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여자이고 결혼 안 하고 혼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5년 전부터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계시고 정신과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약을 처방받아 드시고 계십니다.

문제는 지난달부터 아버지가 돈문제로 저한테 화를 많이 내신다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돈을 가져가십니다. 몇만원씩 드리는데 그때마다 화를 많이 내십니다.

처음에는 그냥 달라고 하실 때마다 아무 말 없이 몇만원씩 드렸는데, 몇 주전에는 몇만원을 3일 만에 다 쓰시고 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달라고 하셔서, 3일 전에 드린 몇만원 언제 다 쓰셨냐고 했더니 마구 화를 내시면서 소리를 지르셨어요. 그러면서 자기는 돈을 쓸 일이 없다, 밖에 나가지도 않는데 내가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쓴다고 하느냐며 화를 마구 내셨어요. 그러더니 그다음부터는 계속 돈을 달라고 할 때마다 화를 내십니다.

지난주에도 몇만원 가져가셨다고 하면 펄펄 뛰면서 자기한테 누명을 씌운다고 믿을 수 없다고 그러면서 그 분노를 며칠씩 그대로 표출하십니다. 그게 매주 계속되어요.

 

화를 그렇게 몇십 분씩 계속 내면서 저를 계속 불러서 따지는데 무섭습니다. 제가 태어난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아버지는 거의 매일 같이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셨거든요.

저를 때린 적은 없지만 어머니를 굉장히 심하게 때리셨어요. 머리를 벽에다 찧으시기도 하고 어머니가 뼈가 자주 부러지셨어요. 음주를 하거나 하진 않으셨는데 맨 정신에 그렇게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셨어요.

그 기억이 선명해서 지금 아버지와 단 둘이 있고 도와줄 사람 없는데 이렇게 화를 내시니 두렵습니다. 어떻게 아버지를 대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길벗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용진입니다. 아버님의 치매관련 증상으로 인하여 걱정과 어려움을 느끼시고 계시는군요. 더욱이, 어린 시절부터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온 상황에서, 현재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이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몇 가지 생각나는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현재 치료를 받고 계시는 주치의와 관련 증상을 자세히 의논하시길 바랍니다. 인지기능저하 관련한 치료만 하고 계시다면 약물을 추가하거나 변경해 보는 것이 우선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치매는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피해망상, 우울, 이상행동 등 다양한 증상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증상에 맞추어 다양한 약들을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현재 아버님의 증상은 과거의 성격문제라기보다는 치매와 관련하여 보이는 피해사고와 통제되지 않는 감정상태로 보이기도 하며, 이에 대하여 현 주치의와 상의하여 약물조절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십시오. 이미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각 시나 구마다 설치되어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하여 현 상황을 설명하고 받을 수 있는 도움이나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는지 문의해 보시길 바랍니다.

치매는 치료가 어렵고 오랜 기간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기에 보호자가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입니다. 글쓴이님께서 느끼는 현재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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