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번아웃의 징후와 증상은 무엇인가?

번아웃의 증상은 광범위하다. 그중 어느 것이 번아웃의 증상인지, 어느 것이 번아웃의 증상이 아닌지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는 아직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증상들이 업무, 혹은 다른 종류의 해야만 하는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업무 외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의 가장 흔한 예라면 만성 질환에 이환된 가족의 간병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 에너지 고갈, 피로

기진맥진하고 감정적으로 지치고, 주변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기운이 없다. 위장관의 문제나 통증 등의 신체적 증상도 함께 있을 수 있다. 
 

• 업무 영역에서의 변화

번아웃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점점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좌절감을 느낀다. 근무 조건이나 근무 환경, 직장 동료 등에게 냉소적으로 변하고, 동시에 점점 더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무감각해지거나, 부정적인 느낌, 거부감, 권태감 등을 느낀다.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 업무 효율 저하

번아웃증후군은 주로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에 영향을 미친다. 번아웃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굉장히 부정적이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두서가 없고 창의력이 부족한 식으로 변화한다.

 

사진_픽셀

 

번아웃증후군은 어떻게 진단되는가?

피로감을 진단할 수 있는 잘 연구된 방법이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자기 평가를 위한 다양한 설문지가 있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번아웃증후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설문지 등이 실제로 번아웃증후군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고, 다른 질병과 ‘구별’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진단 보조 도구로는 ‘MBI(Maslach Burnout Inventory)’를 들 수 있는데, 전문 직업군 별로 조금씩 다른 자가 측정 설문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설문지는 원래 의사가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또한, 이 번아웃증후군 측정도구(MBI)를 개발한 크리스티나 마스라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적당한 작업량을 유지할 것
·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적절한 보상을 받을 것
· 업무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을 것
· 지나친 경쟁과 가십을 피할 것
·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것 등이었다

온라인 설문지 혹은 지필 설문지 방식의 이러한 자가 진단 도구의 단점은, 누군가가 번아웃증후군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증상이 다른 어떤 원인이나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증상인지를 구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

번아웃의 결과라고 알려진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우울증, 불안장애,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같은 정신의학적, 정신 신체적 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 신체적인 질병이나 특정 약물도 탈진이나 피로함 같은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사와 함께 혹시 다른 원인으로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너무 쉽게 번아웃 증후군 상태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엉뚱한 치료를 시작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번아웃증후군과 우울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번아웃증후군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특정 증상들은 우울증에서도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 극도의 피로함, 탈진
· 저조한 기분
· 효율의 저하 등이 있을 수 있다.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우울증이 있는데 단순히 번아웃증후군으로 진단받을 수도 있다. 너무 쉽게 스스로, 혹은 자칭 전문가에게 번아웃증후군으로 진단받거나 자가 진단 내리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원인에 적합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번아웃증후군의 진단을 내리고는 '휴가를 좀 다녀오라'라는 정도의 처방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번아웃증후군 환자라면 다소간의 휴가와 휴식,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가 번아웃이 아니라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그 환자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치료는 매우 달라진다. 부족한 에너지와 의욕에도 불구하고 내키지 않는 휴가를 다녀오고 또다시 업무에 복귀하느라, 실제로 필요한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의 의학적 치료의 시작 시점만 더 늦춰질 수 있다. 섣부른 자가 진단이나 잘못된 전문가의 조언은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부 번아웃의 증상은 상당히 구체적인 면도 있다. 예를 들어, 번아웃증후군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업무, 해야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느낌은 업무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삶 전체의 영역에 걸쳐서 발생한다.

다른 대표적인 우울증 증상으로,

· 낮은 자존감
· 절망감
· 자살 성향 등이 있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번아웃증후군의 증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번아웃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번아웃증후군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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