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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강심장 되는 3가지 방법

기사승인 2019.08.29  06: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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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 이순신에게 배우는 공황장애 극복법

[정신의학신문: 부산서면 통통샤인정신과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4월에 벌어진 두산과 SK의 프로야구경기에서 714일 만에 선발 등판한 두산의 투수 홍상삼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중임을 고백했습니다.

"제가 되게 강한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약한가 봐요. 욕을 하도 많이 먹다 보니까. 사람이 심리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저를, 뭐라 해야 하지, 압박을 받다 보니까, 사람이 확실히 많은 곳에서 던지다 보면 그런 게(공황장애) 생긴 것 같더라고요. 사실 마운드에서 공황장애 증상이 어떻게 언제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어요. 그래도 정말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니 힘이 확실히 났어요."

 

철학자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다’라고 했었죠.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분들을 두고 한 말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강심장이 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첫째,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공황이 갑작스럽게 찾아와도, 자신만의 전조증상이나 증상 강화 패턴이 있기 마련입니다. 홍상삼 선수의 경우, 언제 어떻게 공황이 나올지 노심초사했지만, 마운드에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나 투구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폭투 같은 것이 교감신경계를 항진시키는 촉매제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증상이 있다고 다 공황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에 공황으로 발전시키는 유발요인을 찾아 바꿔줘야 하겠습니다.

내면에서 스스로 물을 주고 키워내는 비관적인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황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은 전신증상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인해 어느 과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응급실을 찾게 됩니다. 그런 불안을 유발하는 패턴에는 신체적 증상을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일반화시킨 재앙화 사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빠른 심장박동-심계항진 → 심장마비가 오려나 보다. 이렇게 죽나 보다.

어지러움-현기증. 머리 띵함 → 정말 쓰러질 것 같다. 개망신을 당하겠구나.

땀나는 것-땀 흘림 → 왜 이러지. 돌연사하려나?

가쁜 호흡-숨이 차다. → 숨쉬기가 어렵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다.

질식감 → 아, 숨이 막히네. 정말 두렵다.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떨림-전율 → 아, 정말 떨리네. 사람들이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볼 거야.

몸이 후끈거리거나 오싹한 것 → 소름이 돋네. 정말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흉통-가슴 통증 및 불쾌감 → 정말 심장마비가 왔나 보다.

목이 막힌 것처럼 답답함 → 아, 답답하다. 불쾌하다.

손발의 무감각 또는 마비감-감각이상. 짜릿한 감각 → 정말 마비가 오는 것 같다. 뇌졸중이 오나. 곧 쓰러지겠지

메스꺼움 또는 거북함 → 토할 것 같다. 아, 미칠 것 같아. 뛰쳐나가고 싶다.

비현실감 또는 이인증 → 발작이 오나 보다. 이러다가 미칠 것 같아.


공황이 나타났을 때 파국적으로 해석하는 점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감신경계가 항진된 몸의 상태에서 순식간에 나타나는 여러 신체 증상을 응급상황으로 보고, 우리 뇌가 정말 큰일 난 것처럼 해석해 버리기 때문이죠.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 작은 신체적 증상을 느껴도 그 느낌을 사실인 양 지레짐작해서, 지나치게 과장하고 확대해석하고, 끝장난 것인 양 믿어버립니다.

지나친 일반화와 흑백논리를 자신에게 적용하면 ‘안 그래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지없이 속수무책 당하게 됩니다. 죽게 된 마당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약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죽을 것 같은 강렬한 두려움의 기억이 몸에 새겨져, 우리 몸은 언제 또 그런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해지고, 예민해집니다. 결국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공황으로 인해 몸이 너덜너덜해진 후에야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공황장애의 신체 증상은 과장성에 비해 조금 허무한 측면이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하다.’, ‘망했다.’, ‘끝장났다.’, ‘죽는다.’는 재앙화된 생각들이지만, 파국적 결말을 예상한 것과 다르게,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정신과에나 가보라고 권유받죠. 자신이 겪은 두려움의 강도는 죽을 것 같은 생생한 공포이기에 공황임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신, 니체의 고백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다’임을 받아들이고, 공황장애의 예기불안과 마주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둘째,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런 신체 증상이 왜 생기는지를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공황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통해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충무공 이순신이 말씀하셨죠. "무릇 병법에 이르기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움에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의 변함없는 이론이다."

