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신과, 열여덟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정신건강 진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 진료는 조현병, 조울증 등 심각한 증상이 있는 극히 일부 사람들만 찾는 의료 기관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인식의 변화로 많은 분들이 주변의 시선과 편견 없이 정신과를 방문합니다.

정신과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군은 크게 소아 청소년, 우울, 불안, 알코올 중독, 불면, 치매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근래에는 불안장애, 특히 공황장애 환자분들이 정신과에 많이 내원합니다. 김구라, 이상민 등 유명 연예인들이 지상파 방송에서 공황장애 치료 중임을 밝힌 것도 중요 요소인 듯합니다.

 

# 공황이란 무엇일까?

공황은 갑자기 극심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생겼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소멸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산에서 곰을 만나면 어떨까요? 혹은 집안에 불이 나거나 강도가 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이런 위기에 놀라거나 긴장하지 않다면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위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안의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하였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상황임도 불구하고 가끔씩 불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특히 강렬하게 엄습해오는 공포를 공황 발작이라고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된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을 공황장애라고 말합니다.

 

# 공황발작의 주요 증상과 특징

정신질환 진단 기준인 DSM-5에 따르면 다음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공황 발작이라고 진단합니다.

(1) 가슴 두근거림
(2) 땀 흘림
(3) 떨림
(4) 숨 가쁜 느낌
(5) 질식감
(6) 흉부통증 또는 불쾌감
(7) 메스꺼움 혹은 복부 고통
(8) 어지럼증
(9) 비현실감
(10) 자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11) 죽음에 대한 두려움
(12) 감각 이상이나 마비
(13) 오한 또는 얼굴이 화끈거림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분들은 언제 다시 공황발작이 나타날지 모르기에 두려워합니다. 이를 예기 불안이라고 하는데 공황장애 환자분들이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이런 예기 불안은 일상 기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 공황장애 동반질환-광장 공포증

공황장애 환자들은 광장 공포증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장 공포증은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도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을 불안해하여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질환입니다.

광장 공포증을 보이는 주요 장소로는 

(1) 버스, 지하철, 비행기 등의  대중교통
(2) 주차장, 시장, 다리 등의 열린 공간
(3) 영화관, 공연장 등의 밀폐된 공간
(4) 줄을 서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경우
(5) 집 밖에 혼자 있는 경우 등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택시를 타고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합니다. 더러는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는 환자도 있습니다.

 

사진_픽셀

 

# 덥고 습한 여름, 공황장애 주의보

공황장애 혹은 광장 공포증을 겪는 분들은 여름에 특히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호전되어 약물을 끊었던 분들이 다시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합니다.

여름철에 공황장애가 악화되는 이유는 덥고 습한 여름철, 흔히 겪는 땀 흘림,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쁜 느낌, 질식감의 증상이 공황장애 증상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분들은 이런 자극에 대해서 견딜 수 있지만 불안에 취약한 분들은 이런 계절적 요소가 방아쇠 역할을 하여 공황 장애를 악화시킵니다.

여름철은 낮 시간이 겨울에 비해 길기 때문에 외부활동이 많습니다. 그래서 불안장애에 노출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특히 휴가철에는 해외여행으로 비행기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비행기 공포증으로 정신과를 많이 찾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햇빛이 비추는 시간과 평균 기온이 상승합니다. 이는 수면 리듬의 변화를 초래합니다. 평소에 숙면을 취하는 분들도 이런 변화로 불면증을 겪기도 합니다. 불면 등의 생리학적 피로는 공황 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여름, 공황 장애를 피하는 방법

평소 공황장애가 있으시다면 주치의가 처방한 약물을 꾸준히 드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 치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름철에 불안장애가 악화되는 패턴을 보인다면 덥고 습한 환경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하기 전에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휴대용 선풍기를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하루 2~3번의 간단한 샤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 즐거운 휴가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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