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최근 감정의 복받침이 굉장히 심해져서 이곳에 문의를 드립니다.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정말 울 상황이 아닌데도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에 집중해서 빠져있으면 당연히 슬픈 상황에서도 눈물이 나는 건 누구나 그럴 텐데, 저는 요즘 그냥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TV 화면에 누가 울고 있으면 저도 갑자기 슬퍼지면서 눈물이 납니다.

최근에 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자주 뵙지 않았고 유대감이 크게 있지 않은데 병원에 병문안 갔다가 눈물이 너무 나서 정말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지금 당장 돌아가시는 것도 아닌데, 혼자 눈물이 막 나니까 민망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많이 우는 게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피해가 되는 거 같고... 가까운 병원에 계셔서 맘만 먹으면 찾아 뵐 수 있는데 자주 찾아뵙고 싶어도 가면 또 우니까 그게 죄송해서 더 못 가고 있어요.

지금도 이 글을 쓰는데 갑자기 확 감정이 올라오면서 눈물이 나네요.. 눈물이 막 뚝뚝 떨어져요. 노래를 듣다가 한 소절 따라 하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올라와 울고요..

일상생활이 좀 힘들 정도로 눈물이 많아져서 너무나 걱정입니다. 울고 난 다음에 속이 후련해지는 것도 없어요.. 

정신과 약을 먹으면 좀 이런 감정이 확 올라오는 게 나아질까요? 어떻게 해야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최근에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자주 있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질문하신 내용 정도의 감정 기복이나 눈물을 흘리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런 성향이 있어왔다면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문제이겠지요. 하지만 글쓴이분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이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당황스럽게 느껴지고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먼저 전제를 해야 하는 것은 슬픔의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며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통해 타인에게 위로받을 수 있고, 자신에게 움츠러들면서 상실감으로부터 회복할 힘을 얻기도 합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슬픔과 눈물은 내가 그만큼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줌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결론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어떻게 감정을 조절할지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보듬어주는 것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쉽게 슬퍼지고 눈물이 나는 것은 지금 내 안에 힘들고 어려운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쓰신 글에서는 현재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 삶에 무엇이 고민거리인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내 감정과 그것을 유발한 스트레스 요인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인정하지 않으려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지금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면을 응시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우울한 감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감정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감정을 조절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불안정했던 마음이 안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과정이 지난하고 버겁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적절한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지금보다 한결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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