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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도 유전이 되나요?

기사승인 2019.07.02  02: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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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질환도 유전이 될까요? 이는 간단히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결론부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유전병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향이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르는 유전병은 아니지만,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방암 등의 다른 신체질환들처럼 가족력을 지닌다는 것이죠.

 

과학의 발전으로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원인에 대해 알게 되기 전까지는,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된 심리학을 기반으로 정신질환을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을 주로 심리 및 사회적 요인으로 설명하려고 한 것이죠.

예를 들어 1943년 자폐증을 처음 보고한 kanner는 부모의 태도를 자폐증의 원인이라 주장했습니다. 즉, 자폐아동의 부모는 냉정하고 이지적이며 완벽하고 강박적인 성향을 띈다고 한 것이죠. 그러나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이는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는 자폐증의 경우 일란성쌍둥이에서의 발병 일치율이 최소 36~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유전적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죠.

이렇듯 최근 과학의 발전에 따라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타고난 기질적 요인, 즉, 유전성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어떤 질환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 간에 같은 병이 일반 인구에서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일반 인구의 유병률과 가족에서의 유병률을 비교해서 가족 내 유병률이 높으면 유전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조현병의 경우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은 1% 내외인데 환자의 부모에서는 5-6%, 형제자매에서는 10% 내외, 자녀에서는 12-15%로 증가합니다. 공황장애 역시 환자의 1차 친척(부모, 형제, 자매, 자녀)에서 7-8배가량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폭식증, 알코올 중독, 치매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질환뿐 아니라 자살시도나 충동적 성향도 가족성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에 같은 병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유전 때문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나 친척들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환경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를 구분하기 위해 쌍둥이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쌍둥이 연구는 쌍둥이의 어느 한쪽에 병이 있을 때 다른 쪽도 같은 병에 걸리는 비율, 즉 발병 일치율을 조사해보는 것입니다. 일란성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동일하고, 이란성쌍둥이는 50% 정도가 동일합니다. 만약 질병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만이 전적으로 작용한다면 일란성쌍둥이 간의 발병 일치율은 100%, 이란성쌍둥이의 경우에는 50% 정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조현병의 경우 일란성쌍둥이 간의 발병 일치율은 50-60% 정도이며 이란성쌍둥이 간에는 15% 정도로 나타납니다. 이렇듯 쌍둥이에서 발병 일치율이 유전자 일치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질환의 발병에 유전이 전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일반 인구보다 월등한 발병 일치율을 볼 때 정신질환에서도 유전적인 요소가 무시할 수 없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에서조차 누구는 발병을 하고 누구는 발병하지 않을까요? 즉, 질병의 유전성이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유전적 소인이 발현되는 것일까요? 이를 두고 복잡한 설명들이 있지만 간단히 말해 유전적 소인에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들이 어느 수준의 역치를 넘어설 때 정신질환이 발병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이러한 연구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가족력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에는 환경적 요소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환경적 요인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질병의 발현이 훨씬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환경적 요인에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유전적 소인이 아주 강하다면 발병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신질환의 원인을 쉽게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부모가 잘못 키워서 정신질환이 발병했다고 함부로 비난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잘 양육해도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 강해 질환이 발현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타고난 기질적 소인으로만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올바른 양육 및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서도 안 됩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양쪽 극단을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강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질환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자녀 탓만 한 채 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부모도 있고, 반대로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이고 자녀를 위해 정성을 다해 바른 노력을 기울임에도 자녀가 발병을 하여 그로 인해 너무 힘들어하시는 분도 만나게 됩니다.

지나친 비난도 과도한 자책이나 책임회피도 치료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한계를 지닌 인간으로서 모든 결과를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없다 하여도 남을 판단하고 비난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 참고문헌. 신경정신의학. 제3판. 대한신경정신의학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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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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