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자존감이 낮습니다. 분명 사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사춘기 이후로 점점 자존감에 하락선?이 그어진 것 같더라고요. 부담감을 느낀 건지 이상하게 제가 높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자존감은 점점점 낮아졌어요. 성과와 자존감이 반비례했달까요?

사실 다들 나만큼 할 수 있는데 내가 노력을 더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고, 내가 1시간 걸릴 걸 남들은 사실 10분 만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머리가 좀 나쁜 편인 거 같고 그냥 엄청난 노력파라는 게 창피해요.

아무튼 '난 진짜 멍청해... 속된 말로 빡대가리야' 이 생각을 하다가 우울해져서 머리가 더 둔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저라는 사실이 너무 싫고 부모님이 왜 나 같은 애를 낳으셔서 먹여 살리느라 저리 고생하시나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고등학생 때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라도 견뎠는데 졸업한 후 완전히 지쳐버려서 이후 대학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조금 심하게 망가져서 학교를 거의 그만둔 상태입니다.

지금은 약간 회복 중인데요. 그래도 아직 자존감은 부족합니다...

도대체 무너진 자존감은 어디에서 찾나요? 성취로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던데 저는 성취로 자존감을 잃은 케이스라 영 감이 안 잡히네요.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자존감이 부족해서 용기가 안나는 악순환입니다. 자존감을 가진 친구들이 부럽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낮은 자존감에 대하여 말씀하셨네요. 글 작성자 분의 자기 자신에 좋지 못한 감정이 느껴져서 안타깝네요.

자존감이라는 것은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 자존감이 낮다고 표현을 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는 성취를 해도 자신의 성취를 운이 좋았다고만 바라보고 자신의 성취가 사라질까 봐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취란 결코 운으로 주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입니다. 낮은 자존감은 잘된 성취마저도 평가절하하게 만듭니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는 실패가 실패를 만들어 오는 패턴을 보입니다. 작은 실패에도 자존감의 손상을 심하게 입고 낮아진 자존감은 다시 또 실패를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예를 들어 교우 관계에서 작은 거절을 당했고, 이것이 심하게 자존감의 손상을 가져오고 다른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글 작성자 분은 이런 패턴들이 만성화되어서 자신의 존재 자체도 부정적으로 보고, 학교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표현을 하셨네요. 어려움이 크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이런 자신에 대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패턴에 대하여 상담치료나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나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글쓴이 분에게는 생각보다는 행동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개의 생각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행동을 막게 됩니다.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작은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의 생활을 기록하는 일기를 쓴다거나 짧은 시간의 산책 등도 방법입니다. 멍하니 지내는 시간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평소 좋아하는 활동을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종이에 쭉 써보고 가장 간단한 일부터 실천해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자존감이 하루아침에 높아지는 기적 같은 일이 있을까요? 아마 그렇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생활패턴이나 생각의 방법은 점차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어려운 시간 보내겠지만 분명하게 나아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질문자 분도 가장 어려운 시간은 지났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터널의 끝이 점차 다가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움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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