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 제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진_픽사베이

 

공중보건의사로 교정시설에서 일하던 첫 일 년, 절실히 바라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에 상주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하는 것입니다.

경중은 다르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시설 밖에서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교정시설로 들어오기도 하고, 교정시설에 있으면서 새롭게 정신과적 문제를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수가 정말 많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현실은 통계 그 이상입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동부구치소 원격의료센터 한 곳을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 교정시설에 상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선생님은 계시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초빙이나 원격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용자들을 단편적으로만 보고 약물치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진행하게 되어 한계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오히려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이에 제안합니다. 교정시설을 의대생 실습과,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과정에 전격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요. 이미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는 전공의가 배정되어 있고, 일부 정신건강감정 등의 수련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구치소와 교도소를 포함한 교정시설은 의대생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의미 있는 임상의학‧사회의학 교육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편적으로만 보아도 교정시설의 심각한 정신질환자 수는 병원의 3배 남짓(미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중증 환자가 많다는 것 이외에도 교정시설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한 정신과 교과서는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수련을 받게 될 경우의 장점을 6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교정시설에서 첫째, 넓고 다양한 정신병리를 볼 수 있습니다. 신입 수용자들의 불안장애부터, 성격장애, 동반된 물질사용장애, 만성 정신증 등이 흔합니다. 또한 여성 수용자의 경우 PTSD가 특히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시간 관리 및 진료 조직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교정시설에서는 수용자의 접견, 출정 일정 및 보안상의 여건으로 환자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진료와 진단, 치료를 해내며 시간 관리 및 조직능력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셋째, 팀으로 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교정시설에서 의사들은 교도관들과 함께 일하게 되며, 24시간 수용자들과 밀착되어 근무하는 교도관들로부터 수용자(환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받고 논의할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수용자의 위생상태, 태도, 기분, 이상행동을 보이지는 않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비의료인들(교도관)으로부터 받음으로써 일종의 확장된 팀 어프로치로 환자 수용자를 관리하게 됩니다.

넷째, 정신과 약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넓힐 수 있습니다. 외부 진료현장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게 사용하지만 교정시설 내에서는 남용 가능성 때문에 신경자극제나 벤조다이아제핀 종류 약을 잘 사용하지 않고, 이에 따라 약물 사용에 있어 적정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다섯째, 약 처방 외에도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교정시설에 흔한 경계성 인격장애나 자해행동에 사용하는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같은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여섯째, 꾀병(malingering) 환자를 감별하고 판단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교정시설에서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교육은 해당 전공의 선생님들 뿐 아니라 교정시설에서 일하는 의무관 선생님들에게도 큰 이득이 됩니다.

첫째, 의대생과 전공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의무관들은 지도의사로서 항상 현재 치료 기준/가이드라인과 최신 지식을 알고 있으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수용자 진료, 약 투여, 개인면담, 그룹치료 등 현재 의무관들이 인력부족 등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거나, 전문분야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들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셋째,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과 연계하는 것은 교정시설 의무관들에게 대학에 자리를 가지고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넷째,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이 해당 기간 동안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해 줌으로써 미래에 교정시설 의무관으로 함께 일할 동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그 악순환으로 인해 의무관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수용자들도 결국 형기를 마치면 지역사회 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사람들입니다. 교정시설에서의 제대로 된 정신과적 치료와 접근은 비단 수용자 한 사람뿐 아니라, 수용자의 가족, 더 나아가 사회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관련 법 개정, 종종 들려오는 사회 섹션의 뉴스, 부족한 교도소 의사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의 존재와 역할이 날로 중요해질 작금의 현실과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면, 전공의 교육‧수련의 일부 과정에 교정시설을 포함시키는 것은 현재 시스템 하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나은 교정의료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기고문을 씁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학회와 법무부가 함께 이를 논의하기 시작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곳에, 도움이 필요한 진짜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Oxford Textbook of Correctional Psychiatry (2015)

 

- 최세진 서울구치소 공중보건의사

중앙배치기관(교정시설 등)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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