마나 빨리 들 수 있느냐에 효과가 좋으며 잠을 얼마나 깊이 푹 자는 것, 오래 자는 것과는 상대적으로 관계가 적은 수면제입니다.

최근에 몇몇 사례를 통해 무척 위험하고 의존성이 높은 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들 사례 대부분은 졸피뎀을 한 번에 7~8알 이상 과다복용한 경우였으며 적정량을 쓸 경우 무척 안전한 편에 속하는 약입니다.)

 

그러면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이들은 GABA의 벤조디아제핀계 수용체에 비선택적으로 광범위하게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약의 효과가 좀 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몸이 처진다거나, 근육이완효과 같은 느낌이 좀 더 뚜렷하지요. 대표적인 약들은 할시온, 로라제팜, 디아제팜, 리보트릴 등이 있습니다.

이중 할시온은 졸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감기가 2-3시간 정도로 졸피뎀만큼 짧고 효과도 빠릅니다. 졸피뎀과 비슷한 좀 가벼운 느낌의 수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수면개시나 입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좋습니다.

로라제팜은 반감기가 8-9시간 정도인데 흡수율이나 효과가 중간 정도의 약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약은 간독성이 높지 않고 부작용이 다른 수면제보다 적어 많이 쓰입니다. 효과도 보통이고, 다음날 과하게 처지거나 몽롱한 일이 적어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는 수면제입니다. 간이 나쁜 사람이거나, 노인분들에게는 이 약이 많이 쓰이지요.

디아제팜과 리보트릴은 반감기가 14~17시간 정도로 가장 긴 수면제로 그만큼 진정효과와 근 이완 효과가 강합니다. 잠이 잘 들기는 하는데 중간에 깨는 일이 많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처방하는 편입니다. sleep maintenance(수면 유지)에 효과가 좋은 약들이지요.

또한 향정신성약품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도 아닌 수면제가 있습니다. 트라조돈이라고 하는 약물이 대표적인데 이약물은 약간의 항우울제이면서 REM 수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수면구조를 바로잡아주고 수면의 질을 높여줍니다. 악몽을 많이 꾸거나, 꿈이 너무 생생해서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을 때 이 약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 아미트립틸린이나 센시발, 이미프라민 같은 약물도 비슷한 작용 방식으로 우리의 숙면을 도와주는 약들입니다.

 

자신의 수면습관이나 불면증의 타입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수면제를 찾는 것, 그리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서 안전한 양을 규칙적으로 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획적이고 안전한 처방을 통해서 건강한 수면을 회복하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