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의 징후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일은 없다. 실제로는 모든 우울증이 각각의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나며, 성별에 따라 혹은 연령대에 따라, 주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우울증의 징후들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명백한 기분 변화나 흥미의 상실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우울증의 특징적인 증상들도 있지만, 쉽게 눈치채기 어려울 수도 있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부분의 변화, 신체적인 불편감이나 통증의 문제 등도 있을 수 있다.

심지어 더 미묘한 변화들, 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전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우울증의 증상들도 존재한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이러한 미묘한 변화들을 미리 대강 파악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이의 우울증을 빠르게 감지하고, 악화나 재발을 방지하는 데에 크게 유용할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아동

12세 미만의 소아에서 우울증이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발생할 수 있다. 슬프고 절망적인 감정과 함께 특징적으로 학교에서 전과 달리 마찰이 생기고, 재미있어하던 놀이나 활동에 흥미가 사라진 듯이 보인다. 식욕이 뚝 떨어져서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너무 많이 먹는 아이도 있을 수 있는데, 그에 따라 체중의 증가나 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무언가에 전과 달리 집착하는 모습, 불안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하고, 형제나 부모 등 가족 구성원과 다툼이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학교나 학원을 싫어하게 되어 등교 거부를 하기도 하며, 또래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피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아동의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가정 폭력, 부모의 우울증, 부모의 이혼, 다른 가족 구성원 간의 다툼 등이 유발 요인이 될 수도 있고, 학대를 당하거나, 학습 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에서 더 쉽게 발병할 수 있다.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사, 전학, 애완동물의 죽음, 친구나 가족의 질병이나 죽음과 같은 요소들도 아동에게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어린 아동도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자녀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학교의 카운슬러 선생님 등과 상의해 보도록 한다. 아동과의 대화나 소아기 우울증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문의해보고 상담해보는 것도 좋다.

 

청소년기

12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에게서 들쑥날쑥한 감정 기복은 정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울증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가 필요하다. 몇 주 이상 변화된 기분이 지속되거나, 학교, 가정 또는 친구들과 관계에서 불화가 생기고, 원래의 성격과는 다른 수준의 심한 짜증이나 비난이 늘기도 한다. 자신이 아무 가치가 없다는 느낌을 호소하고, 분노 표출이 잦으며 감정이 극도로 예민해지기도 한다.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많이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취미나 좋아하던 활동에 대해 관심을 잃어버린다.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커팅 등의 자해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린 소아들에서와 비슷한 상황들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청소년들은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압박, 성공과 성숙함에 대한 압박, 호르몬 문제, 성관계나 기타 성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 수면 부족, 또래들에 의한 따돌림 등에 의해서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10대 자녀가 우울증이 있다고 의심된다면, 함께 차를 타고 있거나 산책을 할 때, 자녀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대화로 자신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보도록 한다.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친구, 선생님 등 누구에게라도 속을 털어놓아 보라고 격려한다. 갑상선의 문제 등과 같은 신체적인 원인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는 것도 좋다.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카운슬러 선생님과 상의를 해봐야 하고,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청년기

19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 성인들은 주요한 삶의 전환기를 연속으로 맞게 되면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환경에 처해 스트레스가 증가할 때 주변의 지지 체계마저 부족하다면 쉽게 우울을 겪을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연애 문제나 경제적 빈곤,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취직이나 실직 등과 관련하여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해야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이 시기에는 청년들의 삶을 도와줄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즉,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할 때 누군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살피고 도와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지금 같은 큰 삶의 전환기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상황이 가볍지 않다면,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격려한다.

 

중장년기

30세에서 60세 사이의 성인들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겪게 된다. 노령화된 부모와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 재정적 스트레스, 사회나 가정 내에서의 고립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직장에서의 갈등이나 부부 관계에서의 문제, 폐경이나 갱년기 증상 때문에 우울을 겪기도 하고, 암이나 뇌졸중 같은 중대한 질병과 싸워야 할 때도 있다. 풀려나지 못하고 항상 짓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책임감들이 그들에게는 존재한다.

우울증의 일반적인 징후 외에도 어떤 이들은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분노 표출, 무모하거나 위험한 행동, 학대를 가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고통을 같이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도록 노력해봐야 한다. 그들이 걱정하는 일들과 그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이 스스로를 다시 챙길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해야 한다. 우울증에 대한 평가와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하도록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나이가 든다고 당연히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 흔하다 보니 종종 중대성을 간과하고 치료되지 않은 채로 방치된다. 노년기에 흔히 겪을 수 있는 우울증 증상으로는 두드러지는 수면장애, 피로, 슬픔과 불안, 집중력의 장애, 매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빠져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회복하는 경과를 밟지 못하고, 끝없는 침통함에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 계속되는 신체적인 고통이 종종 우울증의 징후일 때가 있다.

많은 노인들은 사회적 고립, 배우자의 죽음, 재정적인 스트레스, 중대한 건강 문제 등 일반으로 인생의 후반기에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들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다. 신체적 질병이나 그로 인한 약물치료가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울한 상태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손윗사람이나 선배, 가족이나 부모님이 있다면, 그들의 현재의 삶과 지금 걱정되는 문제들에 대해 묻고 들으며 대화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출구를 찾아본다. 그들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의사와 상의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많은 사람들은 슬픔과 절망이 노인들이 겪는 당연한 감정이 아니며, 치료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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