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전 연재에서 연예인의 반복된 자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안에는 이상화된 상과 동일시하는 심리기제가 자리 잡고 있음에 대해 살펴보았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워낙 커다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다 보니, 외부에서 주어지는 ‘피드백’을 ‘진짜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기가 쉽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는지도 모르는 채요.

그런 측면에서 예전 한 예능 프로그램(KBS 대화의 희열2)에서 나왔던 아이유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습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러한 단단한 심지를 가졌는지, 사람으로서 매력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오늘은 그 지점에 대해 정신의학적 의미를 같이 풀어보고자 합니다.

 

아이유는 몇 해 전부터 인기가 급속도로 상승을 했죠. 이렇게 인기가 급상승하면 겉으로 보기엔 좋기만 할 거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정신의학적으로는 취약한 상태가 되기가 쉽습니다. 아이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그 기저에 어떠한 심리적 취약성이 숨어있는지를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일이 잘 되니까 잘 되는 대로 어? 더 불안한 거예요. 계속 계속해서 거품이 막 만들어지는 거 같은 느낌?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 거품이 다 빠지고 이렇게 딱 밀도 있게 압축해서 봤을 때 내가 요만큼(손톱만큼)일까 봐. 그게 조금 무서웠어요. 원래 저라는 사람에 비해서 너무 좋게 포장이 된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것들이 좀 나중에 이게 내가 얼마나 죄를 받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사진_ KBS2 대화의 희열


아이유라는 사람이 한 사람으로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사실 이 지점부터가 정신의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인지했다는 것. 그리고 그 불안의 의미를 정확히 캐치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정신의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부터 무시하고 넘어가거든요. ‘한창 물 들어올 때인데, 불안이라는 감정은 사치야. 일단 그냥 저어가야지.’라며 애써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무시하기가 십상입니다. 유희열 씨도 이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에요. 지금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22살의 아이유에게 어떤 해였냐 하면 쉽게 말해서 대박의 해예요, 대박의 해. 그러면은 그때 밀려드는 스케줄들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러면 그 스케줄들을 신경안정제를 먹건 뭘 하건 간에 일반적인 연예계의 생리 상은 다 올라가요. 다 올라가면 광고가 또 막~ 한 해니까 한 해. 물이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그거를 안 한 거예요. 그걸 빠져나왔다는 게 저는 대단해요.”

 

아이유는 거품 같은 불안을 느낄 때, 활동을 휴지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유희열 씨 말대로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결정이죠. 그리고 여기서 아이유가 내린 결정에서 저는 한 번 더 탄복했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 거의 정답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더라고요. 아이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그때 결심을 했어요. 프로듀싱을 내가 해야겠다. 이게 뭐 거품이 다 날아가든지 내가 요만해지든지 간에 불안하면서 근사하게 보이며 사느니 그냥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라는 생각이 그때 딱 들고 뭐가 됐든지 간에 내가 프로듀싱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그때 해서 그다음에서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너무 멋있는 말이어서 한 번 더 반복하겠습니다.

“불안하면서 근사하게 보이며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너무 멋있는 말이지 않습니까? 말이야 쉽지,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이 허상을 쫓다가 우울증에 빠지고, 공황장애에 걸리고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생기는 것이거든요.

근사한 겉모습에 취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면, 정신의학적으로는 그것보다 최악의 수는 없습니다. 항상 우리의 마음은 마음속 깊은 심지에 뿌리 박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떠한 모진 풍파가 들이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심지가 아닌, 근사한 겉모습에 뿌리를 박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평생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유는 그 차이를 인지하고 실천했던 것이죠. 그래서 ⌜대화의 희열 - 아이유 편⌟을 보다가, 아이유라는 사람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역시 노래 속에서 표현하는 감성이 보통 내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_픽셀


저는 우리가 마음속 깊은 심지에서 출발할 때, 내 안의 잠재력이 100% 모두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이 편해질 뿐만 아니라, 능력치도 최대한이 되는 방법이 곧, 마음속 깊은 심지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늘 마음속 깊은 곳에 어떠한 마음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를 관심 가지고 귀를 기울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절대로 그것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순간부터 ‘나 자신’은 ‘실제의 나’와 점점 거리가 멀어집니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내 안에 있는 감정이라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인식해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인정해줄 수 있는 것. 더더욱 관심 가져줄 수 있는 것.

이것이 정신의학적으로는 가장 건강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늘 내 마음의 뿌리는 내 마음속 깊은 심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유의 이야기로 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불안하면서 근사하게 보이며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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