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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내 마음] 42.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이란 무엇일까?

기사승인 2019.09.06  0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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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전 연재에서 마피아 게임을 예로 들어, 겉과 속이 다를 경우,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댓글을 살펴보던 중, 인상 깊은 댓글이 있어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 댓글의 내용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미숙한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강자들에게 잡아먹히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항상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이해가 어느 정도 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 더 심화해서 들어가면 그러한 기우는 접어두셔도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조금은 깊은 이야기가 이루어질 거 같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이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콤플렉스와 관련 있을 경우,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미 가치판단을 내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이건 내 약점이야, 내 콤플렉스야’라고 결론을 내려버린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세상 어떠한 특질도 ‘그냥 그러한 것’이 있을 뿐이지, ‘좋다, 나쁘다’처럼 이분법으로 나뉘어 결정 나는 것은 없습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가요?

이렇게 설명하면 더 이해가 쉬울 거 같습니다. 내 안에 있는 어떠한 특질을 ‘정육면체’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내 안에 있는 것은 ‘정육면체’인데, 우리는 그중에 안 좋은 한쪽 면만 보고, ‘나쁜 것, 약한 것’이라고 단정을 해버립니다. 사실 안 좋은 점이 눈에 더 거슬리거든요. 그런데 정육면체의 다른 면을 보면 그것은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정육면체를 잘 살펴보면,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의외의 나의 모습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조금 어려운 거 같네요. 제가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이해가 빠를 거 같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전 연재에서 저 자신이 오랜 기간 ‘마피아 게임’을 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제가 오랜 기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제 모습은 ‘내성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저한테 ‘내성적인 거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혼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끙끙 앓고 ‘다음에 또 들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향적인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또 그들을 이상화했던 거 같습니다. 이미 제게는 ‘내성적인 것’은 ‘나쁜 것, 약한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있었죠.

그런데 지나와보니, 그 내성적인 특징은 나쁜 게 아니더라고요. 내성적인 것을 바깥보다는 내면을 향하는 힘이라고 본다면, 그 힘은 제가 정신과 의사로서 살아가는 데 커다란 무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수련을 받을 때 ‘정신치료’라는 상담 기법을 배우는데, 자평이기는 하지만, 마음 깊은 속 의미를 찾아내는 데에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련을 받을 때 저와 상담했던 내담자분이 아직까지도 제게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저의 자평을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100여 명을 무료 상담하였고, 그 후기들이 인터넷에 있으니, 자평만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제가 많이 말하고 다니는 것 중에 하나가, 정신과 질환을 다루는 것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지는 일에 정신과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인데요. 사실 그 기저의 동기에는 저 자신의 변화가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너무 자존감이 낮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겨웠던 사람이었거든요.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것이 끔찍할 정도로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존감도 많이 단단해지고, 살아가는 게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던 가장 큰 힘이 아이러니하게도 ‘내성적인 힘’이었습니다. 저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힘이 제 성장에 이렇게도 큰 힘이 될 줄은, 어렸을 때는 미처 몰랐었거든요. 분명 내성적인 특징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냥 그러한 특징이고,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러한 지점을 잘 안다면 장점을 잘 활용해갈 수 있는 것이 되겠지요.

 

그런데 여기에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상당히 외향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냐고요? 강의만 수십 차례 하고, 유튜브 영상도 찍고, 한 단체(PASSO, Professional association)를 만들어서 1년 넘게 이끌어 가고 있고, 외향적인 일을 무척이나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JTBC 오늘의 운세’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도 출연 중에 있습니다. 옛날의 저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죠. 무서워서 도전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었습니다.

아마 제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웃을 겁니다. 이일준이 예능 프로그램에? 그쵸. 가끔은 스스로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마음속 깊은 곳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니, ‘나는 내성적이야.’라는 것조차도 판단이었더라고요. 저는 그냥 이일준이었습니다. 제 마음 안에는 의외로 외향적인 욕구와 외향적인 자질이 숨어있더라고요. 그쵸. 사실 그랬기 때문에 외향적인 친구들을 그렇게 부러워하고 이상화했던 것이겠죠. 사실은 ‘제 안에 숨어있던 욕망’의 투사가 친구들에게 일어났던 것이죠.

 

제가 이쪽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자연’입니다. 갑자기 자연이요? 자연의 뜻은 ‘그냥 그러하다.’이지요. 저는 세상에 이것보다 멋있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그냥 그러합니다. 자연의 일부인 나도 그냥 그러합니다. 단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성급하게 ‘강하다, 약하다’라고 태그를 붙여놓은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자연은 절대 가치 판단을 하지 않거든요. 불완전한 인간만이 가치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저도 가치 판단 없이 제 내면을 있는 그대로 찾기 위한 여정을 지금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정신치료라는 상담을 저도 받고 있거든요. 이 방향의 노력만이 저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제게 있습니다. 이렇게 해나가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저 자신을 제가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일 필요도 없습니다. 제 마음 안에 있는 정육면체 중에 어떤 면을 사람들에게 보일지 제가 선택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면 탐구를 계속해나가다 보면 도달하는 지점은 항상 이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러한 것이 그냥 그러한 곳에 그냥 그러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제 마음의 끝단에는 항상 상기 지점이 자리하고 있더라고요. 그 지점에 가면 어떠한 말도 수식어도 필요 없어지더라고요. ‘아~ 그냥 그랬구나.’ 끝.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어집니다. 나 자신이 눈에 보이니까요. 그냥 그런 나. 그래서 제가 ‘자연’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도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안에 ‘자연’을요. ‘행복의 종착지’가 그 지점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었고, 제 내담자들이 겪었던 일이거든요.

 

쉽게 설명을 하려다 보니 약간은 일기처럼 되어버린 것 같네요. 글을 시작할 때는 이런 의도가 아니기는 했는데요. 옛날의 저였다면 이런 저를 오픈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을 겁니다. ‘아~ 쟤 원래 내성적인 아이였구나.’라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죽기보다 싫었었거든요. 지금은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기는 하네요. 그래도 자그마한 제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이야기를 공유해봅니다. 

진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가 ‘홍익인간’ 같은 숭고한 신념이 있는 그런 위대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렸을 때의 제가 너무 구렁텅이에 빠져서 허덕거리면서 인생을 살았거든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무던히도 발버둥 쳤던 거 같습니다. 어렸을 때의 저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안쓰러운 것이 제 마음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의 기저에는 과거의 저를 구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투사되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저의 지금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기고글 중 가장 많이 저를 오픈한 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진심이 조금이라도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시기를 마음속 깊이 응원하고 바라겠습니다. 그건 어렸을 때의 저를 구제하는 일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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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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