여기서, 나를 아는 것은 공황장애가 나에게 왜 생겼는지를 아는 것이고, 적을 아는 것은 공황장애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생기는지 알고 있다가, 실제 공황을 겪을 때. 공황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공황장애 극복에 이순신을 뜬금없이 소환시킨 것은 아닙니다. 원래 공황장애는 1800년대 중반, 미국 남북전쟁에서 극심한 불안을 겪고 심장발작 증상을 보인다는 군인들에게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일본 수군과 23전 23승 전승을 이끌었던 충무공 이순신은 군사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공을 들였습니다. 난중일기에서 명량대첩이 있었던 정유년 일기 9월 16일(양력 10월 26일)을 보시면

“맑았다. 상선(지휘선)이 홀로 적선 속으로 들어갔다. 배 위의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파랗게 질려 있었다. 나는 “적이 비록 1000척이라도 감히 우리 배는 바로 치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불안해 떨지 말라! 힘을 다해 적을 쏘아라!”

아마도, 저는 국보 제76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난중일기 속에서 충무공이 언급한 수많은 왜적선을 두고, 대장선이 홀로 적선 속으로 들어갔던 이 장면의 기록이 어쩌면 군인들의 공황발작에 대한 역사적인 첫 기록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말을 했었던 것도, 군사들의 전의를 상실한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파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명량해전을 앞두고, “무릇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則生 必生則死,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말을 남긴 것은, 13척의 배로 133척이 넘는 적군의 배를 마주했을 때 혼비백산할 압도적인 두려움에 대비한 충무공의 정신무장이었을 겁니다.
 

사진_픽셀


공황장애의 역설은 응급실로 달려갈 때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을 듣는데도, 미심쩍게도 불안해진다는 것이죠. 이번에도 찾아온 압도적인 두려움인지라, 이성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의 중추인 편도체가 이성의 뇌인 전전두엽을 납치해서 인질로 삼는 상황이라 여길 만도 합니다. 이번만큼은 왠지 다를 것 같다고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하는 순간, 신체적인 증상들이 사라져서 민망해진 경험을 해 본 분도 제법 많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극심한 두려움이나 불편함이 생겼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공황이라고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황이 시작되면 꼭 시계를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시계를 보는 즉시 공황이 끝나는 카운트다운에 돌입하기 때문이죠. 10분 정도 있다가 사그라진다는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는 경험을 통해, 점점 커지는 두려움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하는 무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예측 가능성을 통해 신체 증상이 더 커지지 않고,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심한 공황이 와도 공황으로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공황의 신체 증상은 소중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자율신경계의 비상대응조치일 뿐입니다. 교감신경계로 비상 상태인 몸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부교감신경계가 자동적으로 개입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치 명량의 울돌목에서 10분간 교감신경계의 거센 물살을 버티면, 물살의 흐름이 부교감신경계의 안정화로 바뀔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하는 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미치고 싶어도 미칠 수 없습니다. 정말 죽을 것처럼 느껴져도, 죽지 않고, 곧 끝난다고 생각하고, 복식호흡과 분산-이완 전략으로 버텨야 합니다. 위험하지 않고 100%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10분 동안만 죽었다가 ‘필사즉생’ 한다는 조절력의 경험을 뼛속 깊이 새기면, 신체 증상은 도망치듯 자연히 소멸됩니다.

 

마지막으로, 긴장과 불안을 마주하는 일상의 환경 속에서도 이완하는 연습을 생활화하는 것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 처음 출정하는 군사들을 향해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침착하게 태산처럼 무겁게 행동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 물령망동 정중여산)."라고 말씀하셨죠. 이것은 공황장애의 예기불안을 관리하는 필승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평상시 이완반응을 통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놓고, 과로나 술, 카페인을 피하는 등, 조절할 수 있는 악화요인을 통제하며, 꾸준한 약물치료와 대안적인 생각의 변화를 통해 신체적 각성을 줄여 예기불안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평상시 잠을 잘 자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스리며,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불안과 초조함을 느낄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변수에 대비하고, 느긋하고 여유 있게 행동하며,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라고 말했죠. 공황장애의 예기불안을 힘들게 견디는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강심장이 되어, 죽을 것 같은 삶의 위기와 고통에서 벗어나고, 삶의 밑바닥에서조차 통통 튀어 오르는 반전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늘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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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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