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전형진]

 

사연) 

저희 딸이 사회초년생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 성격이 원래 내성적이고 불안, 초조, 걱정을 항상 달고 다니는 편이었습니다. 시작단계에서는 같은 또래가 없어 힘들어하고, 지나서는 직장이라는 조직에 두려워하고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량이 너무 많고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멘토가 없어 완벽주의 성격에 더 괴로워하고 있어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는 것도 편하게 할 수 없을 만큼 일에 치여 있습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이겨내야 하는데 자꾸만 절망적인 말만 하고 못 버티겠다고 합니다. 수많은 경쟁에서 이겨 이 자리까지 왔는데 사표를 내고 다시 공부할까 고민도 많이 하더라고요. 결단도 지금 못 내리고 사육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출근합니다. 아이 성격이 문제도 있지만 이 직업이 적성에 안 맞는지 분간이 안되네요.

격려와 조언도 아이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시 공부하면 힘들 것이고 우울감에 빠질 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너무 힘듭니다. 정신과에서 일단 신경안정제 어제 처방받았는데 이럴 땐 어떡하죠?

그래도 마음이 좀 안정돼야 다시 공부를 하든 이 직업을 계속하든 할 건데 워낙 성격이 외골수고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너무 여리고 약하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전형진입니다. 따님이 직장에서 겪은 어려움으로 질문자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가장 가까운 식구가 어려움에 빠져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도 굉장히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 터놓고 지낼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가족들이라도 따님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경청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받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들은 단순히 어려움을 주변의 누군가와 나누는 것만으로도 감소할 수 있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반드시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줄 필요 없이 단지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과도한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면 이를 줄이기 위해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과 가정생활, 사회활동과 직장생활, 일상적인 책임과 여가시간 사이에서 균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장과 직장 이외의 생활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업무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들과 책임을 나눠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모든 일을 자신이 떠맡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동료나 상급자와 의논하여 본인에 대한 책임과 기대를 조정해서 합의점을 찾는 과정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가 아니라 평소 인간관계에서 불안과 초조함이 두드러져 사회생활을 견디는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남들이 봤을 때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자신에게 스스로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주변에서 조언을 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머리로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습니다. 다행히 신경정신과에 진료를 시작했다고 하셨고, 이를 통해 좀 더 근본적인 어려움들을 이해하고, 본인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따님이 치료과정을 통해 안정되고 나면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가 되어서 어떤 결정을 하든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적으로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따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명확하게 대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답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묻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게시판에 문의해주세요.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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