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에 의하면 행복의 뿌리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5가지 비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아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매일, 꼭 안아줍니다.

아이가 일생동안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행복한 인생에 관한 많은 연구에 의하면 아이의 행복에 관한 비밀은 부모가 쥐고 있다고 봅니다. 어린 시절의 가장 행복했던 경험이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이나 마약, 자살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이겨내는 힘은 어린 시절 사랑받은 경험에서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기를 자주 꼭 안아주고, 아기가 울면 빨리 반응을 보이고, 큰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밥을 먹고 같이 뒹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비법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모와의 강한 연대감은 자라면서 사회적인 소속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벗어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자신을 인정해주는 선생님과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소속감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때로는 자신이 잘하는 일이 그룹 내에서 돋보여 칭찬받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유아기에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하지만 자라면서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과 인정도 중요합니다.

사회적인 소속감은 자라서도 행복의 주요 요소가 됩니다. 소수의 사람과 깊게 사귀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과 유대감을 나누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또래들에게 인정받는 느낌도 행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 그룹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받는다고 느껴진다면 아이들은 행복 대신 큰 두려움을 느끼게 되니까요.

 

둘째,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부모 자신이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야 하고 아이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주부들이 우울한 가장 큰 원인은 ‘아이 양육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전엔 대가족 하에서 육아를 여러 사람이 분담했지만,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오롯이 엄마의 일이 되었을 뿐 아니라 경쟁 사회에서 아이를 남에게 뒤지지 않게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 “나는 좋은 엄마일까?” 자녀를 기르는 엄마라면 때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엄마는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워킹맘들은 아침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두고 직장에 갈 때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엄마들의 경우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육아 우울증을 호소하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어린 시절, 엄마와 사이가 나빴거나, 다른 형제에 비해 사랑을 덜 받았다고 느꼈거나, 부모에게 적대감이 있는 경우에는 막상 자신이 부모가 되면 심리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부모가 자신이 어렸을 때 한 행동을 따라서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양가감정(좋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를 소홀하게 대하다가 지나친 관심을 보이다가 하는 등 변덕을 부리게 됩니다. 그리고 곧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우울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아이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이 마음에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셋째, ‘슈퍼맘’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울증이 있는 엄마들은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릴 수도 있고, 아이에게 욕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을 앓은 엄마의 아이들을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아동 1만7백 명을 대상으로 신체발달 상태를 조사했는데 출산 후 심한 우울증을 겪은 엄마의 아이들은 우울증이 없었던 엄마의 아이들에 비해 키가 더 자라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우울한 경우 아이가 우울해질 확률은 두 배로 높아집니다.

우울증을 겪는 엄마를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를 하고 나니 아이들의 불안장애, 우울증, 파괴적인 행동도 개선되었습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엄마의 우울증이 아이의 건강한 발달과 정신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럼 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엄마들은 직장과 육아 모두를 잘 해내야 한다는 주위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완벽하고 헌신적인 ‘최고의 모범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육아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때로 미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에 가두지 말고 설사 엄마로서 부족한 자신이라 느끼더라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주위에 도움을 구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부모가 서로 다정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넷째, 지나친 간섭과 칭찬을 피해야 합니다.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은 자존감입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을까요? 칭찬은 당연히 자존감을 높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도록 부추겨서 받은 칭찬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경험하며 느낀 성취감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존감을 느끼게 합니다.

다행히도 4세 이하의 아이들은 기고 걷고 혼자서 밥 먹고 신발을 신어보는 모든 행동은 처음 해보는 것으로 아이들은 이런 발달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인생에 꼭 필요한 긍정적인 마음과 열정적인 태도는 모두 수없이 반복된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에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단번에 손에 쥐게 한다면 아이는 행복할까요? 물론 아이는 행복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감은 잠시 후면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은 행복입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의 기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아이가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의기소침해 있는 것은 모두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 아이의 기분을 맞추어 주려고 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며 겪게 되는 모든 나쁜 감정을 스스로 다루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실제보다 더 불행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어린 시절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면 실제 생활에서 자신의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더 많은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소한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도 부족해집니다. 따라서 지나친 간섭과 칭찬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매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버릇을 만들어 줍니다.

행복감과 감사하는 마음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매일 감사의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더 긍정적이며, 목표로 정한 일을 더 잘 해내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 전이나 밥 먹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 중 감사할 만한 일을 찾아서 부모에게 크게 말하게 합니다. 이 과정은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태도는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아이에게 행복을 안겨주게 됩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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