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날씨가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부지방에는 태풍이 지나가고, 중부지방은 비가 많이 오지는 않지만 더위와 사우나 같은 습기가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어떤 날은 흐릿흐릿하면서 사우나 같은 날씨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기도 하고요.

오늘은 저의 궁금증에서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진료를 보다 보니 여름에 공황장애가 증가하는 느낌이 있어서요. 과연 '여름에 공황장애(공황발작)가 증가할까?'라는 의문을 해결해보기로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의학 논문을 검색해보기 위해서 유명한 'Pubmed'에 검색을 해봅니다. Panic, anxiety, climate, summer, humidity, heat와 같은 검색어로 검색을 수행했습니다. 생각보다 연구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읽을만한 논문이 몇 개 있는데요, 다음과 같이 몇 개를 뽑아봤습니다.

- Sensitivity to seasonal changes in panic disorder patients. Psychiatry clinical neurosciences 2006.

- Panic attacks: weather and season sensitivity. Psychiatry clinical neurosciences 2007.

- Panic anxiety, under the weather? International journal of biometeorolgy 2005.

- Case of summer-related seasonal panic disorder responsive to water supply therapy according to frequency of urination.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2011.


흥미로운 것은 이들 논문 중 3편이 일본인 연구자라는 것입니다. 여름에 높은 온도와 습도를 경험하는 것이 일본이라서 그런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요. 그중 가장 처음 언급한 논문, Sensitivity to seasonal changes in panic disorder patients 이 연구 디자인이나 정리가 가장 잘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이기도 해서 참고했습니다. 

이 연구는 일본 나고야 지방의 총 146명의 panic disorder 환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나고야 지방은 북위 35도 정도이며, 8월 평균기온 27.3도, 1월 평균기온 4.3도 정도입니다. 서울과 비교해보면 서울, 경기 지방의 8월 평균기온은 25.7도, 1월 평균기온은 -2.4도 정도라고 합니다. (기상청 날씨누리 사이트 중, 국내기후자료를 바탕으로) 따라서 이 논문의 결과가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의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총 146명의 공황장애 환자가 연구에 참여했으며, 그중에는 37명의 계절성 우울증(기분장애) 환자, 70명의 역치하 계절성 우울증 환자(subsyndromal SAD), 단순 공황장애 환자가 39명 포함됐습니다.

통계 결과상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황장애가 8월과 12월에 악화됩니다. (그래프 중 a 참조) 8월에 악화되는 경우가 27명, 12월에 악화되는 경우가 26명. 좀 더 확장해서 여름 3개월, 겨울 3개월을 봐도 여름과 겨울에는 공황발작의 빈도가 증가합니다.

부가적으로 계절성 우울증(기분장애)과의 상관을 보자면, 8월에는 계절성 우울증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군에서 공황발작이 증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공황장애의 경우 계절에 따른 변동은 크지 않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여름에 악화되는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계절성 우울증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역으로 생각해봤습니다.
 


공황장애의 악화 요인을 살펴보면, (Table 1 참조) 8월의 경우 '뜨거운 기온'과 '수면시간의 감소'와 공황장애 빈도가 연관이 있으나, '습도'와 공황장애 빈도는 연관이 없었습니다. 저는 높은 습도도 증상 악화에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관계가 없다고 나오는군요. (볼드가 되어 있긴 하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다고 합니다)

12월의 경우 공황장애가 증가하기는 하지만, 위에 언급한 요인인 '수면시간', '찬 기온'과는 연관이 없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12월에 공황장애가 증가하는 것은 다른 사회학적 요인(졸업이나 기타 등등?)이 연관되어 있을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위의 논문이 아닌 다른 논문에서도 여름에 공황장애가 증가하는 것은 대략적인 사실인 것 같습니다.

위의 논문에서 정리하기로는 여름에 공황장애를 악화시키는 이유로 더운 날씨와 수면부족을 꼽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시원하게 해 주고, 잠을 잘자면 공황발작의 빈도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다른 일본 논문(Case of summer-related seasonal panic disorder responsive to water supply therapy according to frequency of urination.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2011)에서는 여름에만 공황장애가 심해지는 원외의 노동자 케이스를, 수분 공급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켰다는 케이스 보고가 있어서, 적절한 수분 공급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절한 수분 공급이란, 3-5시간마다 한 번씩 소변을 볼 정도의 수준을 말합니다.

혹시 공황장애를 앓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생활환경에서 온도를 내려주고, 수면을 잘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황장애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보이며, 공황장애가 악화됐을 시에 충분한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가적으로 공황장애에서는 과다한 카페인과 음주가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으니 그러한 것을 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공황장애에 대해 예전에 쓴 글을 링크하겠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링크) 공황장애, 고장 난 화재경보기

공황장애가 없는 건강한 여름을 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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