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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연인에 대한 집착, 불안증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사승인 2019.07.14  08: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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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항상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불안, 집착이 생기는 거 같아요.

제가 상대방을 더 좋아하는 게 싫은 느낌이고.. 항상 떠날까 봐 불안해서 저자세가 되고. 매시간 뭐하는지 상대방 생활이 궁금하고, 보고 아닌 보고를 원하고,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고 그러다가 상대방이 지치고 멀어지고 거기서 전 더 집착하고 속상하고.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단 걸 알지만 마음이 행동이 그렇게 안됩니다. 여기서 다른 글을 보고 제 경우와 너무 비슷한 거 같아서,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답답하네요.

현재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났는데.. 또 이러고 있어요.. 상대방을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아마 부모님에 대한 애정결핍이 심한 거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안 좋아서 늘 싸우셨고,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을 너무 많이 봤고, 가정폭력도 당했고. 그런 아빠를 증오했고, 당하시는 엄마를 도와줄 수 없었는데... 제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어릴 적 생각엔 엄마도 힘드셨을 텐데 엄마가 절 보호해 줬다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엄마도 학생일 때 집을 나가셨었고... 거기에 대해 또 애정결핍이 심해진 거 같아요. 엄마랑 한동안 연락이 안 됐고 성인이 돼서야 다시 만났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연락이 안 되는 거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하고 집착하게 된 거 같아요. 지금 남자 친구랑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하거든요.

이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아... 애정이 식은 거 같아... 떠날 거 같아... 이런 생각이 혼자 들게 되는 거 같아요.. 고치고 싶은데 이런 제 마음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제가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싶어요.. 

또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떠나보내기 싫습니다. 도움 부탁드립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읽어주신 질문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시고, 꽤 깊이 돌아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을 정리해 보면, 연인에 대해 불안과 집착이 있고, 이러한 마음의 근원에는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끼신 듯합니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이 이와 연관된다고 생각하고 계시고, 이러한 마음으로 인한 집착적인 행동이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시면서도, 순간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힌 행동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일이 많으신 듯합니다.

 

우선, 스스로의 마음을 옳고 그름의 관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되돌아보면, 현재의 마음이 가는 대상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이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를 판단하기보다,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아 어린 시절 외롭고 사랑받지 못해 불안했던 적이 많구나. 그래서 지금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또다시 버림받을 까 두려워하는구나.’

이를 ‘왜 내 어린 시절은 그랬던 거야, 왜 내 마음은 이렇게 생겨먹어서 자꾸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야.’ 혹은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하고 맞고 틀림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 내 마음에는 그런 특성 있구나.’ 하고, 우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현실에서 대처하기 힘든 감정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 감정이 지금의 것이 아닌 과거에서 온 것임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이해되는 데 마음으로는 잘 안 된다는 말을 풀어서 써 보면, 평소에 내 마음이 왜 그런지 생각으로는 잘 정리가 되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치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조절이 안 된다는 말이 됩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감정과 그에 대한 반응이 의식수준이 아닌 그 아래(무의식, 전의식)에서 자동적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치 않는 생각이나 감정, 예컨대 상대방이 연락이 잘 안 될 때 급격히 분노가 생겼다면 예전처럼 즉각적으로 화를 내거나 연락을 하며 집착하는 대신, 잠깐 멈추고 (이 지점이 힘들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남자 친구의 이 행동 때문이라기보다, 이 행동 때문에 예전에 느꼈던 버림받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는 것이야.’라고 떠올려 보면, 100 만큼 힘들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90이라도, 80이라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혹시 머리끝까지 화가 났는데 한숨 자고 나니 그 감정이 줄어들었던 경험, 혹은 순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가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이내 후회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불편한 생각과 감정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화를 내거나 집착하는 대신, 행동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그러한 생각이나 감정의 근원이 내게 있음을 천천히 돌아보다 보면 힘든 생각과 감정에 대해 원하는 대로 대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과 함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생각이나 마음, 행동이 뜻하는 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불행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은 없고, 상처 입고 싶어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고, 원치 않았던 아픔으로 인해 내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으로 나의 아픔과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동안,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자동적으로 이어졌던 감정과 행동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내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연습이 필요할 뿐입니다. 자그만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원치 않는 감정이나 생각이 찾아올 때, 즉각적으로 화를 내거나 집착하는 대신, 그 근원에 상대가 나를 떠날 까 두렵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요. 어떤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처음부터 마음 조절이 어려운 것에 너무 좌절하기보다는 천천히, 꾸준히 마음을 다독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남모를 마음의 아픔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 몰라줄 지라도, 나 스스로는 이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른의 보호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기에, 어린아이에게 애정의 단절은 생명의 위협에 준하는 두려움을 유발합니다. 그때의 글쓴이님도, 그만큼 아프고 힘드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글쓴이님이 원치 않는 관계에 대한 불안이나 집착을 느끼신다는 것은, 어쩌면 어릴 적 그때의 글쓴이님의 마음이 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제는 괜찮아 라고, 그런 마음이 드실 때마다 스스로의 마음을 찬찬히 쓰다듬어 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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