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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상] LOL 게임에서 마주하는 진상들, 그들의 심리

기사승인 2019.07.19  07: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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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11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LOL 게임을 하다 보면 진상들과 많이 마주할 수가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질 수도 있는 일인데, 그럴 때마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말들을 보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기분이 더 안 좋아지곤 합니다. 오늘은 그들의 심리 기저에는 어떠한 것들이 숨어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진상 분류부터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15분 서렌 고고’ 요청 타입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혹은 아주 사소한 것 때문에 포기해버리는 타입입니다. 경기 시작부터 같은 팀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거나 초반에 작은 우위라도 빼앗기게 될 경우 경기 2-3분부터 ‘15분 서렌 고고’라는 채팅을 하며 팀의 분위기를 헤칩니다.

다음으로 ‘이게 다 정글러 때문이다’ 타입이 있습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라인에서 죽는 경우도 많은데 무조건 정글러를 탓하는 타입입니다. 정글러의 경우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 포지션이라 잘해도 본전 못하면 욕을 많이 먹는 포지션인데 심지어 잘하고 있어도 마구잡이로 정글러 욕을 하면서 남 탓을 하는 유저들입니다.

그다음으로 ‘브실골이 다 그렇지’ 타입입니다. 자신을 제외한 팀원들 모두를 무시하는 타입입니다. ‘여기 티어가 다 그렇지 뭐’라고 채팅하며 본인 역시 그 티어에 속해서 함께 게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팀원들을 무시하는 채팅을 합니다.

 

위 세 가지 타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 탓을 한다.’는 점입니다. 아래 두 가지 경우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 경우도 동일합니다. 너네들 때문에 못 이길 거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빨리 항복하고 다른 팀원들과 경기를 하겠다는 속셈을 비치는 것이거든요. 세 가지 경우 모두에는 ‘나는 잘하는데, 너네들이 잘하지 못해서 게임에 진다.’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LoL 게임화면

 

한두 명이 그러면 개인 성격 문제라고 생각하면 될 텐데,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이 있어 그것부터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아주 간단한 실험이면서 인간의 기저 심리를 잘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이참에 여러분도 해보시면 어떨까요? 여러분도 아래 질문에 답해 보세요.

 

여러분의 게임 실력은 몇 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7점 척도이며, 4점이 평균입니다.

5, 6, 7로 갈수록 평균보다 뛰어난 것이며, 3, 2, 1로 갈수록 평균 아래의 실력입니다.

점수를 생각해보셨나요?

 

위와 같은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모아 통계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 것 같나요? 점수의 의미대로, 당연히 4점을 중심으로 표준정규분포가 나왔을까요? 인간이기에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긍정 편향해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그것이 자존감을 보호해줄 수 있으니까요. 실제와 관련 없이 나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은 열등하다는 생각과 함께 하게 됩니다. 결국은 결과가 안 좋을 때, 결과의 원인으로 뛰어난 내가 아닌, 열등한 타인에게서 원인을 찾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남 탓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편향을 많이 보이는 사람일수록 실제 자존감은 상당히 낮은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나를 긍정 편향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거든요. 자존감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 반대급부로 긍정 편향된 상을 만들고 그 상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겨우 겨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 서 언급한 세 가지 경우가 이에 해당이 됩니다. 그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남 탓을 하며 겨우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싸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자극이 오면 더 강하게 대응하려 하거든요.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들키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믿고 따라오라며 품고 가거나, 아니면 아예 무시하는 것이 좋은 대응 방식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진상 짓을 하며 물을 흐리는 게이머들을 보게 된다면, ‘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이해를 한다면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임은 즐겁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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