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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고 공허해... 중년의 마음

기사승인 2019.08.19  02: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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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0대 중반 남자입니다. 불쑥불쑥 공허해집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바쁘고, 부모님은 연로하셔서 여기저기 많이 아프십니다. 아내는 바쁜 아이들과 쇠약해지신 부모님들을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고, 저 역시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삽니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사는 게 허무하고 공허하다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중년이 되면, 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고 마음이 단단해질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웬만한 스트레스에는 끄떡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이 상담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도 자주 보고요. 자기 마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를 자주 봐요. 

가족이 다 잠든 밤에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던 건가? 내 인생을 위해서는 뭘 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 때문에 허무하고, 우울해진다고 호소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다 그래요. 그러면서,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소중한 존재이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면서,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중년의 고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까? 주로 어떤 감정들을 가지게 되나요?

상담하면서도 자주 봐요. 현실에서는 더 많죠. 대부분, 공허하다고 해요. 허무하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많고요. 가슴에 구멍이 나서 찬바람이 왔다 갔다 한다는 분도 있고요. 뭘 해도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도 있어요. 세상이 흑백텔레비전으로 변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우울한 감정보다는 공허감이 더 크고요. 불안이나 초조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게 뭔가 큰 충격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기보다는, 쫓기는 듯한 느낌 때문에 불안을 느껴요. 왜냐하면 중년기에 접어들면 사람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하고,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되죠. 그리고 삶에서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비교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짧고, 앞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것 같으니까... 더 이상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니까, 초조함을 느껴요. 

이런 생각들이 한창 바쁘게 일 할 때는 잠잠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 늦은 밤이라든지, 잠시 여유를 갖고 쉴 때 찾아오니까, 제대로 쉬지도 못 하고, 밤에는 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하죠.

 

사진_픽셀

 

중년은 부모와 자녀를 함께 신경 써야 하는 나이인데요. 자기도 힘든데 신경 쓸 가족이 많으면 더 지칠 것 같아요...

중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 치러내야 하는 시기예요. 20대, 30대에 열심히 세상과 부딪히며 싸워서, 중년이 되면 전쟁이 끝이 나고 편해질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잖아요. 아이들 공부도 계속 시켜야 하고, 부모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돌아가시기도 하고.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죠.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날은 쉽게 찾아오지 않죠. 

게다가 40대가 되면서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좋아하던 술도 그다음 날 숙취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끊게 되기도 하죠.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워지니까, 자신이 계속 풀어야 하는 숙제들을 앞으로 계속 안고 갈 자신도 점점 없어지는 거죠. 

중년기에 공허하다, 허무하다... 마음이 무겁다...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건. 현실에서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신체적 변화를 급격하게 느끼기 때문이기도 해요. 체력도 떨어지고 자기 자신의 건강도 예전 같지 않죠. 건강에도 자신이 없고. 피로감도 금방 느끼고. 무엇보다,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도... 갱년기에 접어들거든요. 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활력이나 에너지도 저하되니까, 아무래도 자신감을 더 상실하게 되죠.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 하는 것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느냐 하는 것에도 달려있지만, 사실 몸의 감각에 의해서 감정과 기분이 지배되는 것이 굉장히 큽니다. 몸 컨디션이 기분을 좌우하고, 몸의 감각이 어떠냐 하는 것에 따라서 자신의 감정이 결정되는 거죠. 20대 때는 밤새워도 끄떡없이 다음 날 열심히 일 하던 사람이, 40대가 넘어가면서 조금만 무리해도 금방 아픈 곳에 생기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마음도 약해질 수밖에 없죠.

 

중년 남성 우울증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중년 남성 우울증이라고 따로 정의된 것은 없어요. 마찬가지로 중년 여성 우울증이라고 따로 정의된 것도 없고요. 

다만, 중년기 남성 우울증의 임상 양상이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중년 남성은 우울증이 걸려도 “나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잘 안 합니다. 도와달라는 호소도 잘하지 않고요. 약하게 보이는 것이 싫고 가족에게 힘든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증상을 잘 숨깁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요. 그런데 그 방법이 적절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는데요. 예를 들면, 술로 이런 허무한 감정을 없애려고 하거나 평소 하지 않던 행동으로 짜릿한 기분을 다시 느끼려고 해요. 예를 들면, 평소와 완전히 다른 옷차림에 도전한다든가, 어울리지 않는 취미를 가져 보겠다고 덤벼든다든가... 심한 경우, 위험한 연애에 빠지기도 하고요. 이런 것으로 자신이 느끼는 허무한 감정을 없애려고 몸부림치는 것이죠.

 

중년기가 되면, 심리적 문제가 더 많이 생기나요?

이 연령대에서 신체적 건강도 주의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리적 건강도 쉽게 나빠집니다. 중년기에 우울증이 새로 발생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고요. 실제로 여성의 경우는 중년기에 우울증 유병률이 제일 높고요. 공황장애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년 남성이 제일 유병률이 높아요. 불면증도 흔하고요. 감정의 변화도 더 급격해지고요. 짜증이나 분노 조절이 안 된다며 찾아오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래도 텔레비전이나 대중 매체를 보면, 꽃중년이라고 해서 자기 삶을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고, 아주 자유롭게 사는 중년들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것에 쉽게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현실의 삶에서 40대, 50대 분들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분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실제로 이 연령대에 해결해야 하는 심리적 과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돌보며 그 사람에게 자기 삶의 가치를 전수해주는 것이에요. 이 시기에 자기 자신에만 매달리게 되면 이런 심리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공허함,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중년기에 우울증이나 갱년기가 오더라도, 조금 덜 괴롭게 넘어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첫 번째는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서 신체 근육량이 많고 심폐활량이 좋은 분들은 중년이 되더라도 이런 허무한 감정이 덜 들어요. 우울증도 적게 걸리고요. 중년이 될수록 몸의 감각을 더 많이 깨우도록 해야 합니다. 스트레칭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하고요. 많이 걸어 다니고요. 평소 듣지 않던 음악에도 귀 기울여 보시고요. 

두 번째는 중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차이예요. 아, 벌써 나도 중년이구나, 내 인생은 끝나는구나, 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분들은 확실히 중년기에 심리적으로 더 괴로워집니다. “중압감 느끼지 않는 중년은 없다. 삶의 무게가 크다는 것은, 그 무게만큼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도 많다는 뜻이다”라고 인식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훨씬 더 건강하게 버텨냅니다. 달리 말하면, 자기 삶을 조금 더 긍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일기를 써 보시라고 권유드리고 싶어요. 일기 쓰기가 진짜로 필요한 때는 중년이에요. 중년이 될수록 하루하루를 돌아보고 자기 삶을 돌아보고 그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면, 중년의 심리적 위기도 훨씬 수월하게 넘길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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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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