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좋지 않은 경험을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 안 끼치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좋지 않은 상황은 우리에게 우울감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런저런 걱정이 됩니다. 불안하고 안정이 되지 않습니다. 입맛도 없고 밤에 잠을 이루기도 어렵습니다.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멍해지곤 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이에 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우울감이 정신건강의학적인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은 결코 아닙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가 있을까요?”

 

사진_픽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왔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다들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음을 서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시시한 얘기들이 오고 갑니다. 때로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나오기도 합니다. 나를 아끼는 사람과의 평범한 만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도 충분한 위로를 받는 경험을 합니다.”

 

언어적인 표현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말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말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언어적인 표현보다도 비언어적인 표현입니다. 어머니가 어린 자녀를 바라볼 때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항상 말로 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 믿음, 걱정은 충분히 드러납니다.

더 큰 위로는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아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항상 믿어주고 있다는 그 마음이 위로가 됩니다. 위로의 말도 좋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에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말의 내용보다는 비언어적인 부분인 감정, 분위기, 믿음 등이 더 큰 위로가 됩니다. 마땅히 위로의 말이 떠올리지 않을 때는 그저 옆에서 충분히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현실적인 조언, 이해타산적인 이야기, 직접적인 비난이나 혼냄 등등.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넣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말로 무엇이라도 표현을 해야 위로가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에 억지로 위로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로 인하여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까지 퇴색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저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며,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충분히 듣고 공감하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다음에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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