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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치매, 박막례 할머니가 우리에게 준 교훈

기사승인 2019.09.10  03: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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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할아버지가 요새 좀 이상하세요. 같은 질문을 자꾸 반복하시거나, 여러 번 확인하시고, 가끔씩 무척 울적해하세요. 할아버지가 올해 칠순이셨는데 처음엔 나이가 있으시니 그런가 보다 했어요.

예전엔 등산도 잘하시고 친구들하고 모임도 잘 나가시던데 요새는 집에만 계세요. 밥도 예전만큼 잘 안 드시고 병원에도 자주 다니시는 거 같아요. 원래는 병원 가시는 거 싫어하셨거든요. 

처음엔 치매가 아닌가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날짜나 시간도 정확하게 아시고, 돈 계산도 저보다 잘하세요. 건망증도 없으시고요.

저희 할아버지는 어떤 게 문제이신 걸까요?

 

가성치매란 실제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의 저하가 없음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나 GDS(Global Deterioration Scale) 같은 치매 검사를 해보았을 땐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본인은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힘들어합니다. 가성치매라는 말을 흔히들 가짜 치매, 치매가 아닌데 치매로 착각하는 것 정도로 오해를 하십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실제로 매우 불안해하고 많이 걱정합니다. 일종의 건강염려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증상의 정체는 사실 노인성 우울증에 가깝습니다. 전반적인 의욕이나 에너지가 떨어지고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으로 기억력에 있어서도 실제 기능이 떨어졌다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갱년기 우울증과 가성치매의 차이점은 발생하는 시점인데, 갱년기 우울증이 50대 초중반에 많고 여성에서 더 잘 생긴다면 가성치매, 노인성 우울증은 60대 중반 이상의 남성에게 더 잘 생기는 편입니다.

이 시간차는 어쩌면 사회적인 역할이 마무리되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50대 여성은 자녀가 대학생이 되거나 결혼을 하는 시기로 이제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구나, 쓸모가 없구나 하는 공허한 감정의 위기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60대 중반 남성은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여성의 경우 가정에서, 남성의 경우 직장과 사회적 위치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필요 이유, 자존감을 많이 지지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환경의 변화가 우울감을 불러올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반려자가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황혼 이혼을 겪었다거나,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사망했을 경우에 상실과 부적응으로 인해 우울감을 겪으면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가성치매는 치매에 대한 두려움, 인생에 있어 닥쳐온 황혼기, 즉 가까이 다가온 죽음에 대한 예기불안과 우울로 생기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대를 맞은 분들에게는 내가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일 겁니다. 인생의 후반기가 되면 뇌의 기능은 점차 떨어지고 대뇌 피질의 감소로 우리는 마치 어린애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겁이 많고 두렵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고집부리고 떼쓰고 충동적으로 되지요. 감정적인 뇌가 우세하는 바람에 눈물이 자주 나고, 인생을 돌아보며 한숨도 많이 쉽니다.

시간이 흐르는 걸 누구도 막을 수 없듯이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갑니다.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어떻게 하면 우울하지 않고 덤덤하게 수용할 수 있을까요. 아직 남아있는 건강에 매일 감사하며 운동하고, 먹고, 여행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시력과 청력이 온전할 때 더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아름다운 곳을 보며 느껴야 합니다.

 

사진_김유라씨 인스타그램

 

이 실제적인 가장 좋은 예로 저는 항상 박막례 할머님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할머니 역시 가성치매의 초기 단계였습니다. 할머니의 치매 예방과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손녀와 함께 시작한 유튜브, 그리고 여행(예전에는 노인분들에게 치매 예방을 위해, ‘노래학원 다니세요.’, ‘고스톱 치세요.’란 말을 참 많이 드렸는데 이젠 대부분 유튜브를 하시라고 합니다).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와 책을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구글과 유튜브, 세계적인 CEO들이 진정한 크리에이터라며 칭송했지요. 

물론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늘어가는 약봉지를 보면서,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서도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못다 이룬 것, 지나간 것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보다는 남아있는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당신과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 겁니다. 나이 70에도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유쾌한 명언을 남긴 박막례 할머니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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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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